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수갑사건’ 美 헌병에 ‘재판권 불행사’...사법주권 포기

2014년 06월 13일 20시 07분

‘평택 민간인 수갑 사건’ 피의자인 미군 헌병 7명에 대해 검찰의 기소 방침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무부가 ‘재판권 불행사’, 즉 재판권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밝혀져 사법주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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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 시내에 나온 미군(2013년 3월)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은 지난해 12월 ‘평택 민간인 수갑’ 사건과 관련, 폭력 등 혐의로 조사하던 27살 세라노 등 미국 헌병 7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대해 폭행 피해자 양 모 씨는 검찰을 상대로 불기소처분 이유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뉴스타파는 최근 양 씨의 변호인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받은 ‘불기소이유통지’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당초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미군 피의자 7명의 폭행 혐의를 밝혀내고 이들을 기소할 방침이었으나 “법무부 장관이 재판권 불행사를 결정’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모두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 헌병 7명은 2012년 7월 경기도 평택의 미군 부대 인근 가게 앞에서 민간인 양 씨 등과 주차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양 씨 등 한국인 3명을 강제로 수갑 채워 체포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법리 검토를 통해 “별다른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의 (한국 민간인의) 체포 행위는 개인적인 폭행 및 불법체포, 감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미 헌병들의 수갑 사용은 “사적 감정에 의해 이뤄진 행위’였으며, ‘한국 경찰이 도착했는데도 신병을 즉시 인계하지 않는 것도 위반’이라고 명시했다. 명백한 민간인 불법체포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또한 “주차관련 단속 및 이동조치는 영외 순찰 헌병의 권한에 해당되지 않으며, 주차이동조치가 필요하면 한국경찰에 연락해 한국경찰이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군의 주장대로 적법한 공무집행수행 중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한국 검찰은 세라노 외 6명의 미 헌병에 대해 법무부장관의 재판권 불행사 결정으로 공소권 없음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처럼 미군 헌병의 불법 행위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지 못한 것이다. 법무부가 미군 헌병들의 유무죄를 가릴 ‘재판권’ 자체를 아예 불행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법무부가 스스로 사법주권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3월 뉴스타파는 검찰 수사를 받던 미군 헌병 7명이 수사 도중에 전원 한국을 떠났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당시 주한 미 7공군 사령부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메일을 통해 피의자 신분이었던 미군 헌병들이 “1년 동안의 한국 근무기간을 마친 뒤, 한국을 떠났으며 예정대로 다른 미국 공군기지에 재배치됐다”고 밝혔다. 미 7공군 공보실장은 이들 미군 헌병들의 출국 사실이 미군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었고 한국 검찰의 동의를 거쳐 이뤄졌음을 밝힌 바 있다.

2012년 사건 직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미군 헌병들을 검찰에 송치한 뒤 7개월 지나도록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던 검찰은 뉴스타파의 보도로 이들의 출국 사실이 밝혀지자 기소가 결정되면 미군 피의자들을 다시 소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이 결국 기소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이들에 대한 재판권 자체를 포기하면서 우리 정부의 주한미군 범죄 처벌 의지가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한국 민간인 피해자 측에서 이 사건을 담당해온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는 법무부를 상대로 재판권 불행사 경위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최근 비공개 결정을 통보 받았다. 민변측은 법무부를 대상으로 재판권 불행사 사유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 검찰은 법리 검토를 통해 미 헌병이 사적감정에 의해 이루어진 개인적인 폭행 및 불법체포, 감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관련 기사 보기

(단독) ‘민간인 수갑’ 불법체포 혐의 미군 헌병 7명 검찰 수사 중 이미 한국 떠났다(2013.3.8)

“수갑 미군” 출국 묵인 검찰, 직무유기로 고발 검토(201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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