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수활동비' 1·2심 판결문 분석… 파훼된 검찰의 변론

2022년 12월 23일 14시 00분

2022년 12월 15일, 검찰 개혁과 권력기관의 예산 감시에 전기를 마련할 판결이 나왔다. 꽁꽁 감춰온 검찰 특수활동비의 ‘성역’을 허물며, 어떤 권력기관도 ‘기밀’이라는 구실로 ‘국민의 알권리’를 막을 수 없다는 판례를 세웠다. (관련 기사: 2심도 승소... ‘검사 윤석열’의 특수활동비 공개 임박)
3년을 끌어온 행정소송 1· 2심 재판 내내 검찰이 “예산의 세부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며 강변한 주장은 크게 세 가지다. ① ‘수사 기밀이라 안 된다’, ②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하기 때문에 안 된다’, ③ ‘자료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안 된다’ 등이다. 

검찰의 정보 비공개 주장 파훼 ① 수사 기밀

이번 판결의 큰 의미 가운데 하나는, ‘기밀’이라는 사유만을 앞세워 권력기관이 숱하게 ‘국민의 알권리’를 무력화해 온 관행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이다.
‘수사 기밀’은 검찰이 주권자인 시민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내세운 전가보도같은 사유였다. 법적 근거는 ‘정보공개법 9조 1항 4호’로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오로지 공익성을 바탕으로 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수사 기밀로 뭉뚱그려 국민의 알권리를 차단해온 검찰의 비공개 관행이 공익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1·2심 재판부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비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 수행의 공정성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과 수사 절차의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1심(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6648), 2심(서울고등법원 2022누33776) 판결

“특수활동비 금액, 수령 일자 공개… 수사 기밀 노출 아냐”

기획재정부가 규정한 정부 예산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국가정보원을 포함해 검찰청, 법무부, 경찰청, 국방부 등이 쓰는 예산이다.  
검찰은 특수활동비의 이러한 일반적인 특성을 앞세워 공개 불가를 강변했다. “수사 기밀과 연관된 예산이기 때문에 비공개 범위를 넓게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명칭 그대로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예산 집행 절차가 불투명하고 지출 증빙 방식도 느슨하다. 그렇다고 예산 집행(사용) 내역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은 ‘집행내용확인서’라는 형식의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를 남기고 있었다. 검찰총장으로부터 특활비를 지급받은 쪽에서 작성하는 것으로 검찰 내부에선 ‘영수증’으로 부른다. 특활비 집행건 별로 금액과 수령일자, 집행 내용, 수령인의 성명을 기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기사: 3년 소송으로 알아낸 ‘윤석열 검찰 특수활동비’의 비밀)
지난 9월 1일, 2심 재판부는 이런 특수활동비의 집행 자료를 직접 확인해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검찰에 특활비 집행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검찰은 2019월 9월, 한 달치 특수활동비의 지출 증빙자료(영수증)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특활비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2심 재판부는 특수활동비의 지출 증빙자료를 한 달 넘게 검토했다. 그러고는 “금액과 수령일자를 공개한다고 해서 수사활동에 관한 사항이 노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과정에 소요되는 경비의 집행일자(현금수령일)와 집행내역(수령한 현금 액수)을 공개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 활동에 관한 사항이 노출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특수활동비 내역이 공개되더라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이 부족하다.

2심(서울고등법원 2022누33776) 판결
다만 “집행 내용에는 사건명이 기재되어 있고, 수령인의 성명 역시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을 수행하는 주체에 관한 정보”라며 검찰이 이 부분만을 가리고 지출 증빙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특정업무경비 집행 일자, 장소, 금액 공개… 수사 기밀 유추 어려워”

특정업무경비는 ‘직무수행경비의 일종으로서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다. 이 가운데 검찰 특정업무경비는 수사·정보 수집 활동에 필요한 식대 등의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특정업무경비 예산 역시 특수활동비처럼 감춰진 성역이다. 검찰은 특정업무경비도 “정보가 공개될 경우, 중요한 수사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비공개를 고수했다.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 특정업무경비의 지출증빙서류에는 건별로 일자와 장소, 금액, 예산을 사용한 수사관의 이름과 사용 인원, 수사 또는 정보 수집 대상 등이 기재돼 있다. 1심 재판부는 검찰로부터 특정업무경비의 지출 증빙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했고, “지출내역만으로는 수사 기밀 등을 유추해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검찰)들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특정업무경비를 지급받은 수사관 등이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였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고, 특히 식대 등으로 사용된 카드대금은 사용자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그 지출내역만으로는 관련된 수사 내용이나 수사 기밀 등을 유추해 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하략)

