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안전

[세월호 CCTV 의혹 검증③] DVR 수거 영상도 조작됐나

2019년 08월 21일 07시 57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3월 28일 ‘조사 내용 중간발표’라는 형식으로 ‘세월호 CCTV DVR 관련 중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두 달여 뒤에 수거됐다던 DVR, 즉 CCTV 영상 저장장치가 실은 한참 전에 수거돼 내부 데이터가 편집됐고, 수거를 했다는 당일엔 껍데기 뿐인 장비를 물속에서 건지는 시늉만 한 뒤 다시 원래의 DVR과 뒤바꿔 검찰에 제출했다”는, 이른바 ‘세월호 DVR 바꿔치기 의혹’이었습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해군과 해경은 구조 무능을 넘어 증거 조작이라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는 얘기가 되고, 세월호 진상규명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5년 간 세월호 관련 탐사보도를 멈춘 적 없는 뉴스타파로서는 심층취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 뉴스타파는 사참위가 제기한 의혹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배경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건 바로 바로 세월호 CCTV가 꺼진 정확한 시점과 이유, 그리고 복원된 영상의 조작 여부입니다. 이 의문들은 참사 5년이 지나도록 명쾌히 설명되지 못해 왔고, 사참위 역시 이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DVR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게 됐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세월호 CCTV에 대한 모든 의문과 의혹들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취재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지난 수 개월에 걸쳐 탐사취재를 벌였으며, 그 결과물을 사흘에 걸쳐 집중 보도합니다.

[세월호 CCTV 의혹 검증 연속보도]
① DVR은 언제, 왜 꺼졌나
② ‘DVR 바꿔치기’, 과연 가능했나
③ DVR 수거 영상도 조작됐나

뉴스타파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지난 3월 제기했던 이른바 ‘DVR 바꿔치기 의혹’을 검증해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당시 사참위가 제기한 중요한 의혹은 또 있었다. 세월호 DVR 수거 장면이 담긴 수중영상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편집해 세월호 특조위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DVR 수거 영상 편집·조작 의혹’의 배경

먼저 사참위가 DVR 수거 영상 편집·조작 의혹을 제기한 이유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지난 2015년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해경을 상대로 세월호 선체 수색 수중영상 일체를 제출받았다. 여기에는 2014년 6월 22일 밤 세월호 DVR을 발견해 직접 건져올린 해군 잠수사의 이름이 기재된 2개의 영상 클립이 포함돼 있었다.

▲2014년 6월 24일 해군 잠수사가 가족들에게 DVR 수거 수중영상을 보여주는 모습 (출처: 416기록단)

그런데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사참위는 DVR 수거와 관련된 또 다른 영상을 입수했다. 2014년 당시 유가족들의 협조를 받아 언딘리베로호 위에서 촬영하고 있던 416기록단의 영상이었다.

세월호 DVR 수거 이틀 뒤인 2014년 6월 24일,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이 바지선을 찾아와 DVR 수거 장면이 담긴 영상을 시청하면서 해당 영상을 찍은 잠수사에게 직접 설명을 듣는 장면이 416기록단의 카메라에 담겼다. 그런데 416기록단의 영상을 보면, DVR 수거 영상을 재생시키기 위해 장비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모니터 상에 DVR 수거 영상의 정보가 노출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모니터 상에는 DVR 수거 영상이 단일한 클립의 34분 54초로 나타났다. 즉, 34분 54초 동안 끊지 않고 촬영된 하나의 영상 파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2015년 해경이 특조위에 제출한 영상은 각각 26분 35초와 8분 25초 분량의 클립 2개였다. 사참위는 원래 하나였던 파일이 2개로 나눠져 제출된 것 자체가 편집의 흔적이라고 판단했다.

▲해경이 1기 특조위에 제출한 2개의 DVR 수거 수중영상 클립

더구나 앞부분에 해당하는 26분 35초 영상 클립은 사참위의 분석 결과 DVR을 수거한 잠수사가 아니라 전혀 다른 잠수사의 수중영상이었다. 사참위는 해군 또는 해경이 의도적으로 영상을 바꿔서 제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판단했다.

