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이태원 참사 2주기 : 기억은 가깝고, 법은 멀다
2024년 10월 31일 20시 00분
2009년 8월 5일. 경찰은 사측의 대량 정리해고에 맞서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던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노동자들을 진압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합니다. 테이저건 등 첨단 대테러 장비가 동원되어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이 공포와 충격의 작전은 불과 몇 시간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밟는다. 밟는다. 밟아. 어! 어떻게 해!”
[홍영표 민주당 의원] “총리님. 40대, 50대 가장들이 왜 그렇게 목숨을 걸고 투쟁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 “생존을 위해서 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생존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하지 않았겠습니까?”
경찰에게 옥쇄파업이 진압된 후 정리해고자나 무급휴직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자살 행렬이 시작되었고 쌍용차는 이제 정리해고와 죽음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이런 상황에 사람이 처하면요, 처한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개인의 속성이나 심리적인 내공이 아무리 뛰어났거나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에 일곱 여덟은 우울증으로... 아주 심각한 우울증에 걸릴 수박에 없는.”
파업 종결시 노사 간에 합의되었던 무급 휴직자 461명에 대한 1년 후 복직 약속도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대화하자는데 대화도 안 하고, 공문도 안 받고, 노동자들, 가족들 다 죽고 있는데.”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야. 죽는 건 두렵지도 않아. 그렇잖아. 왜 이러는 거야. 누구든 좀 말해봐.”
[김정우 쌍용차 해고노동자] “제가 살고 싶어요. 저희들이 살아야 해요. 더 이상은 안 돼요.”
지난 31일 쌍용차에서 22번째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옥쇄파업에 참여했던 해고노동자 이윤영씨. 쌍용차 정문에 차려진 그의 빈소엔 영정도 상주도 없이 해고동료 열댓 명이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무척 지쳐있었습니다.
[김남섭 쌍용차 해고노동자] “또 다시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까... 우리는 논의를 하였습니다. 저는 정말 누구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저기 외딴 절에 우리 모두 들어가자고 그런 제안을 했습니다. 하물며 경찰청장이라는 조현오 인간이 쌍용자동차 진압 사례를 베스트5로 올려놓고 자화자찬하는 그런 나라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습니다.”
쌍용차 관련 사망자가 하나 둘 발생하다 급기야 스무 명에 육박하자 어떻게든 더 이상의 죽음은 안 된다며 시민사회 노동단체가 희망텐트 운동도 벌였지만 생활고와 우울증으로 인한 추가적인 죽음은 막지 못했습니다.
강경진압을 택한 이명박 정부 또한 3년 가까이 이어지는 참혹한 죽음의 행렬에 대해서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창근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것이 왜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가? 왜 이 쌍용차 22병의 문제가 이 치열한 총선 국면에서 정치공방의 대상이 되지 않는가. 곰곰이 따져봤습니다. 모두가 공범이기 때문인가.”
“강고한 투쟁으로 정리해고 박살내자.”
강제 명퇴와 해고를 포함해 총 2640명을 정리하려는 회사 측에 맞서 공장을 점거한 채 77일 간 목숨을 건 옥쇄파업을 끈질기게 벌였던 쌍용차 노동자들. 그들이 쉽게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창근 쌍용차 해고노동자] “공장 안에서 파업하면서 많은 분들이 고립되어서 어려웠겠단 말씀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아시겠지만, 고립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립된 공간은 공장 안이 아닌 사회 속이 아니었는가. 사회에 나오면서 오히려 더 고립감을 느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그렇게 무자비하게 진압을 하고 무자비한 범죄를 통해서 사람을 죽게 만들었던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 국회 대정부질의 2011년 4월 11일
[이미경 민주당 의원] &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2009년 8월 6일 쌍용자동차 노사합의가 있었죠?” “네.” “노사합의에 다라서 몇 명이 복직되었습니까?” “아직 복직이 안 됐습니다.” “한 명도 안 됐죠, 지금?” “그렇습니다. 네.” “그렇게 얘기하시라고요.” “그래서 저희들은 이후에 주주들이 변경도 되고 했기 때문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서 당시 합의가 지켜지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에는 하루 종일 패닉상태인 것 같습니다. 이 죽음이 언제쯤 종식이 되고 이별을 하고 끝낼 수 있는지...”
[이창근 쌍용차 해고노동자] “쌍용자동차 이 22명의 죽음만큼 이보다 더한 정치적 사건이 어디 있는가. 지금은 사찰의 문제가 중요하지만 사찰의 문제보다 더 저는 이 쌍용차 문제가 시급한 정치적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고, 방조하고, 이것에 대해서 정치 쟁점화 하짐 않은 어떠한 세력도 이 문제를 책임있게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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