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업

전 경총회장 부부, 조세피난처에 법인·계좌 개설

2013년 05월 21일 10시 28분

<앵커 멘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놓은 한국인들은 누굴까요? 뉴스타파는 1차 조사를 통해 확인한 245명 가운데, 먼저 재계부터 파악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경영자총협회 즉 경총 회장을 지낸 이수영 OCI 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 장을 발견했습니다.

박중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중석 기자>
1959년 설립, 지난 2009년 동양제철화학에서 이름을 바꾼 OCI 그룹, 자산총액 11조원, 재계 서열 24위입니다. 태양광 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세계 3대 제조업쳅니다.

1996년부터 OCI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수영 회장. 2004년부터 2010년 2월까지, 6년 동안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경총은 대기업 400개, 중소기업 4000개 회원사를 둔 한국의 최대 경영자 단체입니다. 이수영 회장은 현재 경총 명예 회장입니다.

[경총 관계자]
“일이 계시면 가끔 오세요. 회장단 회의 때나...”

현재 이수영 회장의 개인 자산은 9천억 원이 넘습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인 부자 40명 명단에 연속 포함됐습니다. 이수영 회장의 부인 김경자씨는 OCI 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수영 당시 경총회장]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들의 강한 투명성과 윤리성 또 거리낌 없는 절대 한 점 부끄러움도 없는 그러한 경영자가 되어야겠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ICIJ 즉 국제 탐사보도 언론인협회와 함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수영 회장과 부인 김경자씨의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이수영 회장 부부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설립 인증서입니다. 회사 이름은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 2008년 4월 28일 만들었습니다. 이수영 회장과 부인 김경자씨는 이 페이퍼컴퍼니의 공동 이사로 등록돼 있습니다. 주주 명부에도 함께 올라 있습니다. 특히 한명이 사망할 경우 이 회사의 모든 권리가 생존자에게 자동 승계되도록 설정해놨습니다.

OCI의 경우 조세피난처에 종속회사를 설립했다는 공시 기록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수영 OCI 회장이 굳이 자신과 부인 개인 명의로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만든 이유는 뭘까?

뉴스타파 확인 결과, 2008년 4월 만들어진 이수영 회장의 법인은 적어도 2010년 초반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800달러 정도의 설립비용과 매년 600달러의 재등록 비용 등을 지급하면서까지 법인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취재팀은 이수영 회장에게 조세 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이유를 들으려 OCI 본사를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OCI 홍보실]
“기자들 만나지 않은 게 관례입니다. 회장님이 워낙 노출을 안 하세요.”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페이퍼 컴퍼니 설립시점입니다. 2008년 4월 당시 국내 경기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급격한 침체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OCI는 달랐습니다. 이른바 녹색성장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태양광 전지 사업을 주도하면서 사세가 크게 확장됐습니다. 2007년 5월 10만원대 초반이던 OCI 주가는 1년 후인 2008년 5월, 44만원대까지 폭등했고, 이후 2011년 초 65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2011년 이수영 회장은 91억 원의 배당금을 받는 등 부인 김경자씨를 비롯해 OCI 오너 일가족은 모두 257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습니다. 이렇게 OCI가 잘 나가던 그 무렵, 이수영 회장은 자신과 부인의 명의로 버진 아일랜드에 법인을 세운 것입니다.

이후 이수영 회장의 일가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포착돼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부당 이득을 챙긴 시점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기 6개월 전인 2007년 10월과 11월 사이였습니다.

결국 서울중앙지법은 이수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OCI 부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벌금 10억원, 함께 기소된 차남 이우정 넥소론 대표이사에게는 벌금 2억 5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취재팀은 이수영 회장이 개인적으로 유령회사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엔 성북동 자택을 찾았습니다. 이 성북동 집은 버진 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에 이수영 회장의 주소로 돼 있습니다.

“지금 안계세요. 만나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취재팀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자 결국 이수영 회장은 측근을 통해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개설하고 그 법인 이름으로 계좌를 만든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윤석환 OCI 총괄전무]
“그 당시 오랫동안 가깝게 지냈던 해외은행에 프라이빗 뱅커가 영업차원으로 도움을 요청을 해서 그렇게 커다랗게 고민하지 않으시고 도와준다 생각으로 국내 계좌를 열 듯이 그렇게 아마 계좌를 열어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인까지 이사와 주주로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했습니다. 이수영 회장 측은 이 법인의 이름으로 만든 계좌를 통해 실제 자금 거래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환 OCI 총괄전무]
(회장님의 재산 일부가 송금된 건 맞지 않습니까? 그거는 회장님 돈이라고 봐야죠?)
“그럼요.”
(회장님 돈이 수십만 달러가 오간 건 회장님 돈이지 다른 돈이 아니지 않습니까?)
“네 물론이죠.”

이수영 회장 측은 이후 문제가 있다고 보고 법인을 없앴다고 말했습니다.

[윤석환 OCI 총괄 전문]
“그 계좌를 많이 활용하지도 않으시고 그 다음에 지나가고 보니까 이게 마치 뭐 조세피난처라고 오하는 오해도 받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별로 활용치 않은 계좌가 되다보니 뭐 그냥 폐쇄하면 좋겠다고 그래서 이제 아마 몇 년전에 폐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윤리경영을 강조해왔고 경총 회장까지 지낸 재계 대표적인 인사인 이수영 OCI 회장, 부부가 함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유지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탈세 등 불법행위는 없었던 것인지, 명확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타파 박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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