노동/인권

[15회] 콜트콜텍 "또 잘라라"

2012년 05월 12일 06시 34분

밤 7시. 폐허처럼 통 빈 공장에서 미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정리해고무효투쟁을 해 온 콜트악기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자리입니다. 이들은 지난 2월 23일 대법원으로부터 정리해고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복직의 길이 열린 것입니다.

[방종윤 해고노동자 콜트 지회장] “기업인들이 항상 말하는 게 있잖아요. 법준수 그러한 걸 얘기하죠. 자기들 말로는..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법에서 그렇게 판결이 나왔으니까 대법원 판결처럼 부당해고니까 원직 복직 시키고 공장 정상화하고 모든 것이 그렇게 다 풀릴 줄 알았죠.”

그러나 회사인 콜트악기는 오는 5월 31일자로 다시 정리해고 한다는 통지서를 조합원들에게 보내왔스빈다.

[방종윤 해고노동자 콜트 지회장] “국가 권력이 자기 구실을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국가가 그렇다 보니까 경영을 하는 사람도 지켜야할 법에 대해서 다 무시해 버리는 거예요. 그래도 괜찮다.”

콜트악기는 70년대에 설립된 한국 토종 브랜드로 같은 계열사인 콜텍과 더불어 전기기타와 어쿠스틱 기타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업체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성장가도를 달려 중소기업임에도 단기 순이익이 100억대를 넘어설 정도로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이 있었습니다.

[임재춘 해고노동자] “기타만 30년 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그럼 기타에 최고 기술자가 되셨겠네요.) “그렇지요. 그래서 남들보다 월급도 더 많이 받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런데 전체 광택 내갖고 칠하고 브릿지 붙이고 헤드머신 붙이고 여기 OO 손질하고 OO 붙이고..”

[이근행 MBC 해직 PD] & [심자섭 해고노동자] “작업하다가 전기톱날에 손 같은 데 많이 다치고 2층 라인, 3층 라인은 칠에 중독 되고... 먼지 많이 나고...” (다치거나 병이 들거나 하는 일이 많이 있었나요?) “그럼요. 아래 층에서 산재사고, 기계.. 둥근 톱날이 돌아가고.. 일하다가 이런데.. 많이 다치죠..”

그런데 2007년 4월 12일, 콜트악기는 22명의 노동자에 대해 갑자기 정리해고를 통보합니다. 그리고 약 넉달 후인 8월 31일 직장폐쇄신고를 하고 아예 공장문을 닫아버립니다.

[심자섭 해고노동자] “그때는 정말 깜깜했었죠.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그런 암담함이 있었죠.”

일터로 돌아가기 위한 노동자들의 긴 싸움이 시작됐지만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생산공장을 갖춘 회사는 국내에 반조립품 완성공장과 판매망만을 유지한채 공장터를 매각하는 등 원천적으로 노동자들의 복귀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해고 노동자] “해고는 모두 무효이고, 원직 복직시키고 그리고 임금 주라고 나와 있잖아. 너 법 좋아하잖아 법.. 이 법은 개법이냐? 얘기 해봐!”

그리고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된 노동자들은 가정불화와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경봉 해고노동자] “커가는 아이들 학비를 제대로 못 줘서 애가 도중에 휴학을 해야 하고 이런 부분들이 제일 어려웠죠. 지금도 아이들 생각하면 마음이 울컥울컥 해요.”

[이인근 해고노동자 콕텍지회장] “제일 컸던 게... 집사람이 이혼하자고 할 때 그 때가 가장 힘들었었고.. 어차피 지회의 대표자라는 자리가 있기 때문에 제가 흔들리면 다른 조합원들 역시도 다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집사람한테 잘 이야기해서 지금까지 이혼 안 하고 잘 살고 있어요.” (부인께서 이혼하자고 했어요?) “네.. 지금까지 두 번했어요 두 번..”

그렇다고 복직싸움을 포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사업주가 매각해버린 빈 공장 안에 천막 숙소를 치고 싸운지 벌써 1925일. 사정이 좋을 때는 한 식구였다가 사정이 어려워지자 결국에는 노동자들을 한 순간에 버리는 회사에 대한 분노도 일었습니다.

[이인근 해고노동자 콜텍지회장] “심한 말로 하면 흡혈귀 같은 그러한 면이 너무 강하게 내포돼 있는 게 아닌가.. 같이 일할 때는 여러분은 우리 내 가족입니다. 이렇게 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고 6년이라는 기간동안 아는 체도 안하고 우리만 보면 도망다니고..”

그래도 콜트콜텍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언젠가 자신들의 일터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밴드를 만들고 못하는 연주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6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왔습니다.

대법원의 정리해고 무효판결 이후 콜트악기 노동조합은 회사 측의 판결의 이행, 즉, 즉각적인 복직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이 들고 나온 안건은 또 다시 정리해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조합의 입장에서는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여전히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측과의 교섭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방종윤 해고노동자 콜트 지회장] “아니.. 우리가 대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판결문이 있는데 왜? 정리해고를 다시 한다는 교섭을 할 필요가 뭐가 있나? 그러니까 대법원 판결에 따른 단체 교섭을 하자 이렇게 주장을 했죠. 회사는 ‘다시 정리해고를 하겠다’ 라는 교섭을 하자 이렇게 했기 때문에 교섭이 이루어지지가 않았어요.”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회사측이 제시한 것은 일방적인 희망퇴직안이었습니다. 정리해고에서 직장폐쇄에 이르는 약 4개월 간의 임금지급. 그리고 통상임금의 9개월분을 기본으로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12개월 분의 임금을 추가지급 하겠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회사측의 제안을 기한내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끝이라는 협박성 단서도 달았습니다.

회사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담당자를 만났습니다. 회사는 이미 해외공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복직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희용 관리이사] “복직시킬 사업장은 없는데 해고가 무효라고 나오니까 회사에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 다시 해고시키는 방법 밖에 없잖아요.” (복직이 돼야지 논리적으로 재해고가 가능한 거잖아요.) “복직할 데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거는 복직이 지금은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먼저 감안을 하셔야죠.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공장을 다시 세워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 모두가 사랑이에요

“모두가 이별이에요 아득한 공간과도 이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며 피 땀 흘려 일하다가 어느 날 필요 없게 된 노동자. 6년의 투쟁을 통해 법으로 이기고도 일터로 돌아갈 수 없는 노동자. 이는 단지 콜트콜텍 노동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장동훈 인천교구 사회사목 신부] “콜트콜텍 뿐만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쌍용자동차 문제도 마찬가지고 저희 콜트콜텍 앞에 있는 대우자동차 판매도 마찬가지고, 재능교육도 마찬가지고 많은 장기 투쟁 사업자들의 경우에 정부가 결국 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장기화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사회 전체이고 그것에 대한 부채를 느끼는 것은 결국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은 국민이고 국가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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