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3년 전 통계자료를 이용해 논문을 써서 관광경영학회에 투고했을 때, (학회 사무처장이)데이터 오래 됐다고 이야기하면서 데이터 수집 날짜를 바꾸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바로 답한 게 안 돼요, 그게 바로 데이터 조작 아니냐, 같은 논문인데 어떻게 데이터 날짜를 바꾸냐고 말하고 거절한 적이 있었어요관광경영학회에 논문을 투고했던 관광학 분야 B 교수
“편집위원장이 재임 시절에 자기 논문을 자기가 편집위원장으로 있는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다른 학술지에 게재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언론사에서 편집국장이 하는 일이 기사의 편집 방향을 정하고, 취재윤리를 감독하는 일이듯이, 학술지 편집위원장은 학술지 편집 방향을 정하고, 다른 연구자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편집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엄청난 이득을 보는 거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이해 충돌을 넘어 '이해 밀착'에 해당하는 경우 같은데요.”A학술지(우수 등재) 전 편집위원장
COVID-19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중략) 일용할 양식은 근처 백화점에서 조달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모바일로 주문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이 문 앞에 도착한 상자를 문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된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자동차에 넣었던 휘발유는 아직 그대로이고, 동네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내린 것도 모르고 지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00 교수님이 레포트를 논문으로 한 번 제출해보라고 해서 급히 써서 학회에 제출하긴 했는데요. 글이 어색한 부분도 있고 글 내용하고 표 내용이 안 맞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이 게재가 된 거예요. 그때는 저도 이 논문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의아했죠.경기대 관광경영학과 유학생 C씨
(학회 전 사무처장이)논문을 심사할 때 항상 그런 것들을 학회 계정에서 관리하니까 자기 학회와 친분이 있는 이름들로 (심사자) 3명을 임의로 지정을 하는 거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본인이 남의 계정 1개 이상 (도용)해서 할 때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요.관광경영학회 전 관계자
(교수님이 주저자로 돼 있는 논문이 제자 논문을 40%가까이 표절한 것으로 나오는데요)제가 그 논문을 안 썼고 내용도 잘 모릅니다. 홍 기자님 보시기에 제가 주저자로 돼 있으니까 그게 아무리 불과 5~6년밖에 안 된 논문인데 어떻게 그게 기억이 안 나냐고 하는데 저는 그 논문을 정말 몰라요.”이00 /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관광경영학회 이사장)
한두 개 학회지에 (논문이) 집중적으로 실렸다는 것은 공정의 문제고 정의의 문제거든요. 무슨 이야기냐면, 다른 학회지에 실었다면 통과되기가 상당히 힘든 논문들을 본인이 편집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자기 마음대로 실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에요.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 논문을 싣는 데 학회를 이용했다는 얘기에요. 교수 임용과정에서 제출한 논문에 문제가 없는지 학교 측의 검증이 필요합니다관광학 분야 원로교수 C씨
학교가 논문을 일일이 다 검증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연구재단이 평가를 거쳐 선정한 등재 학술지나 등재 후보 학술지 등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급 이상의 논문만 실적으로 인정하는 거예요. 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기준을 믿는 거죠. 교육부도 학술지를 축소해서 정말 연구하는 학술지를 몇 개만 인정하던지 해야지 이렇게 수백 개를 만들어놨으니...연구성과를 평가하는 대학 입장에서도 참 답답한 거죠.경기대 관계자
“학회 시스템 자체가 예전부터 그대로 물려받아서 그런 걸로 알고 있거든요. 심사 날짜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도 옛날부터 그렇게 해온 걸로 교육 받았고요.”관광경영학회 전 관계자
학생들 사이에선 관광경영학회는 이렇게 소문이 나 있어요. '쓰면 나오는 곳, 논문이 급할 때 빨리 쓸 수 있는 곳'이요. 엉터리 논문도 많이 봤어요. 보고서와 다를 바 없는 논문, 데이터 날짜가 이상한 논문도 봤고요. 다들 알고 있는 문제인데 말을 못해요. 일단 박사학위 취득 조건이 (학술지) 소논문을 제출하는 것이다보니, 쉽게 쉽게 졸업을 하려면 그 학회가 필요한 거죠. 논문을 내면서 교수님 이름도 하나씩 적어드려야 심사 통과가 쉽다는 소문도 있어요. 교수님들이 직접 그 학회에 논문을 내라고 지시하기도 해요. 굳이 그 말을 거역해서 찍힐 필요는 없는 거죠.경기대 관광경영학과 대학원 졸업생 D씨
교수님의 제안을 받고 논문을 관광경영학회에 냈었어요. 추후에 논문이 게재된 걸 봤는데, 제가 주저자가 아닌 3저자가 되어 있었어요. 제가 쓴 내용이 가장 많았는데 저는 2저자도 아닌 3저자로 되어 있고 교수님이 주저자로 돼 있더라고요. 참 억울했는데 한편으로는 한국은 원래 이런 시스템인가 싶기도 했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건 부당한 거래요. 하지만 교수님께 따질 수 없었죠. 졸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참았어요.경기대 관광경영학과 중국인 대학원생 F 씨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연구자들이 양심적으로 자기 연구의 숫자가 적더라도 좋은 질과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는 한두 편의 책, 한두 편의 논문으로 연구자로서 생계를 유지하고 명망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없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대학에 임용되기 위해서 또는 대학에 임용된 후 재임용, 승진하기 위해서 논문의 질과 아무 상관없는 논문 편 수 채우기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학회만이 공장화되는 게 아니고 연구자들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공장화 되고 있어요. 이런 방식을 대학이 강요하고, 그 과정에서 학회가 난립하고 교육부와 연구재단은 방치하는 것. 이게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고 봅니다”천정환 / 성균관대 교수(지식공유연대 공동대표)
촬영 | 김기철, 최형석, 신영철, 오준식, 이상찬 |
편집 | 정지성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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