▲ ‘26분 영상’(왼쪽)과 ‘8분 영상’(오른쪽) 속 서로 다른 잠수사의 장갑. 이런 사실들을 근거로 사참위는 ‘26분 영상’이 2014년 6월 22일 DVR 인양 당시 촬영된 영상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또한 사참위는 416기록단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바지선 모니터상에 재생되고 있는 영상은 컬러로 보이는데 반해, 실제로 제출된 영상은 ‘저화질 흑백’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화질을 떨어뜨려 제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도 판단했다.

여기에, 해경과 민간 잠수사 영상 대부분에는 잠수사와 바지선상 감독관 사이의 통신 내용을 포함한 오디오가 담겨 있는 반면, 해군의 DVR 수거 영상에는 오디오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점 또한 의도적인 편집의 흔적이라는 것이 사참위의 판단이었다.

해군과 해경은 26분 35초 영상이 다른 잠수사의 수중영상이라는 점은 시인했지만, 어떤 경위로 영상이 바뀌게 된 것인지도, 실제 DVR 수거 장면이 담긴 앞 부분 영상은 어디에 있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해군은 “모든 수중영상을 그 당시에 해경에 넘겼다”, 해경은 “해군에게서 받은 수중영상 전체를 모두 그대로 특조위에 제출했다”는 답변만 반복했을 뿐이었다. 화질과 오디오 편집 의혹에 대해서도 적절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6월 22일 촬영된 DVR 인양 수중영상이 실제로 편집·조작됐는지, 그리고 해군이 수중영상을 찍어 해경에 전달하고 이것을 다시 해경이 특조위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처음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해경이 특조위에 제출했던 전체 수중영상들은 물론, 해군이 보유만 한 채 제출하지 않고 있던 수중영상들까지 모두 입수해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당시 해군이 수중영상을 녹화한 장비와 운용 방식도 모두 확인했다.

‘고화질 컬러 영상’이 ‘저화질 흑백 영상’으로 조작·편집됐나?

2014년 6월 24일, 해군이 바지선상에서 유가족들에게 DVR 수거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 장면은 416기록단이 촬영한 것이다. 한낮에 바다 한가운데서 촬영된 탓에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모니터 위에 주변 사물들이 반사되고 있다. (위 첫 번째 사진) 일단 이것만으로는 DVR 수거 영상이 원래부터 흑백이었는지 아니면 컬러였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해경이 특조위에 제출했던 모든 수중영상 파일들을 해군과 해경, 민간 잠수사의 것으로 분류해 봤다. 그 결과, 해경과 민간 잠수사의 수중영상은 모두 컬러인 반면, 해군 영상들은 컬러와 흑백이 뒤섞여 있었다.

▲컬러와 흑백이 뒤섞여 있는 해군 수중영상들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뉴스타파는 해군이 이 수중영상들을 녹화한 장비들부터 확인했다. 당시 현장 영상과 사진들을 검토한 결과, 해군이 운용한 잠수영상 기록장치는 두 세트였다. 각 세트는 잠수사 헬멧의 카메라(헤드 카메라), 녹화장치 본체에 해당하는 콘솔, 내장 하드와 DVD 레코더, 그리고 외장 DVD 레코더로 구성돼 있었다.

각 세부 장비들의 모델과 사양을 일일이 확인해 본 결과, 최초로 영상을 포착하는 헤드카메라는 컬러로 촬영되지만 해상도는 SD급이었다. 해군이 찍은 영상은 애초에 고화질로 촬영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군이 사용한 카메라는 비록 저화질이긴 해도 분명히 컬러로 촬영되는 장비였다. 그런데 특조위에 제출된 영상들은 컬러와 흑백이 뒤섞여 있었다. 이유는 뭘까.

취재 결과, 당시 해군 잠수영상 기록장치 두 세트 가운데 한 세트는 컬러영상 출력 단자가 불량 상태였고, 이에 따라 부득이 흑백 출력 단자를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 잠수영상 기록장치 뒷면. 중앙의 컬러영상 출력 단자 대신 흑백 단자(Y)가 사용됐다.

