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검증] 박균택, 부하검사와 격려만찬 때 특활비 지급

2024년 03월 21일 20시 00분

뉴스타파는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확보한 검찰의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 출신 후보들의 특활비 집행 실태를 검증했다. 국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행정부의 예산 사용을 감시·견제하는 것으로,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썼는지 검증하는 것은 유권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편집자주 
고위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후보(광주 광산갑)가 광주고검장 시절, 후배 검사들과 만찬을 할 때마다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기밀 수사나 정보 수집 활동에 써야 할 특활비를 격려금 명목으로 후배 검사들에게 나눠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 후보는 “격려금이 아닌 수사비로 쓴 것”이라며, “특활비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갑 후보 선거사무실

박균택 후보, 광주고검장 시절 관내 지검·지청 격려 방문과 특활비 집행 패턴 분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법률특보로 이번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광주 광산갑 지역구에 출마한 박 후보는 2018년 6월부터 2019년 7월까지 광주고검장을 지냈다. 광주고검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북도, 제주를 관할하는 고등검찰청으로 전주와 제주 등 3개 지검과 목포와 장흥 등 7개 산하 지청의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다.
그가 광주고검장 시절, 집행한 특활비 지출 기록과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살펴보면, 당시 박 후보는 2018년 11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한 달간 관내 8곳의 검찰청을 차례로 방문했다. 11월 13일 장흥지청을 시작으로 일주일 뒤인 11월 20일 제주지검을, 다시 일주일 뒤인 27일엔 전주지검을 찾았다.
이후에도 박 후보는 보름 사이 관할 검찰청인 순천지청, 목포지청, 정읍지청, 남원지청, 군산지청을 연이어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격려 방문’ 또는 ‘만찬 간담회’였다. 그는 한달동안 관할 지역의 지검장·지청장 8명과 만찬을 가졌는데, 한 번에 45만 원에서 많게는 87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박 후보는 같은 시기, 총 8번에 걸쳐 100만 원씩 800만 원의 특활비를 나눠 집행했다. 11월 13일에 100만 원, 일주일 뒤인 20일에 100만 원, 다시 일주일 뒤인 27일에 100만 원이 각각 지급됐다. 또 이틀 뒤인 29일에도 100만 원, 그다음 달인 12월 4일과 5일, 6일, 그리고 12일까지 각각 100만 원의 특활비가 연달아 지급됐다.

