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윤석열 1등' 여론조사가 조작됐다.... 증거 첫 확인

2024년 10월 28일 10시 00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홍준표 후보보다 높게 나오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
명태균 씨의 전화통화 녹음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어 의혹만 무성했던 명 씨의 ‘여론조사 조작’이 증거로 입증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명태균 씨는 조사 전화 자체를 걸지 않고서 ‘가짜 응답완료 샘플’을 무더기로 만들어내는 수법을 썼다. 이를 통해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홍준표 후보에 3%p 앞서게 하는 등 윤 후보에 유리한 쪽으로 여론조사 결괏값을 조작했다.  
이번에 확인된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조작은 2021년 9월,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한창이던 시점에 저질러진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실이 명 씨와의 접촉 사실을 인정한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때문에 당시 윤석열 후보 또는 윤 후보 캠프 측이 명 씨의 조작 여론조사를 활용했는지, 또는 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나아가 명 씨와 함께 여론조사 조작을 공모한 것은 아닌지, 추가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윤석열-홍준표 경합’ 상황에서 명태균의 ‘여론조사 조작’ 지시

지난 2021년 가을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내 경선이 한창인 때였다. 9월 15일, 윤석열 후보를 포함해 8명의 국민의힘 후보가 1차 컷오프를 통과했고, 다음 달인 10월 6일에는 경선 본선 진출자 4명을 추리는 2차 컷오프가 진행됐다.
당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백중세였다. 공표일을 기준으로 2021년 9월 29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는 모두 4건이었다. 윤 후보와 홍 후보가 각각 두 차례씩 1위를 나눠가졌다. 
9월 29일 같은 날,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는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명 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 씨와 통화했던 전화의 녹음파일이 공개됐는데, 명 씨가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하는 듯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명태균 /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추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그거 한번 해갖고 한 (응답 샘플을) 2,000개 만드이소. (중략) 돈 얼마 들어갔어요? 
○강혜경 / 40만 원 정도 들어갔어요.
●명태균 / 아 그러면 됐어요.

여론조사 조작 지시 의혹 전화 (2021.9.29.)
이날 통화에서 명태균 씨는 “홍준표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높게 나와야 한다”며 조작해야 하는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명태균 / 윤석열이를 좀 올려갔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중략) (윤석열 후보가) 2~3% 홍(준표)보다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

여론조사 조작 지시 의혹 전화 (2021.9.29.)
강혜경 씨는 놀라며 반문했지만, 명 씨는 거듭해 조작을 지시했고, 여론조사 보고서를 바로 작성하라고 독촉했다.
○강혜경 / 이거 가지고요?
●명태균 / 네. (중략) (그렇게 해서) 치워버리지 뭐. 그게 안 나아요? (중략) 보고서 바로 해요. 
○강혜경 / 지금 바로요?

여론조사 조작 지시 의혹 전화 (2021.9.29.)

명태균 “보정 작업 지시했을 뿐… 조작 이유 없다” 의혹 전면 부인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화 녹음파일이 공개된 상황에서 명태균 씨는 “보정 작업을 지시했을 뿐”이라며, 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작의 심증은 있으나, 명 씨의 육성 외에는 조작 사실을 입증할 물증이 없었다. 

뉴스타파, 조작 의혹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 확보·검증… ‘조작 물증’ 첫 확인

뉴스타파가 문제의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와 원본(RAW) 데이터 자료를 입수했다. 검증 결과,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조작은 사실이었다.
▲명태균 씨가 조작을 지시한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의 원본 데이터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 자료에는 응답자의 숫자와 전화번호, 응답자별로 통화를 시작한 시각과 종료 시각, 지지 후보자 등에 대한 응답 결과까지, 여론조사 기초 정보가 전부 담겨 있다.

명태균의 여론조사 ‘조작 지시’… ‘응답완료 조작 샘플 1,500개’ 만들어라

먼저, 2021년 9월 29일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조작 지시 육성을 들어보면, 명 씨는 뜬금없이 “돈이 얼마 들어갔냐?”고 묻고, 강 씨가 “40만 원”이라고 답한다. 
●명태균 / 돈 얼마 들어갔어요?
○강혜경 / 40만 원 정도 들어갔어요.
●명태균 / 아 그러면 됐어요.

여론조사 조작 지시 의혹 전화 (2021.9.29.)
이 40만 원은 뭘 의미하는 걸까? 공익제보자로서 지난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 나온 강혜경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강혜경 / 40만 원 정도의 전화비라 하면 500개에서 많게는 600개의 (여론조사 응답자) 샘플이 추출됐을 때 40만 원 정도가 이제 (경비로) 소요가 됩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2024.10.21.)
“돈 얼마 들어갔어요?(명태균)”, “40만 원 정도 들어갔어요(강혜경)”라는 대화는, 2021년 9월 29일의 여론조사 응답완료 샘플이 ‘500개’ 수집됐고, 그 비용으로 ‘40만 원’이 지출됐다는 뜻이다.
이어 명태균 씨는 강혜경 씨에게 여론조사 중단을 암시하는 듯 “아 그러면 됐어요.”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응답완료 샘플수를 2,000개로 만들라고 지시한다.  
명태균 /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히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그거 한 해갖고 (응답 샘플을) 한 2,000개 만드이소.