따라서 카메라에 포착된 영상이 내장 하드에는 컬러로 저장됐지만, 이 영상을 외부로 출력할 때, 즉 모니터로 재생하거나 다른 장비를 통해 복사할 때는 흑백 영상으로 전환됐다. 해군의 장비 두 세트 가운데 한 세트에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해군의 영상이 일부는 컬러, 일부는 흑백으로 제출된 것이다.

문제의 세월호 DVR 수거 수중영상도 컬러 영상 출력 단자가 불량이었던 장비를 통해 녹화됐다. 이 때문에 당시 바지선상에서 모니터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보여준 DVR 수거 수중영상도, 나중에 DVD에 담아 해경에 넘긴 영상도 모두 흑백일 수밖에 없었다.

잠수사-감독관 교신음 지우고 제출했나?

해군이 해경을 통해 특조위에 제출한 DVR 수거 영상에는 소리가 없다. 사참위는 잠수사와 바지선상 감독관 사이의 교신 내용을 감추기 위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오디오를 삭제했다고 판단했다.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당시 바지선 현장에서 사용된 해군의 녹화장치 사진들을 검토해 봤다.

잠수사 헬멧과 바지선 위를 연결하는 두꺼운 선은 세 가닥의 라인으로 구성된다. 공기주입선과 카메라 영상선, 그리고 통신선이다. 아래 현장 사진에서 녹색 라인이 통신선인데 콘솔과 제대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렇게 연결되면 잠수사와 감독관 사이에 실시간 교신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콘솔 앞면을 보면 오디오 입력 단자에는 아무 것도 연결돼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는 잠수사와 감독관 사이의 교신음이 내장 하드에 저장되는 영상 속에 들어갈 수가 없게 된다.

▲2014년 당시 세월호 수중수색 현장 사진. 해군 잠수사와 헬멧의 통신선(위)이 콘솔과 정상적으로 연결(아래)돼 있지만 오디오 입력단자는 비어 있다.

실제로 해군이 제출한 수중영상을 전수 검토해 본 결과, 모두 오디오가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당시 해군은 모든 잠수영상에 대해서 오디오 입력 단자를 연결하지 않은 채로 녹화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월호 DVR 수거 영상에서 사후에 의도적으로 오디오를 삭제했다는 사참위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34분 54초 영상을 의도적으로 둘로 쪼개 제출했나?

그렇다면 처음 해군 장비에 녹화됐던 34분 54초 길이의 단일한 DVR 수거 수중영상이 26분 35초와 과 8분 25초로 나뉘어 제출된 이유는 뭘까. 취재 결과, 이 역시 장치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해군이 사용한 잠수영상 기록장치는 수중영상을 녹화할 때 내장 하드나 내장 DVD 레코더 중 한 쪽만을 선택해 저장시킬 수 있었다. 당시 해군은 일단 모든 수중영상을 내장 하드에 저장한 뒤, 핵심적인 수중수색 장면들을 외장 DVD 레코더로 복사해 디스크 형태로 해경에 넘겼다.

▲해군이 수중영상을 녹화해 해경에게 전달한 과정

그런데 DVD 영상 파일은 ‘자동 분할’이라는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영상의 용량이 1기가바이트(GB)를 넘어가게 되면 파일이 자동으로 분할되어 여러 개의 클립들이 생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해군의 수중영상들을 모두 확인해본 결과, 한 차례 수중수색 장면이 두세 개의 영상 클립으로 분리돼 저장돼 있는 것이 상당수 존재했고, 이때 각 클립의 용량은 모두 1기가바이트(GB)를 넘지 않았다.

▲동일한 제목의 해군 수중영상이 0.99GB(위)와 875MB(아래)로 쪼개져 저장된 다른 사례

따라서 세월호 DVR 수거 수중영상도 사참위의 판단처럼 사후에 의도적 편집을 통해 둘로 쪼갠 것이 아니라 외장 DVD 레코더로 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분할돼 저장됐던 것이다.

엉뚱한 잠수사 영상으로 고의로 바꿔서 제출했나?

그렇다면 분할된 영상 중 앞부분 26분 35초 영상이 다른 잠수사의 것으로 바뀌어 있던 건 어떻게 된 일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뉴스타파는 2014년 세월호 선체 수중수색 당시 녹화된 모든 영상들을 입수해 전수 분석했다.

