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X살아지구] 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① 전국 초등학교 1/3은 ‘정보 사각지대’
2024년 10월 24일 10시 00분
지난 8월 6일, 환경단체와 민주당이 구성한 국민검증단이 4대강 사업의 현장검증에 나섰다. 그러나 검증단이 낙동강 함안보에 도착하기 전, 수자원공사는 수문을 열어 녹조를 희석시켰다. 제대로 된 검증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검증단의 질문에 수공측은 “그 동안에도 방류해왔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녹조현상이 심화됐음을 자인하는 답변이었다.
현장조사결과, 보에 갇혀 물 흐름이 느려지자 물고기들의 종류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체된 물에 사는 정수성 어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식물의 생태도 변하고 있었다. 낙동강 제6경으로 불리던 달성습지에서는 버드나무 수천그루가 물에 잠겨 떼로 죽어 있었다. 농민들 또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다. 물이 차오르는 현상 때문에 농작물이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강 본류를 깊게 준설하면서 또 다른 피해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역행침식으로 지류에 있는 교각이 유실되면서 붕괴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4대강 주변에 만든생태공원은 예산낭비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무려 2조원의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유령공원이었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예산낭비의 또 다른 현장.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되는 영주 다목적 댐은 아름다운 내성천을 파괴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에 맑은 물을 흘려보내서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겠다는 ‘웃지 못 할’ 명분으로 정부당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앵커 멘트>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이 사업에 대한 평가 작업은 지지부진합니다. 평가를 주도하고 있는 총리실이 평가위원회에 4대강 사업 찬동인사도 포함해야한다고 주장을 해서 반발을 사고있습니다.
급기야 환경단체와 야당은 정부의 평가위원회를 거부하고 국민검증단을 만들어서 검증에 나섰습니다.
신동윤PD가 취재했습니다.
<신동윤 PD>
지난 8월 6일 낙동강 함안보, 환경단체와 민주당이 구성한 국민검증단이 4대강 사업의 문제들에 대한 검증에 나섰습니다.
[이미경 민주당 4대강조사위원장]
"22조원이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은 단순한 정비 사업이 아니라 이것은 대운하 사업이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박창근 4대강사업국민검증단]
"국무총리실에서 거의 셀프검증에 가까운, 시민단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으로 4대강 사업을 검증하자고 제안이 왔는데…"
검증단이 도착하기 전 수자원공사는 수문을 열어 녹조를 희석시켰습니다. 제대로 된 검증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질문에 수공 측은 그동안도 방류해왔다고 답했습니다.
[이상동 수자원공사 낙동강통합물관리센터 운영팀장]
"상류에 8개 보가 있기 때문에 들어오는 유입량에 따라서 끊임없이 방류하고 있었습니다."
수자원공사 배 한 척이 강을 휘저으며 녹조 띠를 분산시키고 있지만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상당한 양의 물을 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증단은 낙동강 중류지점인 강정보 주변까지 녹조현상이 나타났음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수영을 한다든가 이런 친수공간 놀이는 절대 해서는 안돼죠. 급성독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낙동강에서 수영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보에 갇혀 물 흐름이 느려지자 물고기 종류도 바뀌고 있습니다. 정체 된 물에 사는 정수성 어종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강 얕은 곳 물 흐름이 빠른 곳에서 사는 어류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오 생명그물 생태조사실장]
"이건 블루길입니다. 강 하류나 정수 유역에 주로 사는데...수변이 없어지다 보니까 주로 정수성 어종, 흐르는 물이 아니라 주로 고여 있고 깊은 물에 사는 물고기들이 주로 잡힙니다. 서식환경 자체가 단순화 되는 거죠. 단순화 된 서식환경에서는 다양한 어종들이 살지 못하죠. 그래서 4대강 사업 때문에 어종의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저히 동물들이 건너 갈 수 없는 거대한 물 덩어리가 생긴 것은 생물의 다양성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이 거대한 물 덩어리 때문에 건너편의 고라니가 이 쪽에 있는 고라니와 사돈을 맺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생물 다양성의 국가적 방해요소가 있었지만, 그것보다 역사 이래 최대의 생물 다양성의 위협 요소인 4대강 거대한 물 덩어리가 생겼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됩니다."
식물의 생태도 변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제 6경으로 불리던 달성습지, 물가에서 잘 자라는 버드나무 수 천 그루가 깊은 물에 잠기자 떼로 죽어있었습니다.
물이 차오르는 현상은 농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칠곡보 인근 마을. 마을 주민들은 4대강 사업 이후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합니다.
[전수보 / 칠곡군 약목면]
"지금 현재로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어요. 보다시피 물이 나오니까. 이 땅 높이가 칠곡보 물 수위보다 낮아요."
(칠곡보 생기기 이전에는 이런 피해는 없었나요?)
"전혀 없었죠. 물로 침수되는 건 없고 홍수 때는 금방 빠져나가고 그랬지."
