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홍보라는게 그런 거 아닙니까"

2015년 04월 27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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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국토교통부는 <201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관련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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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사들은 이 보도자료를 성실히 받아 썼습니다. 다만 정부의 보도자료에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30만 감소나 1인당 주거면적 증가 등 주거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내용이 제목으로 등장한 반면 주요 방송과 신문은 그 밑에 있는 월세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전세→월세 전환 가속화…이사 더 '자주’ 다녀 - mbc (4.15) 지난해 전·월세 중 월세 비중 55% - kbs (4.15) 주택 월세 비중 55%로 역대 최고…임대료 부담 증가 - sbs (4.15) 처음으로 집 사기까지 6.9年 걸려… 전체 세입자 가구 중 월세는 55% - 조선일보 (4.16) 세입자 주거비 부담 소득 대비 20.3%, 2006년 이후 가장 높아 - 중앙일보 (4.16) 월소득 20.3%를 전-월세로 지출 ‘사상 최고’ - 동아일보 (4.16)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사람들이 이사를 많이 다닌다는 통계적 사실은 국민들의 주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201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보도자료를 통해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려 했고, 언론사들은 자료 내용을 통해 그나마 현재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려 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 자료를 받아쓴 언론사들이 놓친 부분, 질문을 던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는 표본으로 추출된 전국 2만 가구를 석달간 개별로 면접조사해 격년 간격으로 발표하는 대규모의 설문조사입니다. 비용만 최소 수 억 원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15일 보도자료에 ‘주거실태조사’의 전체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최종 연구보고서나 마이크로 데이터는 함께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11쪽 분량의 보도자료만 나왔지요. 국토부는 보도자료 말미에 "8일 뒤인 23일 최종 연구보고서 및 마이크로 데이터를 주거누리를 통하여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왜 자세한 데이터를 보도자료와 함께 공개하지 않고 8일 뒤에나 공개한다고 했을까요?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에 단지 “제대로 준비가 안 돼서”라고 해명했습니다.

‘주거실태조사’에서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은 집값 추이나 동향일 것입니다.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가, 또는 내 소득수준에 비해 집값은 적정한가” 등이 주요 관심사이죠. 그런데 15일자 국토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 ‘주거비’ 관련 부문이 네 번째로 밀려나 있습니다. 게다가 '연소득 대비 주택 구입배수’, 즉 PIR(Price to Income)이 4.7배로 2012년의 5.1배에 비해 감소했다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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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R은 EU집행위원회내 공동연구센터 산하 7대 연구기관 가운데 하나인 IPSC의 정의에 따르면 ‘주택시장의 중간값을 연간 가구 총소득의 중간값으로 나눈 값”을 의미합니다. 중간 정도 주택의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는 기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주택 구입 가능 여부에 대한 지표로 주로 사용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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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토부의 발표대로 PIR이 4.7배라면,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4.7년만 모으면 한국에서 어지간한 집을 산다는 것인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아닙니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어림짐작으로도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자세히 보니 국토부가 구한 PIR 4.7배는 ‘자가가구의 전국기준 PIR’이었습니다. 전국에 있는 자가가구, 즉 현재 주택을 소유한 가구를 기준으로 그들의 연간 총소득으로 주택가격을 나눠보니 4.7배가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조금 황당합니다. 유주택자라면 대개 무주택자보다 소득이 높을 것이고 그럼 분모가 커지니 배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지요.

더구나 주택 시장의 풍향계가 되는 서울이나 수도권의 PIR은 따로 보도자료에 들어 있지도 않고 오직 '자가가구의 전국 기준’ PIR만 표기를 해놨습니다. 보도자료가 나올 시점에 지역별로 나눠진 마이크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았을 리는 만무한데 이걸 굳이 전국 기준으로만 통계를 내고 서울이나 수도권은 따로 PIR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성이 짙어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자가가구를 분모로 놓고, 상대적으로 주택값이 낮은 전국기준을 분자로 놓아 최대한 PIR을 낮춘 결과를 의도적으로 도출해 낸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PIR은 앞서 말한대로 앞으로의 주택 구입 가능여부에 대한 지표로 사용하는데, 이미 집을 보유한 가구를 기준으로 PIR을 구해서 보도자료에 넣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뉴스타파는 그래서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뒤늦게 공개한 마이크로 데이터를 가지고 서울과 수도권의 PIR을 구해봤습니다.

서울 주택의 중간값은 3억 5천만원, 서울 전체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 가구의 중간값은 월 300만원이었습니다.이를 기준으로 서울지역의 연소득대비 주택구입배수(PIR)을 구하니 9.72배가 나옵니다. 서울 아파트의 중간값은 4억원, 이를 기준으로 PIR을 구하니 11.1배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서울에서 연 소득이 중간 정도에 위치한 가구가 값으로 따져 중간 정도 가는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선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11년 이상 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수도권 주택을 구해보니 6.38배가 나왔고,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는 7.77배로 나타났습니다. 4가지 수치 모두 국토부가 보도자료에서 주거비 부담의 기준으로 제시한 자가가구의 전국기준 PIR 4.7배와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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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왜 주거비 부담만 유독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의 통계를 따로 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동안 국토부는 자가가구 기준으로 PIR을 구해왔다며 “사실 발표하는 입장에서도 주거비 부담을 말하는 게 불편하다. 주거비 부담이 내려갔거나 하면 좋은데...홍보라는 게 그런 거 아닙니까? 잘 된 거 보도하고, 잘 안 된 거는 감추고 싶은데…”라고 말했습니다. 이 국토부 관계자는 자신의 목소리가 뉴스타파를 통해 방송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글쎄요. 격년에 한 번씩 수만 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수억 원이상의 돈을 들여 집계하는 정부의 공식통계를 이렇게 ‘마사지'하는 게 정상적인 정부의 홍보 활동일까요? 국민들에게 이미지만 좋게 포장하려는 정부가 실체적인 성과를 거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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