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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공짜 취재'] ③ 김영란법 이후에도 계속됐다

2020년 08월 25일 15시 20분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언론 사업은 뉴스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를 판매하는 비즈니스지만 사실은 그 속에 담긴 신뢰를 판다고도 할 수 있다. 2020년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세계 40개 국가 언론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21%였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다. 그것도 5년 연속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망하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 왜일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의 기이한 수입구조에 주목했다. 그중 하나가 기사를 가장한 광고다. 또 하나는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의 홍보, 협찬비다. 이 돈줄이 신뢰가 바닥에 추락해도 언론사가 연명하거나 배를 불리는 재원이 되고 있다. 여기엔 약탈적 또는 읍소형 광고, 협찬 영업 행태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타파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뉴스타파는 이 시대 절체절명의 과제 중 하나가 언론개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추적 결과물은 언론개혁 계기판 역할을 할 뉴스타파 특별페이지 ‘언론개혁 대시보드’에 집약해서 게재한다. -편집자 주



2016년 9월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언론의 ‘공짜 취재’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벌어진 공공기관과 언론사 간의 부적절한 사례를 여럿 확인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금전 지원을 받아 취재한 뒤 해당 기관에 우호적인 기사를 쓴 사례는 물론, 언론사 사장단과 언론인 가족들까지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 금전 지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뉴스타파는 최근 언론사와 공공기관 사이에 벌어지는 여러 형태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취재, ‘언론의 공짜 취재’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직전에 진행된 공기업 한국가스공사의 해외 취재 지원 사례, 인천관광공사가 기자들에게 제공한 팸투어 사례 등이다.

인천관광공사 돈으로 여행한 신문사 사장들

2019년 12월, 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호일보는 인천관광공사에 공문을 보냈다. 기호일보와 강원도민일보 등 28개 지역언론사가 가입된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이하 대신협) 사장단 회의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공문에는 금전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대신협 사장단 회의가 끝난 뒤 관광지 투어에 필요한 전반적인 사항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기호일보가 지원을 요청한 내역은 관광지 투어에 필요한 뱃값과 밥값, 그리고 투어 안내였다.

▲ 2019년 12월 기호일보가 인천관광공사에 보낸 공문.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사장단 여행비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인천관광공사는 이 공문을 받은 뒤 곧바로 금전 지원을 결정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인천관광공사 내부문서에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사장단의 관광지 팸투어 협조요청이 있어 지원을 통해 전국 각 지역 지방언론 사장단을 대상으로 인천관광을 홍보하고자 함”이라고 적혀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결국 뱃값과 밥값, 음료비 등으로 135만 원가량을 지출했다.

▲ 인천관광공사 내부문서 중 일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사장단에 여행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기호일보에 연락해 인천관광공사에 여행비 지원을 요청한 이유 등을 물었다. 기호일보 측은 “인천관광공사가 먼저 금전 지원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호일보 A 상무의 전화 인터뷰 내용.

“인천에서 사장단 회의를 한 뒤 인천에 있는 섬인 팔미도 관광을 할 예정인데 겨울철이라 배편이 잘 다니는지 확인해달라고 인천관광공사에 연락했다. 그러니 인천관광공사에서 ‘행사 취지’가 좋다며 지원을 해주겠다고 먼저 제안했고, 근거자료를 남겨야 하니 공문을 보내 달라고 한 것이다.”
- 기호일보 A상무

인천관광공사의 입장은 달랐다. “기호일보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측에서 먼저 여행 안내와 오찬비, 섬을 오가는 배편을 지원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인천관광공사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괄호는 기자의 질문)

“(기호일보에서는 인천관광공사에서 먼저 요청을 했더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는 않고요.
(기호일보에선 배가 잘 다니는지 여쭤봤을 뿐인데 인천관광공사에서 먼저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고 하던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웃음)”

▲ 인천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사장단이 인천 팔미도를 투어한 뒤 기호일보가 내놓은 기사. 기호일보는 ‘인천관광공사의 초청으로 팸투어를 갔다’고 썼다.

영월군과 춘천박물관, ‘언론인 가족’에도 여행비 제공

강원도 영월군과 국립춘천박물관은 2017년 2월 ‘춘천박물관 언론인 팸투어’를 진행했다. 대상은 강원지역 기자들, 그리고 언론인 가족 27명이었다. 아래 문서는 영월군이 작성한 팸투어 결과 보고 문서.

▲ 강원도 영월군의 팸투어 문서. 언론인 가족 27명이 투어 인원에 포함됐다.(일시에 나온 2016년은 영월군 측의 오기)

기자들과 기자들 가족 27명은 영월군과 춘천박물관 측의 안내를 받으며 영월의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녔다. 영월군은 식사비와 각종 체험료, 관광지 입장료 등 110만 원을 부담했다. 언론인 가족에게 편의를 제공하는데 국민 세금을 쓴 것이다.

