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명태균 카톡 공개...'명태균 보고서' 받은 김건희 반응은 "충성"

2025년 01월 08일 21시 00분

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가 지난 대선 당시부터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이 담긴 창원지검 수사보고서를  입수했다. 107쪽 분량인 수사보고서에는 명태균이 대선 기간 실시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한 정황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검찰은 지난 9월 30일, 강혜경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강 씨가 보관하고 있던 명태균 씨의 PC를 압수했다. 명 씨는 언론 보도로 자신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자, 강 씨에게 김영선 의원의 지역사무소에 있는 자신의 PC를 버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강 씨는 이 PC를 버리지 않았다.
검찰이 명 씨의 PC 하드디스크를 포렌식한 결과, 명 씨와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명 씨와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 파일 280개가 복원됐다. 이들의 SNS 대화 기간은 2021년 6월 26일부터 2023년 4월까지로 확인된다.
미래한국연구소를 실질 소유했던 명태균 씨는 대선 기간, 총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비용만 3억 7천 5백만 원에 이른다.  강혜경 씨는 명 씨가 여론조사 비용 대신, 김건희 여사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월 7일 대국민담화에서 "저는 명태균 씨한테 여론조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해명은 100% 거짓말이었다. 명 씨는 자신이 의뢰한 대선 여론조사 보고서, 즉 '명태균 보고서'를 윤 대통령 부부에게 수시로 전달한 것으로 확인된다. 
창원지검 수사보고서 1쪽 (2024.11.4.) 강혜경 씨 주거지에서 압수한 명태균 PC 하드디스크를 포렌식한 결과, 명태균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나눈 SNS 대화 이미지 파일이 총 280개 복원돼, 이들의 대화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다.  

언론 보도 전에 여론조사 보고서 건넨 명태균...김건희 답변은 "충성"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한 달여 전인 2021년 6월 26일 자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에서 명 씨는 '210626-전국정기10차.pdf' 파일과 관련 그래픽을 김 여사에게 보냈다. 이어 명 씨는 "내일 27일 일요일 오후 7시에 공표보도될 머니투데이 대선여론조사 자료입니다...그때까지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건희 여사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실제로 다음 날인 6월 27일, 머니투데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32.7%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조사는 명 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 강혜경 씨에게 지시해서 여론조사업체 PNR이 실시한 언론 공표용 여론조사였다. 머니투데이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 조사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보고서 2쪽에 실린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 캡처 이미지(2021.6.26일 대화)
이튿날(6월 27일) 대화에서 명 씨가 윤석열 후보가 1등을 차지한 대선후보 적합도 그래프를 보내자, 김 여사는 “좋은 건가요?”라고 물었고, 명 씨는 "네~^^ 여론조사 결과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답했다. 
이와 별개로 김 여사는 "지금 전부 최재형 뒤에 김종인이 있다고 쫙 퍼졌습니다. 맞을까요?.걱정됩니다"라고도 말했다. 이에 명 씨가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김종인)위원장님께 말씀 다 전했습니다"라고 답하자 김 여사는 "넵,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놓고 조율을 시작하던 때였다. 
그 다음 날 대화에서도 명 씨는 여론조사 결과를 요약한 글을 보내는데, 김 여사는 감사를 표하면서 자신의 남편인 윤석열 후보의 휴대전화 번호를 보냈다. 명 씨는 "이따 4시 20분에 연락 올리겠습니다"라고 답하는데, 명 씨가 김 여사는 물론 윤석열 후보와도 직접 여론조사 관련 통화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보고서 3쪽에 실린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 캡처 이미지(2021.6.27~28. 대화)
2021년 7월 3일, 명 씨는 이날도 김 여사에게 "내일 오후에 공표될 여론조사 자료입니다.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며 보고서 파일을 건넸다. 이에 김 여사는 "넵 충성!"이라고 답하는데, 이는 윤석열이 대선 후보가 되기 전부터도 이들이 '여론조사'를 매개로 긴밀하게 연결된 정황을 말해준다.
검찰 수사보고서 11쪽에 실린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 캡처 이미지(2021.7.3. 대화)
이런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전에 명 씨가 여론조사 보고서를 김건희 여사에게 미리 보내준 건  2021년 7월 28일, 8월 9일, 8월 17일 등 세 차례 카톡 대화에서도 추가로 확인된다. 특히 8월 17일 자 대화에서는 명 씨가 평소처럼 보안유지를 당부하기도 전에 김 여사가 먼저 “이거 아직 공개 안 된 거죠”라고 묻기도 했다. 
당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자체를 저울질 할 때였는데, 김건희 여사가 명 씨의 정치 인맥과 여론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대선 출마와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이 조작 지시한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도 김건희에게 전달

지난 대선 기간, 명 씨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비공표 여론조사를 14차례 실시했다.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 강혜경 씨가 여론조사업체 PNR의 전화 회선을 빌려서 직접 실행한 조사다.
앞서 뉴스타파는 2021년 9월 3일에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비공표 여론조사가 ARS 응답자 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조작된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관련 기사 : 윤 VS 홍 뒤집힌 여론조사, 최소 8건 조작 확인... 명태균 “외부 유출하는 거”) 당시 명 씨는 강혜경 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윤석열이를 좀 올려갔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중략) (윤석열 후보가) 2~3% 홍(준표)보다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보고서 67쪽에 실린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 캡처 이미지(2021.8.28. 대화)
그런데 명 씨가 문제의 비공표 보고서를 실제로 김건희 여사에게 최소 2차례 이상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두 사람의 카카오톡 관련 대화 캡처 이미지와 함께 ▲'2021.8.28.자 대선 자체 여론조사(비공표) 결과보고서를 전송하면서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유지'라고 말함' ▲'명태균이 김건희 여사에게 2021.9.4자 비공표 여론조사 자료를 '보안유지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면서 전송하고,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경선 투표 결과 자료도 전송' 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 수사보고서 70쪽에 실린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 캡처 이미지(2021.9.3~4. 대화)

"공짜 여론조사→김영선 공천" 입증하는 카톡 물증...검찰은 소환 왜 안 했나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는 의뢰자인 명 씨 외에 다른 사람에게 유출해선 안 된다. 하지만 명 씨는 김건희 여사에게 ‘여론조사 결과’는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며 ‘명태균 보고서’를 수시로 건넸다.  
이에 따라 명 씨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공짜로 여론조사를 해줬고, 그 대가로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준 것이라는 강혜경 씨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그러나 검찰은 명태균 보고서를 주고받은 명백한 물증인 카카오톡 대화 일체를 확보해 놓고도, 윤 대통령 부부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제작진
편집김은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