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뇌물 혐의로 현대건설 수사
2024년 11월 14일 11시 00분
국제탐사보도언론인 협회가 메가톤급 조세피난처 탈세 자료를 폭로한 가운데 케이만 군도, 버진 아일랜드 등 OECD가 지정한 조세피난처 일곱 개 지역에 우리나라 34개 대기업의 현지 법인 160여 개가 설립돼 있다는 사실을 뉴스타파가 확인했다.
또 지난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의 기업이거나 아니면 세계 최대의 사기'라고 비판했던 케이만 군도 '어그랜드 하우스'에도 우리나라 대기업의 현지법인 4개사가 등록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회계감사원의 조사결과 '어그랜드 하우스'라는 이 작은 건물에는 무려 18,857개의 회사가 설립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가 기업공시 자료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케이만 군도 어그랜드의 4개 법인을 비롯해 코스피 상장 기업들 가운데 모두 34개 기업이 일곱 군데의 조세피난처에 현지법인 160여개를 두고 있으며, 모두 6조 5천여 억원의 자산 총액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자료 분석 결과 조세피난처에 가장 많은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은 SK로 나타났다. SK는 케이만 군도 등 5개 조세피난처 지역에 모두 59개의 현지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글로벌 비지니스 확대 과정에서 (조세 피난처 지역에) 현지 법인들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시아 담당은 "얼마나 많은 돈이 조세피난처에 흘러 들어가는지는 정확히 추정하기 힘들지만 한국의 대기업들이 조세피난처 활용에 있어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비판했다.
인구 2만 7천여 명, 우리나라로 치면 충청북도 진천읍 정도의 작은 마을인 카리브 연안 케이먼군도의 조지타운에는 어그랜드하우스라는 5층짜리 건물이 있습니다. 이 조그마한 건물에 무려 만 8천여 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세금 한 푼도 받지 않는 조세 피난처에 모여든 기업들인데요, 이들 기업들 가운데 과연 한국 기업들은 없었을까요? 최근 세계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조세 회피문제를 뉴스타파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먼저 최경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경영 기자>
미국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케이먼 군도의 한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이 건물에 수많은 유령회사를 만들었다며 탈세한 미국 기업들을 규탄합니다.
실제 미국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이 작은 건물을 주소지로 삼고 있는 기업이 무려 1만 8천 8백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건물의 이름은 어그랜드하우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세계 최대 기업이거나 아니면 세계 최대 사기라고 비꼬았던 바로 그 곳입니다.
뉴스타파는 한국의 일부 대기업들도 이 건물을 주소로 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는 단서를 잡았습니다.
어그랜드 하우스 연락처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봤습니다.
(이 주소에 등록된 한국 기업을 찾는데요?)
"잘못 거셨어요."
같은 주소의 다른 전화번호로 걸었습니다.
"잘못 거셨어요."
(거기 케이만 아닌가요?)
"여기 런던이에요."
또 다른 번호로 걸었으나 같은 답변입니다.
"여기는 런던이에요."
분명히 케이먼군도에 있는 어그랜드하우스의 공식 연락처로 전화를 했는데 모두 자신들의 위치를 감추고, 한국 관련 회사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기업 공시 자료 등을 통해 NHN, 동양, 하나금융지주, 한화, 현대 자동차 등이 이 건물에 종속회사를 등록해 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건물이 있는 케이먼군도 조지타운의 인구는 2만 7천여 명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곳에 왜 회사를 세웠을까?
NHN의 답변입니다.
[NHN 관계자]
"왜 하필 케이만이냐고 했을 때 아마 또 그거는 제가 알아봐야 하겠지만 중국합작단에서 케이만을 많이 통하고 중국기업들이 다 그 쪽으로 통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그 쪽에서 요구하지 않았을까…"
현대자동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
"처음부터 저희가 회사를 설립한 건 아니고요. 2004년에 중국 내 회사 사옥을 마련하기 위해서 기존에 미국계 부동산 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저희 종속회사로 편입된 경우입니다."
하나같이 조세회피 목적은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1만 8천여 개 기업이 들어있는 작은 건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유가 쉽게 납득되지는 않습니다.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정한 대표적 조세피난처는 케이먼 군도와 버진아일랜드 등 모두 7개 지역입니다.
뉴스타파는 이 일곱 군데 조세피난처에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현지 법인을 설립해 뒀는지 알아봤습니다.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공시 자료를 일일이 조사했습니다.
케이만 군도에 열 다섯 개 기업, 파나마에 열두 개, 마셜군도와 버진 아일랜드에 각각 여섯 개, 버뮤다에 세 개, 사이프러스에 두 개, 그리고 모리셔스에 한 개 등 모두 34개의 대기업이 확인됐습니다. 이들이 7개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현지법인 수는 모두 백 육십여 개로 집계됐습니다.
이곳에 투자한 것으로 신고 된 자산 총액은 모두 6조 5천여억 원. 한화가 1조 5천억 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한화는 지난 2008년 인수한 중국기업이 이미 조세 피난처에 법인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은 조세 회피 목적과는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화 관계자]
"회사를 저희가 2010년에 인수를 하면서 그 법인들을 그대로 그 지역에 가지고 있는 형태가 유지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 쉰 아홉개의 현지법인을 설립해 조세피난처에 가장 많은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SK는 현지에 모두 1조 4천억 원 가량의 자산을 투자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조세피난처에 왜 이렇게 많은 법인을 세웠는지 물어봤으나 SK 측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SK 관계자]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의 특성에 따라서 현지 법규라든지 자금 조달 문제 등이 다양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국가에 해외 법인을 설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조세피난처에 있는 59개 SK 현지 법인들의 이름을 보면 정상적인 회사 이름이라고 보기엔 힘든 것들도 많았습니다. 약속, 영원, 조화, 야망, 믿음, 용기, 희망, 열정 등의 단어가 법인 이름입니다. 모두 같은 건물 16층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모두 같은 주소입니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시아 담당]
"기업의 업태를 보면 더 연관성을 알 수 있는데요. 해운업, 에너지 개발 이게 가장 그 조세 피난처와 관련이 깊어요. 맨 처음에 생긴 조세피난처들도 주요 서비스 대상이 해운업하고 국제교육 그리고 에너지개발 회사들이에요."
조세 피난처에 종속회사를 설립한 우리 대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지 법인의 자산 총액을 아예 기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진해운은 자산총액이 오백만 원이라고 신고했고, LG전자는 자산 총액이 0원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기업 공시 자료만으론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조세 피난지역으로 흘러가는 지 알 수 없습니다. 공시 내용에 있는 액수는 엉터리일 가능성이 높고, 공시 자료를 통해 파악되는 페이퍼 컴퍼니의 숫자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비자금 반출이나 탈세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는 대부분 가, 차명으로 설립돼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시아 담당]
"어떤 세정 당국이 조사팀을 수 백명 동원해서 몇 개월을 파고 역외 탈세 케이스 큰 규모의 그거 하나 밝힐까 말까 한데…"
조세 피난처로 빠져나간 돈의 액수를 정확히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우리나라와 무역관계가 잦은 나라들도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들에 기업들이 돈을 빼 내가면 국세청이 불법 여부를 확인하기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국세청은 최근 조세 피난처에 설립된 우리나라의 페이퍼 컴퍼니가 무려 20만개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뉴스타파 최경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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