[백민기 / 칠곡군 약목면]
"지하수가 올라오는 바람에 비가 조금 오면 지하수가 40cm 밑에 있으니까 비가 와버리면 물이 갈 데가 없어요. 채소의 뿌리가 전부 다 썩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에 이곳 농민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입니다.
[백민기 / 칠곡군 약목면]
"나는 지금도 말합니다. 높은 사람들 형무소 넣어야 된다고. 책임 없이 자기 어떤 정책으로 만들어 놓고 피해보는 것은 나 몰라라 하고 전부 다 뒷전으로 하고, 지금 책임지는 사람 있습니까? 정부에서 책임지는 사람 한 사람도 없습니다."
반면 경기도 4대강 사업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주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주 지역은 홍수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이전규 / 여주군 흥천면 복대3리 이장]
"다른 데에서는 어쩌고 저쩌고 해도 여주 지역만큼은 4대강 때문에 이득을 본다는 거예요. 비가와도."
그러나 강 본류를 깊게 파자 홍수가 일부 줄긴 했지만 다른 피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강 본류와 가까운 전북교 교각은 지난 7월에 내린 폭우에 유실됐습니다. 본류가 깊어지자 지류에서 물이 빨리 빠져나가면서 이른바 역행 침식이 발생해서 교각이 유실되었다는 것입니다. 검증단은 같은 이유로 여주군 내 4개의 다리가 붕괴되었다고 합니다.
[박창근 4대강사업국민검증단]
"역행침식에 의한 피해가 여기서 그친다는 게 아닙니다. 하천의 안정화가 될 때까지 계속 진행 된다는 것이거든요. 이와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하천이 대한하천학회에서 파악한 바로는 전국에 300여 개로 파악하고 있거든요."
더욱 큰 문제는 준설을 한 곳에 다시 모래가 쌓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합천 창녕보 하류 인근에는 강의 절반까지 재퇴적이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래가 쌓이면 홍수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다시 파려면 엄청난 돈이 듭니다.
[박창근 4대강사업국민검증단]
"여기는 6m, 부산부터 구미까지는 수심 6m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수심 6m으로 다 걷어냈는데 지금 이만큼 쌓였다 그러면 적어도 6m이상 쌓였다는 거죠.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요? 헛짓을 한거죠. 그럼 여기에 세금만 낭비됐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22조 원이 그냥 땅 속에 들어간 거죠."
예산 낭비는 4대강 사업 현장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여주군의 한 생태공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모습입니다. 이 생태공원을 포함한 하천정비에 들어간 예산은 약 465억원, 여주군 관계자는 예산이 없어서 대부분의 공원을 방치 해둘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한경남 여주군 한강살리기사업지원단장]
"관리 비용을 주면 관리비용에 맞춰서 관리 할 수 밖에 없다라는 건 이미 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집중 관리 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에요. 광장, 공원이 형성 되어있는 곳을…"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여주 입장에서는 그럴 지 모르겠지만, 이런 걸 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유지 관리도 안할 거 그걸 왜 만들었냐는 거예요.)
"그건 제가 답을 드릴 수 없죠."
4대강 사업은 생태공원을 포함한 생태하천 조성에 무려 2조원의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로 생긴 230개의 생태공원 대부분은 대도시 구간을 제외하고는 찾는 사람을 보기 힘든 유령 공원이 됐습니다.
4대강 사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북 영주, 내성천 상류에 위치한 영주 다목적 댐 건설 현장입니다. 영주댐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영주댐의 건설 목적입니다. 영주댐의 주요 목적은 1급수인 맑은 물을 모아 낙동강으로 흘려보내서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해둔 것임이 밝혀진 지금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계속 짓고 있습니다. 영주댐이 가동되면 내성천의 아름다운 모래가 쓸려 나가고 깊은 물 덩어리가 하나 더 생기게 됩니다.
내성천 하류, 댐 건설로 모래가 줄고 물도 흐려졌지만 아직은 아이들이 놀만 합니다. 그러나 그날도 얼마 남지않았습니다.
[이석우 / 대구환경운동연합]
"물이 정말 투명하고 진주 같은 그런 상태로 물 색깔만 봐도 아 여기 좋다 이럴 정도로 심금을 자극하는 그 정도 상태였는데 사진 찍으면 그대로 다 나타났어요. 밑에 모래들이… 근데 지금은 뿌연, 희뿌연 색깔이 그렇잖아요. 그나마 낙동강에 비하면 천국지요. 낙동강에 이런 공간이 완전히 없어졌으니까. 지금 보시는 애들 놀고 이런 자리가 낙동강에 구미백사장 남지백사장 이런데 가면 가족들이 모두 나와서 낙동강 본류 전체가 모두 피서지였습니다."
지금은 잃어버린 우리들의 강입니다.
뉴스타파 신동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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