관내 지검장·지청장과 8번 만찬 때마다 특활비 100만 원 지출… ‘격려금’ 지급 의혹

당시 박 후보가 특활비를 지급한 날짜와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관내 기관장 만찬’ 일정을 교차 비교했다. 공교롭게도 8번 모두, 날짜가 정확히 겹쳤다. 그러니까 박 후보는 부하 검사인 관할 기관장들과 업무추진비로 만찬을 할 때마다 특활비를 쓴 것이다. 우연으로만 보기 힘든 통계다.
박균택 당시 광주고검장의 격려방문 일정과 특활비 지출 날짜를 비교하면, 만찬 때마다 특활비가 지급된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박 후보가 다른 검사들과 만찬을 한 날에는 이처럼 특활비가 100만 원씩 지급되지 않았다. 박 후보 임기 중인 2018년 광주고검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오찬과 만찬을 한 날은 총 23일로 파악되는데, 이중 7일 동안만 특활비가 지급됐다. 적어도 다른 검사들과 만찬을 한 날에는 특활비 집행과 업무추진비 사용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박 후보가 만찬을 위해 각 기관을 방문한 이동 거리와 당일 동선을 고려하면, 의혹은 더 커진다. 당시 박 후보가 방문한 각 관할 검찰청과 광주고검 사이 거리는 최소 131km(장흥지청)에서 최대 480km(제주지검)에 이른다. 출장에 소요되는 이동 시간과 만찬 시간을 더했을 때, 중간에 다른 일정이 있었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광주고검과 광주고검이 관할하는 산하 검찰청 사이 거리, 왕복 이동 시간(차량 기준)은 최소 1시간 50분에서 최대 3시간 5분 정도로 추정된다. 
이를 종합했을 때, 박 후보가 고검장으로서 관할 검찰청을 방문할 때마다 부하 검사인 지검장과 지청장들에게 특활비를 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만찬 목적이 ‘격려 방문’이었다는 점에서 특정한 수사 요구에 따른 특활비 집행이 아닌 ‘격려금’으로 집행된 것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기존에 쓰던 방식대로 특활비를 썼을 것”이라며, “격려금이 아닌 수사비 명목으로 특활비를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하자면 고검에도 아마 관행에 따라서 특수활동비가 왔을텐데, 저도 어떻게 (특활비를) 얼마씩 사용했는지, 얼마가 왔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런데 아마 기존에 쓰던 방식대로 쓰긴 썼었을 것이고. 일선(검찰청)에 갔었을 때, 느낌상 한 100만 원, 50만 원, 100만 원, 80만 원, (검찰)청 규모에 따라서 그렇게 줬을 거 같은데,
그것은 격려금으로 준 게 아니고 고검은 수사활동이 적다 보니까 특수활동비가 많지 않았을 것이고, 수사관들 활동비로 일부 줬고, 남은 부분들을 이제 검사장, 고검장이 알아서 쓰는 것일 텐데. 수사활동은 일선에서 하니까 고검에서 쓰고 남는 부분, 아껴서 집행한 부분을 너희들(지검, 지청 검사)이 쓰라고, 너희들 활동에 보태라고 나눠주는 그런 개념이었을 겁니다. 격려금은 아니었던 거죠. 물론 방문할 때 들고 왔으니까 격려금 아니냐 그렇게 볼 여지는 있겠지만.

박균택 후보(전 광주고검장)
‘돈봉투 만찬’ 사건 계기로 법무부 검찰국장 발탁… “검찰 개혁” 공약
고검장 승진에 앞서 박균택 후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대검 형사부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들어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발탁됐다.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다루는 부서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직후, 그를 검찰국장에 앉혔다. 
‘돈봉투 만찬’ 사건은 이영렬·안태근 검사장이 식사 자리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특활비가 든 ‘돈봉투’를 돌린 예산 오남용 비위를 말한다. 이 사건의 여파로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은 물러났고, 후임으로 박 후보가 임명됐다. 
이로부터 1년 뒤, 박 후보 역시 전임자인 안태근 전 국장과 마찬가지로 특활비를 후배 검사들의 격려금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수사에 써야 할 특활비를 검사들의 격려금으로 쓰는 예산 오남용이 검찰 내부의 뿌리 깊은 고질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특활비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균택 후보가 기관장을 지낸 광주고검 전경
이에 대해 박균택 후보는 “특활비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검찰 개혁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조정할 것이기 때문에 당위적으로 특활비가 줄어들어야 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그것(특활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까지가 적절했냐 여부를 떠나서 어쨌든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일 것이기 때문에 당위적으로 (특활비가)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 말씀드리고 싶고… 
특수활동비가 수사하는 사람들한테 많이 주는 거 맞는데, 저게 꼭 범죄 정보 취득 비용보다도 수사활동비 명목으로 주면서 고생 많은 사람들한테 위로나 격려 차원에서 주는 성격도 분명히 부정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일반 고위공직자들 수사할 때, 특수활동비가 필요한 것이냐라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적절성, 제도 개혁 차원에서 한번 검토를 해봐야겠죠. 

박균택 후보(전 광주고검장)
뉴스타파는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을 포함한 ‘검찰 개혁’을 주제로 박균택 후보에게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초대 검찰국장으로서 그가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공약이 ‘검찰 개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후보는 자신의 선거 일정을 이유로 정식 인터뷰를 거절했다. 
한편, 뉴스타파를 포함한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은 지난해 6월부터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등 검찰 예산 자료를 받아내 검증·분석 작업을 수행하며,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들의 연말 몰아 쓰기 행태와 퇴임·이임을 전후해 전별금 명목으로 특활비를 몰아 쓴 정황을 추적 보도해 왔다.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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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정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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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