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부정선거 확인하려고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점검 했을까?
2024년 12월 20일 17시 25분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제식 후보 아내가 ‘기획부동산’을 통해 3년 간 4억 원 상당의 땅을 사들인 사실이 확인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경기 수원병에 나선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는 대지로 용도 변경된 땅을 여전히 논인 것으로 선관위에 신고해 재산 수억 원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뉴스타파가 7.30 재보선에 나선 정치 신인들의 재산 내역을 검증한 결과 투기와 축소신고 의혹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제식 후보는 2007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난 뒤 2008년 초 변호사 개업을 했다.
그런데 얼마 뒤인 2008년 11월, 김 후보의 아내 이00 씨는 전북 군산시 회현면 원우리 일대 임야 네 필지, 3백여 평을 1억5천5백만 원에 사들였다. 당시 이 지역은 새만금 배후 도시로 개발된다는 정보와 함께 개발 호재로 땅값이 들썩이고 있었다.
이 씨는 불과 두 달 뒤인 2009년 1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일대 임야 2필지, 360여 평도 1억6천6백만 원에 매입했다. 이 지역 역시 아파트 시범단지가 들어설 것이라며 시행사들이 공청회를 여는 등 부동산 시장이 호재를 맞고 있었다. 이 씨는 또 3년 가까이 지난 2011년 12월 용인시 처인구의 또 다른 임야 300여 평을 7천백만 원에 추가 매입하는 등 특별한 연고도 없는 군산과 용인 일대에 3년 동안 천 평 가까운 땅을 사들였다.
그런데 김 후보 아내 이 씨의 땅 매입 과정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매입한 4억 원 가량의 임야 7필지 모두가 개인이 아닌 법인 소유였던 것이다.
군산 땅을 판 곳은 신흥알엔씨, 용인 땅을 판 곳은 신흥아이앤디와 신흥디엔씨라는 법인이었다. 그런데 이 세 곳의 법인 감사는 모두 전 모 씨, 두 곳의 대표이사는 강 모 씨로 동일했다. 확인 결과 이 세 곳은 사실 같은 법인이었고, 대규모로 땅을 사들인 뒤 단기간에 되팔아 수익을 내는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업체였다.
실제로 신흥 알엔씨의 경우 김 후보 아내가 사들인 땅 부근의 20여 개 필지를 2008년 4월에 한꺼번에 사들인 뒤 잘게 쪼개 불과 몇 달 만에 수십 명에게 되팔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부동산 업체로 유입되는 돈은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으로 볼 수 있는데, 김 후보 아내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김 후보의 아내는 당시 이 부동산 업체에서 전무로 일하고 있던 친구가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해와 선의로 여유 자금을 맡겼을 뿐, 기획부동산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제식 후보는 아내가 땅을 4억 원 가량이나 사들였다는 사실을 지난 6년 동안 전혀 모르고 있다가 금번 재보선에 출마하며 재산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해당 땅값이 폭락해 2억 5천만 원 정도의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자신들은 오히려 기획부동산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해명은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김 후보 아내가 땅을 사들이던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기획부동산의 폐해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던 기간이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집중 단속에 나서 업자들을 대거 구속한 경우도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됐다.
따라서 김 후보 부인 이 씨가 부동산 업체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4억 원이라는 거액을 맡기면서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방검찰청장까지 지낸 김 후보가 이에 대해 어떤 낌새도 느끼지 못했다는 점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아내 친구가 좀 도와 달라고 했다는데, 그 친구가 좀 다급했던 것 같다. 자금을 돌려막기 하기도 한 듯하고, 그러다가 아내를 끌어들여서 사기를 친 것 같다. 지금 보니까 뻔한 이야기다. 내가 검사 출신이라 이런 건 금방 감이 온다.” [김제식 / 충남 서산.태안 새누리당 후보]
경기도 수원병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는 부동산 내역을 허위 누락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창현리에 논 두 필지, 천여 평을 동생과 함께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논이라는 땅 위에는 중형 마트가 버젓이 들어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김 후보와 동생은 지난해 4월 이 땅을 논에서 대지로 용도를 변경했고, 단층 철골 구조물을 지어 4억6천여만 원에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김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해당 땅의 가격 9억 7천여만 원은 허위이고, 실제로는 대지 가격을 기준으로 공시지가만 13억 4천여만 원에 달해 적어도 3억7천여만 원의 재산을 축소 신고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지난 9일 공천이 확정됐고 바로 다음날인 10일까지 선관위에 재산을 신고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실무자가 2년 전 총선 출마 당시의 재산 자료를 그대로 제출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다른 후보들의 이의 제기가 공식 접수되는 대로 김 후보에게 소명자료를 받아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당선이나 낙선 목적의 허위신고’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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