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교회 지인’ 소송에서 위조 증거 제출

2023년 03월 03일 16시 00분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KTX 울산역 인근 땅을 판 김 모 씨의 부동산 세금 관련 소송에서 ‘위조 증거’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김 후보는 증거가 위조된 사실을 알고도 김 씨의 탈세를 도왔을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 측은 “20여 년 전의 소송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김기현 변호사, 김 씨의 8천만 원 부동산 양도소득세 소송

앞서 김 후보가 김 씨의 차명 부동산 환수 소송을 대리한 사실을 보도한 뉴스타파는 김 후보가 김 씨를 변호한 또 다른 소송 내용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김 씨는 8,200여만 원의 양도소득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며 2000년 11월 울산세무서를 상대로 울산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울산지법 2000구2344). 역시 김기현 변호사가 김 씨를 대리한 것으로 나온다. 
이 사건의 발단은 김 씨 측이 1998년 5월 울산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의 2개 필지 1691제곱미터(512평)의 지분 2분의 1을 5억 2천여만 원에 박 모 씨에게 매도한 거래이다. 같은 해 7월 김 씨 측은 원래 매입가보다 2억 1천만 원가량 비싼 가격에 토지 지분을 넘긴 사실을 신고한다. 그러면서 당시 세금 감면법에 따라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며 울산세무서에 양도소득세 면제 신청을 한다. 그러나 울산세무서는 김 씨의 거래가 감면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며 총 8,200만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고 이에 반발한 김 씨가 김기현 당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재판의 쟁점은 김 씨 측이 법에서 정한 세금 감면 대상에 부합하는지 여부였다. 당시 조세감면규제법에서는 1999년 12월까지 법인의 주주가 법인에 자산을 양도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고 있었다. 당시 IMF 외환위기 사태 후폭풍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요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출자에 나서라는 취지다. 김 씨는 본인 또한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는데, 박 모 씨 측에게 토지 지분을 넘기기 이전인 1998년 1월에 이미 본인이 대주주로 있는 C 건설에 지분을 증여했다는 것이다. 
김 씨와 당시 김기현 변호사, 즉 원고 측은 증거물로 △김 씨가 C건설에 토지 지분을 넘긴다는 부동산 헌납 증서, △법인의 토지 장부 격인 대체전표, △토지 지분 매매 계약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법원 “위조 및 허위 조작 증거”

그러나 심리 결과 재판부는 해당 증거물들이 위조 및 허위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김 씨와 박 씨의 거래가 있었던 1998년 5월 이전에 해당 토지의 필지는 합쳐졌다가 쪼개지기를 반복했는데, 김 씨가 제출한 문서들에는 당시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필지를 거래한 것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거래와 연관된 필지는 1499-143(이하 ①필지), 1499-145(이하  ②필지), 1499-215(이하 ③필지) 등 3개 필지이다. 다른 증거 기록에 따르면 1998년 4월 20일 당시 1,070㎡였던 ①필지와 621㎡ ②필지가 ①필지로 합병(1,691㎡) 된다. 이어서 5월 4일 ①필지의 1,691㎡ 중 1,129㎡가 쪼개져 ③필지가 된다. 쉽게 말해 ③필지는 ①필지와 ②필지가 4월 20일 합쳐졌다가 5월 4일 다시 쪼개지면서 비로소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고 측이 제출한 △1998년 1월 11일 자 부동산 헌납 증서에는 김 씨가 ①필지와 ③필지를 C건설에 증여한다고 기록돼 있었다. 증거에 기록된 날짜엔 존재하지도 않던 ③필지를 증여했다고 기록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제출한 부동산 헌납 증서가 “진실에 부합되게 작성된 것이라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원고 측이 제출한 △대체전표 역시 허위 조작 증거로 판명 났다.  C건설은 1998년 5월 이후 H유통으로 상호를 변경했는데, 원고가 제출한 1998년 1월 대체전표는 C 건설이 아니라 H유통의 대체전표였다. 재판부는 “이것 역시 1998년 5월 1일 이후 작성된 것으로 허위 문서”라고 명시했다. 
핵심 증거 세 번째로 원고 측이 제출한 △토지 지분 매매 계약서에도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 계약서의 매매 당사자가 김 씨와 박 씨가 아니라 (계약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H유통과 박 씨로 기재돼 있는 점을 가리켜 “앞서 위조된 것으로 판단되는 증거물에 비추어 양도소득세 감면 신청이 거부되자 그 이후에 김 씨 등에 의해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원고 측이 세금을 피하려 증거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2001년 5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김기현 측 “오래전 사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워”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원고 김 씨가 탈세를 목적으로 증거물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위조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라며 “다만 김기현 당시 변호사가 이런 사실을 알거나 개입했다는 근거는 명확하지 않아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후보가 김 씨가 준비한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위조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 재판부가 해당 증거물들이 위조 내지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단한 근거는 다름 아닌 원고가 제출한 증거(갑제)였다. 제출한 전체 증거만 꼼꼼히 살펴봤어도 위조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보도한 대로 김기현 후보와 김 씨는 단순한 사건 의뢰인 이상이었다. 김 후보가 1994년 김 씨로부터 매수한 토지에 건물을 지어 큰 이익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된  KTX 인근 땅 의혹과 관련한 해명에서도 김 후보는 “건설업을 하던 교회 지인으로 IMF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라고 밝혀 김 씨의 사정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후보 측은 현재로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뉴스타파 질의를 회피했다. 김기현 당 대표 선거 캠프 관계자는 “전당대회와는 무관하게 김기현이라는 인물의 부적절한 측면만을 제기하는 것 같다"라며 불쾌감을 표하면서도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20여 년 전의 일을 일일이 확인하고 답변할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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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신영철
편집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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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