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Ⅱ(한명숙) ② 사라진 증인, 빼앗긴 비망록
2020년 05월 11일 10시 30분
‘한명숙 사건’의 핵심 증인 고 한만호 씨가 마지막 수감생활 중 역시 수감 중이었던 한명숙 전 총리에게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뉴스타파가 입수해 공개한다. 한만호 씨는 이 편지에 자신이 한 전 총리를 “모함”했으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썼다. 편지를 보낸 시점은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이에 따른 한만호 씨의 위증죄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결이 사실상 완료된 이후다.
2010년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던 한만호 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돈을 준 사실이 없었다고 증언을 번복했다.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고,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 수감됐다. 검찰은 2011년 한만호 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한 전 총리의 유죄가 확정된 2015년 재판이 시작됐고, 이듬해 한만호 씨는 법정구속됐다.
한만호 씨는 위증죄 재판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원주교도소로 이감됐고 항소심에서 2년으로 감형됐다. 뉴스타파는 한 씨가 위증죄로 복역하는 동안 같이 수용됐던 동료 재소자를 수소문해 만날 수 있었다. A씨는 한 씨가 건강이 좋지 않아 각혈까지 했다고 기억했다. 위증죄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한만호 씨의 편지는 2017년 2월 21일에 작성됐다. 원주교도소에 있었던 한만호 씨가 의정부교도소에 있던 한 전 총리에게 보냈다. 총 7장, 빽빽한 손글씨로 작성된 편지는 한명숙 총리와 관련된 본인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한만호 씨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편지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검증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른바 한명숙 사건에 대한 사법적인 절차가 사실상 완료된 시점에, 진술을 번복하고 스스로 위증죄를 덮어쓴 핵심 증인 한만호가 쓴 유일한, 마지막 편지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한만호 씨는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은 뒤에도 한명숙 전 총리에게 연락한 일이 없다고 한다. 한 전 총리가 구속된 마당에 왜 서신을 보내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편지는 시작한다.
한만호 씨는 2차례 감옥살이를 거치면서 누이와 부모를 잃는다. 본인은 이혼했고, 가정은 뿔뿔이 흩어졌다. 한 씨는 본인의 부친이 한 전 총리의 구속 장면을 언론에서 보고 크게 좌절했으며,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고 편지에 썼다.
감옥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보내는 얄궂은 시선에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며 당시 본인의 심경을 토로했다.
본인이 위증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때의 심경도 상세하게 나온다. 벌을 달게 받겠지만 위증에 대한 형벌이 아니라 한 전 총리를 모함한 부분에 대한 형벌로 여기겠다는 본인의 최후진술을 적어놨다.
이 편지는 당시 수감 중이던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다. 한 전 총리는 이 편지에 대해서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 전 총리 측은 밝혔다. 한만호는 이후 한 전 총리에게 편지 등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옥에서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한만호 씨는 2018년 출소한 이후에도 폐 질환에 시달렸고 결국 그해 겨울 병원에서 사망했다. 묘지 없이 화장해 부친 묘소 옆에 뿌렸다고 한만호 씨의 친지는 말했다.
취재 | 김경래 심인보 |
촬영 | 정형민 |
편집 | 박서영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성우 | 안창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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