1심(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6648) 판결
2심 재판부 역시 “집행 일자, 집행 장소, 집행 금액만으로는 관련된 수사 내용이나 수사 기밀 등을 유추해 내기 어렵다”고 봤다. 
특정 장소에서 빈번하게 특정업무경비를 지출한 내역이 확인된다고 하여 반드시 장소적으로 인접한 특정 대상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므로, 특정업무경비의 집행장소가 공개되더라도 수사대상이나 증거탐색 방법 등 수사기밀이 노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심(서울고등법원 2022누33776) 판결
다만 “사용자의 성명 및 집행 명목, 식사비의 경우 참석자 숫자가 공개될 경우 현재 수사 중이거나 정보를 수집 중인 사건을 특정하거나 추측할 수 있고,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나 수사관, 특정 사안에 투입된 수사 인력 규모를 유추할 수 있는 등 수사 기법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이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출 증빙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업무추진비의 지출 증빙자료 공개와 수사 기밀 노출은 아무 관련 없어”

검찰의 업무추진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① ‘사업추진에 소요되는 식음료비, 연회비 및 기타 제경비’인 사업추진비, ② ‘각 관서의 대민‧대유관기관 업무협의, 당정협의, 언론인‧직원 간담회 등 관서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 및 공식적인 업무추진에 소요되는 경비’인 관서업무추진비다.
검찰은 “검찰총장이 간담회 등 공식 행사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가 공개될 경우 수사업무에 지장을 줄 개연성이 있다”고 강변했다. “지역 내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하거나 특정 범죄에 대한 대응방법, 수사경험 및 수사방법 공유 등 수사업무의 연장선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1·2심 재판부는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업무추진비의 지출 증빙자료를 살펴본 1심 재판부는 검찰총장이 밥값으로 쓴 내역이 공개된다고 해서 수사 기밀이 노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는 카드사용내역과 영수증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 수사업무가 아닌 간담회 등 검찰청 공식행사를 수행하기 위해 지출된 것이므로 이 부분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1심(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6648) 판결
2심 재판부도 검찰 업무추진비의 지출 증빙자료와 수사 기밀 노출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못 박고, 해당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설령 피고 검찰총장의 주장과 같이 간담회 등 공식행사에서 범죄 관련 정보나 수사방법 등이 공유된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 정보의 공개로 공식행사와 관련하여 지출한 내역에 관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로서 지출금액과 사용처만을 알 수 있을 뿐이고 공식행사 내부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범죄 관련 정보, 수사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 검찰총장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심(서울고등법원 2022누33776) 판결

검찰의 정보 비공개 주장 파훼 ② 경영‧영업상의 비밀 침해

업무추진비와 관련해 검찰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음식점의 이름 등 장소명을 공개하면 음식점의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지출 증빙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나아가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해당 음식점에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일반인들이 그 음식점 이용을 꺼려함으로써 해당 음식점의 영업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발생하는 등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적 근거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로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1·2심 재판부 모두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검찰의 주장을 기각했다.
해당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였다는 사실이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음식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한다거나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고 (하략)

1심(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6648) 판결
해당 음식점을 이용한 사실이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음식점의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거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하략)

2심(서울고등법원 2022누33776) 판결

검찰의 정보 비공개 주장 파훼 ③ 자료 정리에 많은 시간 소요

행정소송 과정에서 검찰이 내놓은 가장 황당한 주장은 “예산 자료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부에 수많은 예산 관련 자료들이 혼재되어 있어, 특정 예산 항목인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장부를 일일이 개별 검토하여 사업별로 특정업무경비 또는 업무추진비 등이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부분을 복사한 후 개인정보 등을 삭제한 후 다시 전자적 형태의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자료의 양이 매우 방대하여 이를 재분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심(서울고등법원 2022누33776) 판결문 중 검찰 측 주장
재판부는 이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자료의 양이 방대하여 재분류가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공개를 청구한 정보의 양이 방대하다고 하더라도 그 공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청구를 받은 피고들로서는 일정 기간별로 나누어 제공하거나 열람과 병행하여 제공할 수 있을 뿐, 자료의 양이 방대하여 재분류가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심(서울고등법원 2022누33776) 판결
재판부는 지출 증빙자료가 담겨 있는 검찰의 장부에는 “지출 건별로 지출결의서와 지출원인행위서 등이 한 데 분류·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를 분류하여 공개하는 것이 얼마든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선택은? 비밀 고수 대법원 상고 vs 알권리 위해 예산 공개 

이처럼 1·2심 재판 결과, 정보의 공개를 막기 위해 검찰이 내놓은 주장은 빠짐없이 모두 파훼 됐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를 하더라도 1·2심의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검찰은 예산의 공개 대신, 상고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 쓴 세금의 오·남용 검증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상고를 지휘할 거란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법과 상식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검찰 예산을 공개할지 지켜볼 일이다. 상고 기간은 12월 29일까지다.
제작진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데이터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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