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대신 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화

2013년 10월 29일 09시 44분

-10.26 이후 처음으로 교회서 박정희 추모 예배 열려

지난 10월 25일 서울시 도곡동의 한 교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예배가 열렸다. 교회에서 박 전 대통령 추모 예배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배당의 십자가는 박정희 대통령의 초상화로 가려졌으며, 그 앞에서 추모객들의 기념 촬영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추모 예배는 묵상기도 이후 국기에 대한 경례 등 일반 예배에서 볼 수 없었던 식순이 들어 있었고, 찬송가가 아닌 '나의 조국'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

뉴스타파가 흔히 보기 힘든 교회에서의 박 전 대통령 추모 예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앵커 멘트>

지난 10월 26일은 이른바 10.26 사태가 발생한 지 34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손병두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은 "서민들은 차라리 유신 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며 독재를 미화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하루 전인 10월 25일, 서울의 한 교회에서 열린 박 전대통령 추모 예배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교회에서 박 전대통령의 추모 예배가 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신동윤 PD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신동윤 PD>

[백광진 잠실동교회 목사]

"님은 뜨거운 가슴을 지닌 열정주의자였습니다. 님은 눈물 흘릴 때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감성주의자였습니다. 오늘은 님이 가슴 저리도록 보고 싶은 날입니다. 여러분 한 번 박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시 도곡동의 한 교회.

한국 교회에선 처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예배가 열렸습니다. 여러 단체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예배당 앞엔 십자가 대신 태극기와 박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내걸렸습니다. 박 전 대통령 초상화 앞에서 추모객들의 기념 촬영이 이어집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참석했습니다.

곧이어 추모예배가 시작됐습니다.

"다같이 묵상 기도 드리시겠습니다."

묵도로 일반적인 형식의 예배가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묵도 이후 식순은 국기에 대한 경례. 예배는 예수가 아닌 박 전 대통령을 향한 감사와 찬양, 심지어 신과 동일 시 하는 발언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영진 목사/경기도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독재니 어쩌니 그런 얘기 많이 하는데 한국은 독재를 해야 돼. 정말이야 독재 해야 돼. 하나님이 독재하셨어. 하나님이. 무조건 하나님께 순종 하라 하셨어요. 얼마나 이가 많았는지 몰라요. 이런 걸 해결한 분이 고 박정희 대통령임을 믿습니다. 아멘"

박 전 대통령의 신앙 생활을 언급하며 그가 한국 교회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합니다.

[박원영 나들목교회 목사]

“교회를 헬기타고 가셨는데 다 예배를 드리고 어릴 때 앉아있던 자리가 아직도 있답니다. 지금도 사람들이 가게되면 그 사람들이 신앙을 전수받기 위해 기도도 하고 그런 역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여러분 대통령이 되시고 난 뒤 국가조찬기도회를 시작합니다. 이 일을 직접 김중근 목사님과 박정희 대통령께서 하셨다는 겁니다. 할렐루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배경엔 한국 교회의 지지가 있었다고 자랑합니다.

[박원영 나들목교회 목사]

"특별히 기독교에서 조용기 목사님, 김상환 목사님, 서인중 목사님, 김장환 목사님 목사님 들에게 특별히 안수기도를 받으시고 한국교회가 지지하고 모든 교단들이 지지해서 대통령으로 선출이 되셨습니다."

[김한배 광은교회 목사]

"희망을 주는 지도자 국민들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는 지도자로 오늘날도 우리에게 꿈을 주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도 그것을 바라실 줄로 믿습니다."

다른 기독교인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이 같은 형태의 추모예배를 어떻게 평가할까.

[구교형 찾는이광명교회 목사]

"기독교에서 추모예배라는 형식의 예배들이 있기도 하지만 단순히 고인에 대한 기억과 어떤 추억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지 그 고인을 추앙하거나 하나님께 돌려야 될 영광을 대신하는 그런 형태로 돌아가는 것은 그런 건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런 건 우리가 우상숭배로 규정을 하고 있는데..."

박근령 씨는 추모 예배를 열어준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박근령 박정희 전 대통령 차녀]

"아버지께서는 이 민족의 웅비, 민족 중흥의 나라 발전에 앞만 보고 그렇게 전진을 하셨습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하시면서까지도 아버지 마음을 지금도 비판하는 얘기가 많은데도 그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알고 있다고 추모예배를 시작해주신 박원영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박원영 나들목교회 목사]

"백두산의 푸른 정기 이 땅을 수호하고 다같이 찬양을 드리겠습니다"

나의 조국이라는 노래는 박 전 대통령이 작사, 작곡한 것입니다.

[추모 예배 참석자]

"오니까 아주 가슴이 찡하고 아까 전에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만드신 노래가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상당히 좋습니다."

[구교형 찾는이광명교회 목사]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과 그분에 대한 칭송으로 거듭되고 있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흔히 보는 정치적 행사에서 보여지기 때문에 그 부분이 저희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아버지에 대한 추모예배 소식을 알고 있었을까.

[박근령 박정희 전 대통령 차녀]

(대통령께서도 이 예배 열린 거 아시나요?)

"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아버지가 계셔서 그렇게 고마워하시는데 우리 형님, 대통령이야 오죽하셨겠습니까. 참석은 못했지만 제가 이렇게 기쁜데요 그렇게 가늠해주시기 바랍니다."

뉴스타파 신동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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