여론조사 조작 지시 의혹 전화 (2021.9.29.)
정리하면, 명 씨는 500개밖에 안 되는 여론조사 응답완료 샘플을 마치 2,000개인 것처럼 조작해라, 즉 1,500개의 응답완료 샘플을 가짜로 만들어 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명태균의 여론조사 ‘조작 물증’… ‘응답완료 가짜 샘플 1,522개’ 만들었다

뉴스타파가 문제의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1,522개’의 응답완료 샘플이, 아예 여론조사를 진행하지 않고서 만들어낸 ‘가짜 샘플’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원본 데이터 엑셀 자료의 ‘응답레벨’ 입력값을 통해 확인된다.
여론조사 진행 시 응답 데이터를 수집·기록하는 시스템에 따라, ‘응답완료 샘플’ 앞에는 조사가 다 마무리됐다는 의미의 엔드(End)를 뜻하는 알파벳 대문자 ‘E’가 표기된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 않거나, 조사 중간에 전화를 끊는 경우에는 샘플 앞에 E가 표기되지 않는다.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 자료를 살펴보니, E가 표기된 응답완료 샘플은 ‘516개’였다.
▲명태균 씨가 조작을 지시한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의 원본 데이터. ‘응답레벨’ 입력값 가운데 실제 여론조사가 이뤄진 ‘응답완료 샘플’ 앞에는 엔드(End)를 뜻하는 알파벳 대문자 ‘E’가 표시돼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 나와 있는 응답완료 샘플 수는 516개가 아니다. 실제보다 약 1,500개 많은 2,038개로 돼 있다. 명 씨가 지시한 대로, 약 1,500개의 가짜 응답완료 샘플이 만들어진 것이다.
▲명태균 씨가 조작을 지시한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의 결과 보고서. 응답완료 샘플 수가 실제보다 약 1,500개 많은 2,038개으로 돼 있다.
예를 들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고 돼 있는 ‘경기·인천 지역의 40대 남성’. 미래한국연구소는 이 남성에게 여론조사 전화를 건 적조차 없다. 전화 응답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자”라고 돼 있는 ‘부산·울산·경남 거주의 60대 여성’도 실제론 여론조사 없이 가공된 조작 샘플이다.
▲ 응답완료 조작 샘플의 예시
이런 응답자 조작 샘플이 무려 1,522개나 만들어졌다. 명 씨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명백한 증거를 통해 처음으로 입증된 것이다.

가짜 응답완료 샘플 만들어 ‘윤석열-홍준표 경합’ → ‘윤석열 우세’로 여론조사 조작

그렇다면 이 같은 조작으로 여론조사 결과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뉴스타파가 실제 여론조사가 이뤄진 응답완료 샘플 516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는 31%, 홍준표 후보는 30.4%으로 나타났다. 차이가 ‘0.6%p’이다.
그런데 여기에 가짜로 만들어진 조작 샘플 1,522개를 더하자,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33%로 2%P 올라갔다. 반면, 홍준표 후보의 지지도는 29.1%로 1.3%P 내려갔다. 응답 샘플 조작으로 두 후보 간의 격차는 ‘0.6%p’에서 ‘3.9%p’로 벌어졌다. 윤석열, 홍준표 후보 간 ‘백중세 경합’ 구도가 ‘윤석열 후보의 우세’로 뒤바뀌어버린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가 이뤄진 응답완료 샘플 516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는 31%, 홍준표 후보는 30.4%으로 나타나 차이는 불과 ‘0.6%p’이다. 그러나 조작 후 윤석열, 홍준표 후보 간 ‘백중세 경합’ 구도는 ‘윤석열 후보의 우세’로 뒤바뀌어버렸다.
이 ‘3.9%p’라는 조작 수치 역시, 명태균 씨가 강혜경 씨에게 전화로 조작을 지시한 내용과 일치한다. 
(윤석열 후보가) 2~3% 홍(준표)보다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

여론조사 조작 지시 의혹 전화 (2021.9.29.)

비공표 여론조사? 명태균 “외부에 유출하는 거”

명태균 씨는 문제의 여론조사 결과가 외부에 발표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만 공유하는 비공표 조사였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또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명태균 씨가 강혜경 씨에게 여론조사 조작 지시를 내린 2021년 9월 29일. 명 씨는 자기 입으로,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외부에 유출하는 거”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 2021년 9월 29일, 명 씨는 조작된 여론조사 보고서를 "외부로 유출하는 거"라고 언급한다. 

윤석열 대선 캠프, 조작 여론조사 활용했나? 진상 규명 시급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0월 14일, 자신의 SNS에 “조작된 여론 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명태균 씨의 조작 여론조사가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측이 공식 유튜브 계정에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올려 홍보하는 등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를 활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더해, 어제(10월 27일) 뉴스타파의 보도를 통 윤석열 캠프가 대선 막판까지 ‘명태균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를 보고받아 선거 전략을 짜는 데 활용했다는 내부 폭로가 터져 나온 상황이다. (관련 기사: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 "대선 당일에도 명태균 보고서로 회의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Ro7qfCX3sLw)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측이 ‘조작·가짜 여론조사’를 활용했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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