먼저 해경이 특조위에 제출했던 수중영상들은 모두 2.1테라바이트(TB) 분량으로, 해경과 해군, 민간 잠수사가 촬영한 수중영상을 모두 모아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수천 개의 영상 클립들이 수십 개의 폴더 속에 무질서하게 담겨 있었는데, 동일한 영상들이 중복 저장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취재진은 중복된 영상들을 일일이 찾아내 걸러냈고, 고유한 영상 클립은 모두 3,003개로 정리됐다. 그런데 이 가운데는 수중수색 장면이 아닌 바지선 위의 상황만 촬영된 것들도 많았다. 이 영상들을 제외하고 나니 순수한 수중영상은 2,750개. 하지만 이 속에도 2016년 6월 22일 밤 세월호 DVR 수거 수중영상의 진짜 앞부분인 26분 35초 클립이 없었다.

그런데 현재 남아 있는 그 당시 수중영상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해군의 녹화장치 두 세트 속에 아직도 상당한 분량의 수중영상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장비들은 현재 각각 평택과 진해 해군기지에 보관돼 있었다.

뉴스타파는 한 국회의원실을 통해 해군으로부터 두 장치세트 속에 남아 있는 수중영상 일체를 입수했다. 모두 84개 DVD에 담긴 281개 수중영상 클립이 추가로 확보됐다. 일일이 확인해 봤지만 여기에도 역시 사라진 26분 35초 영상은 없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해군 잠수영상 기록장치 2세트 속 281건의 추가 DVD 영상 파일

그렇다면 해군이나 해경이 이 26분 35초 영상 클립을 의도적으로 없애버린 걸까.

뉴스타파는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의 모든 수중수색 내역이 담긴 잠수기록지를 입수해, 확보된 수중영상들 전체와 일일이 대조해 봤다. 잠수기록지에 기록된 총 잠수 횟수는 3,139번이었는데, 이 가운데 수중영상이 존재하는 건 불과 580번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전체 잠수 회차 가운데 80% 이상은 수중영상 기록이 아예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날짜를 기준으로 하면 총 7개월의 수중수색 기간 중 55일치의 수중영상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남아 있는 수중영상들도 관리 상태가 엉망이었다.

6월 28일 5층 선수 좌현 CR7 구역을 수색했다는 수중영상의 경우, 이 영상이 담겨 있는 상위 폴더에는 9월 12일 영상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런 식으로 파일명과 상위 폴더의 정보가 서로 맞지 않는 영상이 무려 217건에 달했다.

수색 날짜의 연도 정보가 엉뚱하게도 2017년으로 기재돼 있는 것도 7건 확인됐다.

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7월 28일 3층 선미 우현 수색 장면이라고 기재된 수중영상의 경우, 다른 폴더 속에 동일한 수중영상 클립이 존재했는데 파일명에는 7월 30일 3층 선미 우현 객실 통로를 수색한 영상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이런 식으로 똑같은 영상 파일을 다른 이름으로 각각 저장해 놓은 경우가 모두 16건 확인됐다.

▲똑같은 수중영상 클립을 서로 다른 파일명으로 저장해 놓은 사례

추가로 입수된 해군 수중영상 281건은 상태가 더 심각했다. 수색 날짜와 장소 정보가 아예 기재돼 있지 않았다. 취재진이 일일이 재생해본 끝에 잠수기록지와 일치하는 영상을 불과 9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9건은 기존에 해군이 해경에게 전달한 뒤 특조위로 제출된 영상들 속엔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추가 입수한 해군 수중영상 281건 대부분은 수색 날짜와 장소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정리하면, 해경과 해군이 제출한 수중영상들은 전체 잠수 횟수 대비 20%도 못 되는 분량인데다, 그마저도 시간과 장소 등 세부 정보가 잘못 기재된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오류들은 특히 해군 수중영상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는데, 이 역시 해군이 운용한 잠수영상 기록장치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해경과 민간잠수사 영상은 고프로 장비로 촬영돼 직접 영상 정보를 입력한 뒤 해경에게 메모리 카드만 넘겨주면 쉽게 복사가 됐던 반면, 해군의 장비로 녹화된 영상들은 외장 DVD 레코더로 복사해 디스크 형태로 해경에게 전달해야 했다. 그런데 앞서 설명했듯이 DVD 파일은 하나의 수중영상이 여러 개로 자동 분할되는데다, 이때 각 파일의 명칭도 VTS 001, VTS 002, VTS003 형식으로 자동 생성돼 정렬된다. 그래서 DVD 복사를 마친 뒤 각 영상 클립들을 잠수기록지와 일일이 대조해서 세부 정보를 입력해 줘야만 했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했던 수많은 오류들이 발생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세월호 DVR을 수거한 해군 잠수사의 이름이 기재된 26분 35초 영상이 실제로는 다른 잠수사의 영상이었고, 결국 본래의 영상은 현재 남아 있지 않게 된 것 역시 이런 수많은 오류들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

