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성향 분석... 6명 중 5명이 '긴급조치는 위헌'
2024년 12월 17일 17시 49분
뉴스타파가 간첩증거 조작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대책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 2월 14일 중국 정부가 문서 위조 사실을 통보한 이후에도 검찰이 국정원에 또 다른 문서 확보를 독촉하는 등 상황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쓴 정황이 담겨 있다.
또 허룽시 공안국에 출입경기록 발급 사실 확인 요청 공문을 보내기 전에 이미 국정원으로부터 확인서 입수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들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 문서들은 나중에 검찰 수사에서도 모두 위조로 확인된 것들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내부 대책 문건은 ‘서울시공무원 간첩 사건 공소유지 경과(8쪽)’과 ‘서울시공무원 간첩 사건 공판 일지(3쪽)’, ‘출입경기록 입수 및 제출 관련 일지(3쪽)’ 등 모두 3건이다. 3건 모두 유우성 씨 사건 담당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가 중국의 문서위조 통보 다음 날인 2월 15일 내부 보고용으로 만든 것이다. 이 가운데 출입경기록 관련 일지는 지난 2월 16일 기자회견 당시 민감한 내용이 빠진 채 언론에 배포됐다.
공안 1부는 이 문건에서 위조 통보를 받은 유수성 씨 출입경기록의 입수 경위와 공판 경과 과정 등을 정리하고, 위조 사태 이후 대책으로 크게 공소유지 대책, 언론대책, 유관기관간 대책 등을 열거하고 있다.
▲ 뉴스타파가 입수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내부 보고서 (2014년 2월 15일자)
- 서울시공무원 간첩 사건 공소유지 경과(8쪽)
- 서울시공무원 간첩 사건 공판 일지(3쪽)
- 출입경기록 입수 및 제출 관련 일지(3쪽)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8쪽 분량의 ‘서울시공무원 간첩 사건 공소유지 경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공소유지 대책으로 출입경기록 재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길림성에서 관할 연변주 공안국이 발급한 출입경기록을 인증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고, 2월 20일 경 해당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고했다.
또 이 작업은 “중국 현지에서 국정원이 진행 중”이며 “위 자료를 제출하여, 화룡시 공안국 출입경 기록의 내용이 피고인의 실제 출입경 경위와 부합된다는 점을 입증하여 위조 의혹 해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즉 공안1부는 중국 당국의 위조 사실 확인 통보로 자신들의 간첩 사건 공소 유지가 근본적으로 흔들리자 또 다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고, 실제 이 증거를 통해 뒤집기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공안1부가 기다렸던 이 새로운 출입경기록도 최근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 모 과장의 지시로 정보원 김 모 씨가 변호인 측의 진본 출입경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위조 문서임이 드러난 바 있다.
특히 공안1부는 이 보고서의 유관기관 대책 항목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길림성 인증 출입경기록’의 조속한 확보 독려’라고 적고 있어, 앞서 법원에 제출한 3건의 문서가 모두 위조로 판명된 이후에도 엄정한 진상조사보다는 국정원에 또 다른 문서 입수를 지시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 보고서가 검찰 내부에서 작성된 게 맞다고 확인했다. 이 검찰 관계자는 당시 새로 입수하게 될 출입경기록이 위조 의혹을 끝낼 확실한 문건이라고 설명해 그대로 믿고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2월 14일 중국 당국의 위조 통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위조를 단정하지 않았던 주요 근거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출입경기록 확보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피고인의 출입경기록 입수 및 제출 관련 일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위조된 유 씨 출입경기록 입수 경위에 대해서도 최근 알려진 공소장보다 더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소장에서는 국정원 김 과장 등이 내부 회의를 거쳐 지난해 10월 중순에 위조한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전달한 사실만 언급하고 있지만, 이 공안1부 내부 보고서는 “1심 무죄가 선고(8.22.)된 후,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중국 협조자를 통하여 중국 공안국의 관인이 찍힌 출입경기록을 비공식적 입수가 가능할 것 같고, 현재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음”이라고 적고 있다. 이 대목은 검찰이 지난해 10월 위조된 출입경기록을 받기 훨씬 전부터 국정원과 이 사안을 논의했으며, 공식 경로가 아닌 ‘중국 협조자’를 통한 ‘비공식적 입수’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공안 1부의 이 내부 보고서 내용은 그 동안 검찰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출입경기록을 공식 외교 경로를 통해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발급 사실확인서과 관련해서도 공소장에서는 실제 발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담당 검사가 독자적으로 외교부를 통해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검증을 시도했으나 국정원 수사관들이 위조 사실이 들통나는 것을 두려워해 중간에 공문을 빼돌린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공안1부의 이 내부 보고서는 “검사는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검찰에서 사실조회 요청 공문을 보내면 화룡시 공안국 명의로 사실조회 공문 회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공문 발송”이라고 적고 있다.
검찰이 사실 조회와 회신 과정을 국정원과 사전 조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 측이 사실 조회에 대한 회신을 해 줄 것이라는 국정원의 말을 듣고 그 이후에 사실 조회 공문을 외교부를 통해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검찰 관계자는 검찰 관계자는 현지 사정을 국정원을 통해 확인했을 뿐 이 사실을 그동안 고의로 숨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국정원이 중간에 팩스를 빼돌리고, 가짜 공문을 발송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이 공안1부 내부보고서는 유 씨의 변호인단이 검찰 증거를 반박할 때마다 검찰이 국정원에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과 증거를 요청하며 공소 유지에 안간힘을 쓴 정황도 담겨있다.
또 수사 단계에서 제시된 진본 출입경 기록의 존재도 알고 있었지만 법정에서는 변호인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고 적고 있다.
이상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대책 보고서 내용을 볼 때 국정원이 증거를 위조한 사실을 몰랐으며, 국정원에 속았을 뿐이라는 검찰 입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게 됐다.
유 씨 변호인단은 중국 당국의 위조 통보 이후에도 검찰이 시간을 끌며 마지막까지 국정원에 또 다른 증거 확보를 지시하면서 상황 반전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국정원과 한 몸으로 움직인 증거라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