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제 하면 재개발 비리 없어지나?

2022년 01월 25일 13시 45분

재건축·재개발은 부정비리가 정말로 많습니다. 그런데 그걸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공공관리제라는 걸 도입하면 됩니다. 대신 공공이 비용을 부담해주는 것이죠. 참여는 주민이 하는 것이고, 관리는 행정기관, 주로 기초지방정부가 될텐데 공직자들과 위임받은 특정 집단이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시공사 선정을 대신해주면 부정비리 소지가 매우 적어지고 속도가 매우 빨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 (노후아파트 현장 방문 및 정책 간담회, 2022.1.13) 
지난 1월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 1월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용적률 400% 상향 ▲안전진단 기준 개선▲공공재개발 추가 인센티브 등의 재건축·재개발 공약을 발표했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노원구에서 지역 주민들과 가진 정책간담회 자리에서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재건축·재개발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공관리제 확대'를 언급했다.
공공관리제는 재건축·재개발 추진위원회부터 정비사업자 선정, 시공사 선정까지 모든 과정에 관할구청이 공공관리자로 참여해 사업을 진행하는 제도다. 사업과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건설사간 담합이나 과열 경쟁, 민간 조합 비리를 막자는 취지로 2010년경 서울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 후보는 “공공관리제는 지방정부가 관리하고, 위임받은 특정집단이 조합 집행부 역할을 대신하는 제도다. 부정비리 소지가 매우 적어지고 속도가 매우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 시행에 부조리가 많다. 사후처벌로는 한계가 있다. 사전적으로 그런 여지가 없게 하는 방법이 공공관리제도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의 말처럼, 공공관리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비리를 없앨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뉴스타파는 지난 2010년부터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도입된 공공관리제의 운영 실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공공관리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조합 비리는 끊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지적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공관리제, 사실상 유명무실...조합 비리 이어져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아파트. 
공공관리제는 2010년 7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시내 사업 현장에 적용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오 시장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의 부정부패 고리를 끊고,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낮추는 동시에 사업속도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공관리제는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10년 9월, 공공관리제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한남5구역은 서울시의 공공관리 기준을 어기고 임의로 정비업체를 선정해 업무정지 명령을 받고 고발당했다. 이후 한남 5구역은 10년 넘게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공공관리제로 진행된 서울 강남의 대치국제아파트 재건축조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2년 정비사업관리자가 관련자들에게 9000만 원의 뇌물을 받아 지난 2021년 1심에서 유죄형을 받았다. 정비개발사업자에게 뇌물죄가 적용된 사례였다. 
역시 공공관리제도로 진행된 서울 서초구 반포1단지(1·2·4주구)는 2017년 9월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조합 관계자에게 청탁 명목으로 5억 5000만 원을 건네는 등 문제가 확인(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돼 문제가 됐다. 현대건설 임직원과 협력사 관계자 등 무려 9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 무효 소송을 벌이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8월 서초우성3차는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건설사 홍보요원들이 식사대접과 선물증정 등의 홍보활동을 벌이다 서초구청에서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경기도 사정도 비슷했다. 공공관리제로 진행된 경기도 수원시 영통2구역에서도 금품 비리가 벌어졌다.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가 가구당 이사비 1000만 원을 무상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것이 문제가 됐다. 건설사가 조합원의 이사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공공관리제가 재건축·재개발 비리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국토연구원은 <도시정비사업의 공공관리 확대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공공관리제도가 제도적 완결성이 부족해 유명무실한 제도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최진도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정비 사업은 민간 사업자 중심이기 때문에 공공관리제도로 인해 지자체의 무리한 간섭시 민간의 반발이 유발된다. 공공의 무리한 간섭과 감독은 건설사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공공관리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공공관리제도 추진 전담인력 확보, ​▲공공 및 민간합동의 정비사업위원회 제도의 도입,​ ▲사업지별 전담 코디네이터 배정 의무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제작진
취재강민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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