생산·관리 부실했던 수중영상...편집·조작으로 성급한 확대 해석

해군과 해경은 당시 수중영상에 대한 관리가 상당히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는 잠수사의 수중영상을 녹화하고 관리해본 전례가 없어서 매뉴얼이나 전문 요원을 갖추지 못했던 탓에 빚어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해경 작업 관례상,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일을 했다는 홍보용으로 쓸 게 아닌 한 수중수색 영상 자체를 녹화해 뒀다가 다시 볼 필요성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수중영상을 저장하고 그걸 유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관리해 본 건 세월호 수중수색 때밖엔 없었던 거다.

해경 관계자

당시 수중작업 영상 촬영은 현장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조작업 관리와 잠수사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다만 해경의 요청에 따라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수중작업 진행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현장 요원들이 DVD로 옮겨서 제공했었던 것이다.

해군 관계자
▲2014년 7월~11월까지 언딘 바지선에서 수중촬영과 영상분석을 담당했던 구재모 교수

2014년 7월 중순부터 바지선 현장에 투입돼 수중영상 분석을 담당했던 한국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도 현장에서 본 해군과 해경의 영상 관리는 수준 이하였다고 평가했다.

제가 바지선에 도착한 7월 중순에는 해경이나 해군 중에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영상 자료를 관리할 수 있는 요원들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기존 자료들까지 우리 쪽으로 다 이관을 하도록 해서 우리가 다 정리하고 분석하고자 했지만, 실제로 모든 자료가 다 넘어온 것 같지는 않다.

구재모 한국영상대학교 촬영조명학과 교수

이처럼 생산과 관리 과정 전체가 부실하기 짝이 없던 해군과 해경의 영상들이 조사 활동의 기본 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되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게 기록관리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색 시간과 장소, 잠수사 이름 등 수중영상 자료의 핵심적 메타정보의 누락과 혼선이 대규모로 확인된 이 자료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조영삼 서울기록원장

시청각 기록을 생산할 때 기본적인 메타데이터를 만드는 이유는 차후에 이를 관리하고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는데 그에 대한 메타 데이터가 없거나 잘못 되어 있으면 그 기록물이 의미하는 바를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록은 있지만 기록으로서의 의의는 전혀 발휘할 수 없는 셈이 된다.

조영삼 서울기록원장

결국, 사참위는 세월호 수중수색 당시 해군과 해경의 영상 자료 생산과 관리 실태가 대단히 부실했던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의도적 편집 혹은 조작’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떤 기록물이든 생산 과정 상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료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자료의 생산 배경이나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즉, 특정한 기록 자체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한다고 할 때 그 전제는, 그 기록이 생산되는 환경이 어떠했느냐에 대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참위도 해경이 제출한 영상 자료들을 토대로 조사 활동을 할 때 해경이 그 기록을 생산하고 취합한 환경이 어땠는지를 함께 파악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조영삼 서울기록원장

뉴스타파는 사참위에 해군 잠수영상 기록장치의 특성과 수중영상 전수 분석 결과 등 취재 내용을 모두 전달하고, 이같은 부실 관리 실태에도 불구하고 DVR 수거 수중영상이 의도적 편집과 조작을 거쳐 제출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입장을 물었으나, 사참위는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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