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갑의 계산법

2013년 06월 27일 09시 47분

국내 최대의 정유사 가운데 하나인 GS칼텍스가 주유소들을 상대로 고리의 연체이자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확보한 GS칼텍스와 전 GS칼텍스 자영주유소 사장인 김남열씨와의 계약서에 따르면 GS칼텍스가 적용한 연체 이자율은 25%였습니다.

또 계약서에는 이 연체 이자율마저도 갑인 GS칼텍스가 시중은행의 금리를 고려하여 임의로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98년 작성된 이 계약서는 최근 GS칼텍스와 김남열 전 GS칼텍스 주유소 사장과의 법적 분쟁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GS칼텍스가 김남열씨에게 2008년 11월 보낸 내용증명에 따르면 김남열씨가 갚아야 할 채권원금은 66억여원이었지만, 연체이자 액수는 150여억원에 달했습니다.

 GS칼텍스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현재 주유소 사장들과 맺는 석유제품 공급계약서에는 보통 연체 이자율을 12.5%로 적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스타파는 그러나 GS칼텍스가 아직도 연체 이자율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도록 주유소 사장들과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현재 GS칼텍스가 사용하고 있는 표준 계약서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시중은행 금리의 변동을 고려해 이자율을 변경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갑인 정유사가 을인 주유소를 상대로 연체이자율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조항은 공정거래법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침 7시. 서울 강남의 GS칼텍스 본사 앞입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지만 주유소 사장님이었던 김남열 씨는 우산도 쓰지 않고 말없이 서 있습니다. GS칼텍스 임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천안 집에서 새벽 5시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출근길 임원들을 기다리며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서 있습니다.

GS칼텍스 회장을 태운 차도 지나갔지만 그에게 관심을 보이진 않습니다.

비 내리는 아침에도,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한 달 넘게 출근길을 지키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인터뷰 도중에는 억울함에 눈물을 짓기도 했습니다. 

김남열 씨가 이토록 끈질기게 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GS칼텍스 자영주유소를 세 개나 소유하고 있었던 김남열씨. 한창 사업이 잘 될 때는 한 주유소에서만 나오는 매출액이 200억 원에 육박했지만 IMF 때 자금난으로 98년 도산하고 말았습니다.

부도 당시 그의 주유소들에는 GS칼텍스로부터 빌린 기름값과 현금융자 때문에 수십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 되어 있었습니다. 

이 때 GS칼텍스 측이 솔깃한 제안을 해옵니다

김남열 씨가 소유하고 있던 농지를 주유소 부지로 변경해주면 먹고 살 수 있게는 해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당시 김 씨의 농지도 GS칼텍스에 저당 잡혀 있었습니다. 주유소를 한 두 개쯤은 되찾게 해주겠다는 언질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 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기존에 김 씨가 소유했던 주유소들과 농지에서 주유소로 바뀐 곳들을 모두 경매로 처분했습니다.

경락대금으로 GS칼텍스가 가져간 돈은 약 80억원. 알짜 주유소 4곳은 모두 GS칼텍스의 직영주유소가 됐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GS칼텍스는 김남열 씨에게 아직도 빚이 150억 원이나 남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남열 전GS칼텍스 자영주유소 사장]

"그래서 제가 (채권 액수가) 부정확하다. 200억이다, 100억이다. 채권이 이렇게 막 부정확하잖아요. 정확한 자료,회계자료. 내 빚이 정확히 얼마인지 그 자료를 그걸 달라고 한 것이에요. 그 사람들을 못 믿잖아요."

GS칼텍스가 지난 2008년 11월 4일 보낸 내용증명서류입니다. 채권 원금이 66억 9천여만 원입니다. .

그런데 불과 두 달 뒤인 2009년 1월 8일 서류에는 채권 원금이 63억 7천2백여만 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채권의 원금이 다를 수 있는가?

GS칼텍스는 서로 다른 팀에서 서류를 보내는 바람에 실수가 있었다며 66억 9천만 원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병우 GS칼텍스 영업지원팀 부장]

"이 쪽에 있는 부분은 채권을 관리하고 있는 우리 팀의 검토없이 임의대로 영업에 있는 팀이 자기들이 계산해서 보낸 자료이고요."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두 서류 모두 GS칼텍스의 같은 부서에서 보낸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GS칼텍스 서부CC팀. 주소도 일치합니다. 다른 팀에서 보냈다는 해명은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2007년 GS칼텍스 가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채권의 원금은 63억 7천여만 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잘못 보냈다던 서류에 기재된 채권원금과 일치합니다.

[유병우 GS칼텍스 영업지원팀 부장]

(원금이 왜 틀립니까? 그러면 법원에 제출한 채권원금이 틀리다는 이야기입니까?)

"아니요. 법원에 제출한 게 맞아요.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암튼 담당자가 숫자 타이핑 할 때 잘못 적은 것 같습니다."