뉴스타파는 영월군에 연락해 “언론인 가족 투어에 세금을 쓴 이유”를 물었다. 영월군은 “일반 학생·주민 등을 대상으로 투어를 시켜주고 관광지에 대한 의견을 듣는 시간을 종종 가졌다. 언론인 가족을 포함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판단해 예산을 지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상청, 취재지원 행사로 ‘여론 전환’ 시도

공공기관이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전환하거나, 실적을 홍보하기 위해 기자들을 동원한 사례도 확인됐다.

2019년 10월, 기상청은 ‘언론인 기상정책 현장취재 사업’을 추진했다. 기상청이 이 행사를 기획하던 때는 기상청이 기상 오보 문제로 언론의 뭇매를 맞던 때였다. 아래는 당시 보도된 기상청 관련 기사들.

제주기상청 7월에 눈 예보 황당(2019.07.11 제주일보)
‘기상청 오보에 영업 망친 제주 골프장들 속앓이(2019.07.04 노컷뉴스)
비 예보 없는데 번개 동반 폭우 '당황' (2019.07.29 한라일보)
신뢰 무너진 기상청, 오늘 날씨는 어떻게 믿나...회복 가능성은?(2019.09.06 울산종합일보)
‘오보 연발’ 여름철 기상청 잔혹사(2019.08.12 일요시사)

그런데 뉴스타파가 입수한 기상청 문서에선 흥미로운 내용이 눈에 띄었다. ‘언론인 현장취재’ 목적이 “최근 제주지역 예보에 대한 지역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대해 중앙언론의 긍정적 인식제고 및 대국민 이해 확산”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 한마디로 기자들에게 돈을 써 기상청에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려 했다는 얘기다. 아래는 해당 문서 사진.

▲ 2019년 10월 기상청이 진행한 ‘언론인 기상정책 현장취재’ 계획 문서. 지역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대응한다는 내용이 있다.

기상청의 ‘언론인 현장취재’ 사업은 1박 2일 동안 제주도에서 진행됐다. 25명의 중앙언론사 소속 기자들은 국가태풍센터와 제주지방기상청, 한남연구시험림 등을 방문했다. 기상청 직원들의 설명과 안내, 교육서비스는 물론 숙박과 식사, 교통편 등이 무료로 제공됐다.

‘현장취재’가 끝난 뒤, 기상청의 ‘태풍 예보 능력’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갑자기 쏟아졌다. 기상청의 오보를 비판하던 두 달 전의 보도와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기상청의 의도대로 언론이 움직인 것이다. 아래는 당시 나온 언론 보도 목록.

"합동근무+관측 장비 강화로 태풍 예보 정확도 높였죠"(서울경제 / 2019.10.16)
[현장르포]태풍 최전선 제주, 국가태풍센터 24시간 태풍 '철통 감시'(파이낸셜뉴스 / 2019.10.16)
“태풍 ‘미탁’ 한반도 상륙 5일 前에 예측 … 美·日보다 정확”(한국경제 / 2019.10.17)

하지만 기상청 측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을 바꾸려는 의도로 기획된 취재지원 행사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기상학적 지식이 취약한 상태에서 잘못된 기사가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자들에게 태풍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제대로 전달해주자는 차원에서 현장 탐방을 기획한 것이고 여론을 전환시키려는 목적은 없었습니다.”
- 기상청 대변인실 관계자

▲ 서울시 동작구에 있는 기상청 청사. (출처 : 뉴시스)

기상청은 매해 2~3번에 걸쳐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기상 이슈 홍보를 위한 기상정책 현장취재’, ‘기상정책 현장탐방’ 등 취재지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 일정으로 목포와 제주, 군산 등에 있는 기상 관측 시설을 돌아보는 행사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기자들은 기상청 시설의 재원과 주요 활용사례 등에 대해 교육을 받고 기사를 쓴다.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다과비, 기념품비는 모두 기상청에서 부담한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기상청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이 행사에 총 7,800여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2016년 1,450여만 원, 2017년 2,070여만 원, 2018년 2,190여만 원, 2019년 2,130여만 원이었다.

▲ 기상청의 2018년 ‘언론인 기상정책 현장탐방’ 정산내역서.

취재진은 기상청에 연락해 ‘기자들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이유’를 물었다. 기상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공무원 여비 규정에 준해 기자들에게 취재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도 ‘과도하지 않다’는 해석을 받았고, 언론 홍보 차원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자 투어’ 일정에 ‘기관장 말씀·간담회’ 끼워 넣기

기자들을 불러 진행하는 팸투어 같은 행사에 기관장 인사말 등을 슬쩍 끼워 넣는 기관도 많았다. 기사에 기관장 인터뷰가 자연스레 나가도록 하거나 기관장과 기자들 사이에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 대전광역시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건물 전경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8일, 한국조폐공사는 한국은행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5만 원 권 발행 10주년 기념 기자단 초청 행사’를 열었다. 기자들을 경북 경산시에 있는 화폐 발행공장으로 초대하는 행사였다. 조폐공사는 이 행사에 600만 원가량을 교통비와 식비 등으로 썼다.

