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대법원, 하청업체에 갑질한 현대건설 패소 판결

2020년 12월 28일 13시 29분

공사비를 떼먹었다며 하청업체를 상대로 70억 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던 현대건설이 반대로 하청업체에 12억 원의 공사비를 물어주게 됐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24일 현대건설이 동림종합건설(대표 조중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8월 현대건설로부터 가압류, 형사고소에 민사소송까지 당해 파산 직전에 몰린 경기도 안양의 중소건설업체 동림종합건설의 이야기를 보도한 바 있다.  
동림종합건설은 2013년 1월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한림 간 도로에 있는 교량인 신천교 건설 현장에 하청업체로 공사에 참여했다. 기존에 현대건설에서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다른 공사현장의 안전사고 여파로 철수하면서 동림종합건설이 인계받아 들어간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해당 도로 공사 현장에서 토공‧배수구조물 공사를 맡았던 또 다른 하청업체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공사를 포기하면서 해당 공정까지 동림종합건설이 맡게 된다. 
동림종합건설이 하도급업체로 공사에 참여한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한림간 도로 중간에 있는 신천교.
그런데 2016년 1월 해당 현장에 현대건설의 신임 현장소장이 부임하면서 마찰이 시작됐다.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실제 공사가 진행된 것보다 동림종합건설에 공사대금이 과다하게 집행됐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해 3월 계약을 해지했다. 현대건설은 동림종합건설 법인과 임직원을 상대로 채권 가압류를 걸었고 임직원 5명을 사기 혐의로 형사고소까지 했다. 동림종합건설이 현대건설 직원과 짜고 공사한 것보다 공사대금을 더 청구하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떼먹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78억 원의 공사비를 뱉어내라며 동림종합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반대로 동림종합건설은 35억 원의 공사비를 더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재판장 강병훈 판사)는 2019년 7월 동림종합건설이 현대건설에 16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대건설의 손을 일부 들어준 것이다. 1심 재판 당시 현대건설이 지정한 감정인은 한차례 추가 감정 끝에 결론적으로 동림종합건설이 받은 공사비보다 실제 공사가 더 됐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지만 재판부가 감정 결과로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 뒤 반전이 일어났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민사6부(재판장 김종기 판사)는 올해 7월 반대로 현대건설이 12억 원을 동림종합건설에 공사대금으로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동림종합건설이 진행한 추가 공사는 현대건설이 지시해서 한 것임을 인정했다. 
지난 8월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진행한 동림종합건설 임원들. 
결국 형사고소 사건에서 동림종합건설 임직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민사소송까지 최종 승소했지만 손해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림종합건설이 진행하고 있던 다른 공사 현장까지 가압류가 걸리면서 모든 공사가 중단됐고, 자금이 묶이면서 지난 5년 동안 한 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다. 40여 명에 이르던 직원들은 회사를 떠났고 조중호 대표는 임금체불로 형사 처분까지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극적인 행정도 동림종합건설의 피해를 키웠다. 공정위는 2017년 6월 현대건설이 추가 공사분에 대해 추가 계약서를 서면으로 발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고 처분하는 데 그쳤고, 정작 중요한 하도급대금 미지급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동림종합건설은 그동안의 손해를 산정해 조만간 현대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조현미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