GS칼텍스와 김남열 씨 간에 체결된 석유공급계약서와 현금융자계약서들입니다.

중요한 부분은 모두 괄호로 되어 있습니다. 연체 이자율 항목입니다. 16%, 17%, 22%, 25%.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GS칼텍스측은 김남열 씨가 98년 1월 3일 새로 연체이자율 25%에 석유공급계약을 일괄 체결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계약서는 특이하게도 주유소 이름이 명기되어있지 않고 을 란에는 그냥 김남열 씨의 이름만 적혀 있습니다. 다른 계약서와는 달리 계약 당사자의 주소나 주민번호도 기재 되어 있지 않습니다.

GS칼텍스는 이 계약서를 통해 당시 김 씨의 주유소 5곳 모두에 연체이자율 25%가 적용됐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당시 김남열 씨 소유의 두 개의 주유소는 이미 석유 공급계약을 GS칼텍스 측과 맺고 있었습니다. 일 년의 계약기간도 유효한 시점이었습니다. 연체이자율도 25%보다는 8%나 낮은 17%여서 김 씨가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유병우 GS칼텍스 영업지원팀 부장]

(김남열 씨가 그 때 주유소를 전부 25%로 계약을 했다라는 증거가 있어요?)

"여기 계약서가 있잖아요. 이름도 있고, 도장도 있고."

(5개의 주유소라는 주유소 명칭이 없잖아요?)

"여기 명칭을 뭐 하러 부기합니까? 김남열이 5개를 하든 10개를 하든 김남열인데…"

(우리나라에 김남열이 몇 명입니까?)

GS칼텍스는 25%의 연체이자율이 적용된 계약서가 진짜 계약서가 맞다가 주장했지만 뉴스타파 취재진이 GS칼텍스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들이밀자 말을 바꿨습니다. 당시 GS는 연 2할, 즉 20%의 비율로 계산한 연체이자를 물어내라고 법원에 지급명령을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연체이자액수 는 150여 원에서 82억 원으로 뚝 떨어집니다.

[유병우 GS칼텍스 영업지원팀 부장]

"20퍼센트요."

(20퍼센트요? 20퍼센트로 계산한 게 맞다. 150억 원은 틀렸다.)

"예, 앞에 것은 틀렸고요."

(일차 인터뷰 때는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건가요?)

"확인을 잘 안해 보고 단순히 저는 많은 것이 맞는 건지 알고 답변을 했었는데…"

사실 GS칼텍스가 연체이자율을 어떻게 정하든 민사상으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있는 이 조항 때문입니다.

채권자인 갑이 마음대로 연체이자율을 높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유병우 GS칼텍스 영업지원팀 부장]

"우리가 계약서에 있는 이자율만 썼지 이 후에 아시다시피 이자율을 변동할 수 있다고 했지. 우리가 일방적인 게 아니고 우리가 했을 때 김남열 사장도 계약서 날인할 때에 동의를 한 것이다 이런 뜻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갑인 정유사가 을인 주유소를 상대로 연체이자율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조항은 공정거래법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진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

"계약서에 근거해서 그런 행위를 했잖아요. 사법(私法)적으로 효력을 없애버리는 무효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현행법이나 판례로 비추어 봤을 때.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그런 행위가 거래 상의 지위를 남용해서 경제적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이냐는 것은 별도의 문제라는 것이죠. 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이렇게 일방적으로 자기한테 유리하게 경쟁하는 것이 공법(公法)상으로 적법하냐 위법하냐의 문제는 공정거래법의 영역인거죠."

지난 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GS칼텍스는 매출액 47조 8천억 원, 순이익 7천3백억 원을 기록하며 주주들에게 배당금만 2천 9백여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기업에 대한 사회의 기대를 충족하고 스스로 책임을 다하는 것은 기업시민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는 GS칼텍스. GS칼텍스는 모든 것을 법에 맞게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GS칼텍스의 계산법이 과연 사회 기대를 충족하는 기업윤리일까요?

[이상훈 GS칼텍스 홍보팀장]

(이게 기업윤리적으로 올바른 것입니까?)

"네,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갑이 을에게 어떤 이자를 마음대로 변동시킬 수 있는 계약서가 상생의 계약서입니까?)

"예, 서로 약속을 지켜갈 수 있는 게 상생이라고 생각합니다."

GS칼텍스는 현재도 임의로 연체이자율을 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도 GS칼텍스가 주유소 사장들에게 받고 있는 연체이자율은 12.5% 정도라고 합니다.

현재 GS칼텍스가 사용하고 있는 계약서에는 여전히 김남열 씨와의 계약서에 있던 조항과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GS칼텍스는 시중은행금리의 변동을 고려해 이자율을 변경할 수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 시대 갑의 계산법입니다.

뉴스타파 최경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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