당시 조폐공사가 구성한 일정표에 따르면, 일정 중간마다 ‘CEO 인사말’이 끼어 있었다. 조용만 당시 조폐공사 사장의 인사말은 기자단 오찬 이전에 한 번, 공식취재 일정 도중에 또 한 번 들어 있었다.

▲ 한국조폐공사의 2019년 6월 ‘5만원 권 발행 10주년 기념 기자단 초청 행사’ 일정표. 총 두 번의 ‘CEO 인사말’이 포함돼 있다.

취재진은 기자 초청 행사가 끝난 뒤 나온 기사에 실제로 조폐공사 사장의 발언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확인해 봤다. 기자 초청 행사 다음 날인 2019년 6월 19일 생산된 총 23개의 관련 기사 중 무려 17개에 조폐공사 사장 인터뷰가 들어 있었다. 기관장 홍보도 기자 초청 행사의 중요 목적 중 하나였던 것이다.

▲ 인천광역시에 있는 한국환경공단 건물 외경 (사진출처 : 한국환경공단)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환경공단도 기자투어마다 ‘기관장 일정’을 집어넣었다. 2017년 2월 28일 안양새물공원 개장을 앞두고 ‘환경부 출입기자단 현장취재’ 행사를 진행했을 때는 아예 전병성 당시 환경공단 이사장이 동행했다. ‘환경공단 이사장과 환경부 출입기자단의 오찬 간담회’가 일정 중간에 끼어 있었다. 아래는 당시 투어 일정표.

▲ 2017년 2월 28일 진행된 한국환경공단의 ‘안양새물공원 현장취재’ 행사의 일정표.

취재진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총 6번의 환경공단 기자투어를 모두 확인해 봤다. ‘이사장 인사말’, ‘이사장 오찬 간담회’, ‘이사장 만찬 간담회’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들어 있었다. 환경공단 이사장은 매번 기자투어에 동행했다.

그럼 기자투어의 결과는 어땠을까. 2017년 9월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장항제련소 토양오염 정화사업 현장취재(팸투어)’ 사업이 끝난 뒤 나온 기사(9월 30일 ~ 10월 3일)를 찾아봤다. 10개의 기사 중 8개에 환경공단 이사장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2017년 2월 28일 안양새물공원 기자투어가 끝난 뒤인 3월 2일부터 3월 5일 사이 나온 기사도 비슷했다. 총 18개 기사 중 14개에 환경공단 이사장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환경공단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기자투어를 위한 교통비·다과비·입장료·오찬간담회비 등으로 약 1000만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 현장취재 지원 행사 뒤 나온 언론보도 중 일부 발췌. 기사에 나온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기자들을 잘 대접하라”, “투입 대비 150배 효과’’

대구광역시의 ‘기자 팸투어’ 문서에는 눈에 띄는 문구들이 곳곳에 들어 있다. 행사를 진행한 용역업체에 “기자들을 잘 대접하라”며 내려보낸 지시 내용이다. 아래 문서는 대구시가 2019년 진행한 ‘중앙언론사 여행기자 팸투어’ 관련 문서.

▲ 대구광역시의 기자 팸투어 용역 과업지시서 중 일부. ‘관광지 투어, 환영만찬, 숙박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 기자단 취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한다’, ‘팸투어의 원활한 진행으로 참석 기자단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대구시 내부문서에는 각 매체에 실린 팸투어 기사에 대해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한 내용도 있었다. “(해당 기사들은) 광고비용 환산 시 15억4천만 원의 광고효과와 동일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팸투어) 투입 예산 대비 150배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이라 판단”, “기사의 효과를 광고의 7배로 측정하는 관례” 같은 내용이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팸투어 비용으로만 시 예산 8,070여만 원을 썼다.

▲ 대구광역시의 기자 팸투어 결과보고서 중 일부.

정연우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원기관에서는 팸투어가 광고보다 가성비가 좋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광고를 하는 것보다 기자들을 데려오는 게 상대적으로 돈은 적게 들고, 또 기사는 광고보다 더 신뢰가 가는 특성 때문에 ‘홍보 효과’도 크다. 기관으로서는 팸투어 방식이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기자투어' 지출 내역은 ‘언론개혁 대시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언론개혁 대시보드(http://pages.newstapa.org/n1907/#/part4)

제작진
취재홍주환
촬영정형민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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