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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공짜 취재'] ① 호텔서 공짜 숙박과 코스 요리...여행기자 팸투어

2020년 08월 18일 10시 10분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언론 사업은 뉴스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를 판매하는 비즈니스지만 사실은 그 속에 담긴 신뢰를 판다고도 할 수 있다. 2020년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세계 40개 국가 언론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21%였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다. 그것도 5년 연속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망하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 왜일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의 기이한 수입구조에 주목했다. 그중 하나가 기사를 가장한 광고다. 또 하나는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의 홍보, 협찬비다. 이 돈줄이 신뢰가 바닥에 추락해도 언론사가 연명하거나 배를 불리는 재원이 되고 있다. 여기엔 약탈적 또는 읍소형 광고, 협찬 영업 행태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타파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뉴스타파는 이 시대 절체절명의 과제 중 하나가 언론개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추적 결과물은 언론개혁 계기판 역할을 할 뉴스타파 특별페이지 ‘언론개혁 대시보드’에 집약해서 게재한다. -편집자 주

“공공기관에서 지원한 국회의원들의 출장내역, 좀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19대·20대 국회의원들이 공공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간 횟수는 조사된 것만 235차례입니다.” (2018.05.04 KBS 보도)

“피감기관 돈을 받고 해외 출장을 가 이른바 '갑질 외유' 비판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 38명의 명단이 국민권익위에서 국회로 넘겨졌죠.” (2018.08.07 MBC 보도)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회의원 38명의 명단을 국민권익위원회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넘겼습니다. 이른바 김영란법,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입니다.” (2018.08.08 SBS 보도)

‘피감기관의 돈으로 출장가는 공직자’, 언론이 ‘공직감시’라는 명목으로 숱하게 문제삼아 온 주제다. 그럼 기자들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뉴스타파는 ‘피감기관’이나 다름없는 출입처와 취재원에게 지원을 받아 취재하는 우리 언론의 현실을 취재했다.


1박 2일 ‘팸투어’, 기자들의 ‘공짜 취재’

2018년 5월, 일간지 여행기자 10여 명이 버스에 몸을 싣고 인천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인천 영종도에 있는 한 유명 맛집. 이 곳에서 점심을 먹은 기자들은 이후 서해 앞바다에 있는 섬으로 들어가 바닷길 트레킹을 즐겼고, 한 외제 자동차 전시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카페로 옮겨 커피를 마신 뒤 인천 영종도에 있는 특급호텔인 파라다이스시티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잠을 잤다.

인천관광공사가 주최한 ‘언론인 초청 팸투어’였다. 팸투어는 기업이나 기관이 자신들의 관광상품이나 사업장 등을 홍보하기 위해 홍보 관계자 등을 초청하는 행사다.

뉴스타파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한 ‘인천관광공사 팸투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팸투어 비용은 모두 인천관광공사와 파라다이스시티가 냈다. 교통비와 식사비, 여행자 보험료와 다과비는 인천관광공사가, 숙박과 두 번의 식사(저녁 만찬과 아침 조식)는 파라다이스시티가 무료로 제공했다.

인천관광공사는 이런 식의 언론인 초청 팸투어를 2018년에만 두 번 진행했다. 5월에 진행된 1차 팸투어에는 동아일보와 서울경제, 아주경제 등 10개 언론사 소속 기자 11명이, 11월에 진행된 2차 팸투어에는 동아일보와 헤럴드경제, 뉴스1 등 12개 언론사 소속 기자 12명이 참석했다. 두 번의 팸투어 일정은 대략 비슷했다.

▲ 2018년 5월 진행된 언론인 초청 팸투어 당시 저녁 만찬 모습(왼쪽). 파라다이스시티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 2018년 11월 인천관광공사가 주최한 ‘언론인 초청 팸투어’ 일정표.

취재진은 인천관광공사와 파라다이스시티가 기자들에게 제공했던 편의 내역을 금액으로 환산해 봤다. 호텔 숙박비 35만 원, 디너 코스요리 10만 원, 호텔 조식 5만 원, 다과비·여행자보험료·교통비 등을 더하니 1인당 대략 60만 원 정도였다. 2018년 인천관광공사가 진행한 두 번의 팸투어에 참여한 기자가 23명이었으니, 두 번의 행사에 1400만 원 정도가 들어간 것이다.

팸투어 끝나자…파라다이스시티 ‘홍보 기사’

1·2차 팸투어에 참여해 ‘공짜 취재’를 했던 기자들은 이후 인천관광공사와 파라다이스시티 홍보기사를 쏟아냈다. 인천의 여행지를 소개해주는 단순 여행기사도 많았지만, 기사인지 광고인지 알 수 없는 ‘홍보성 기사’도 여럿 있었다.

▲ 1차 팸투어가 끝난 뒤 나온 세계일보 소속 스포츠월드의 기사.

2018년 5월 9일 세계일보의 자회사인 스포츠월드의 기사, ‘영종도의 낙원,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초여름 휴가를 즐겨볼까’도 그 중 하나다. 기사는 대부분 호텔 파라다이스시티의 시설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파라다이스시티를 가장 알차게 이용하는 방법은 초여름 휴가용 상품 ‘올 레디 포 서머 패키지‘다. 이 패키지는 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세 가지 옵션으로 이뤄졌다. 먼저 ‘스탠다드 초이스’는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플레이스테이션 체험존, 미니바 무료 혜택으로 구성된 기본 상품으로 합리적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중략) 초여름 패키지 이용 기간은 6월 1일부터 7월 19일까지며, 파라다이스시티 공식 홈페이지나 유선 전화로만 예약할 수 있다.”
- 스포츠월드 (2018.05.09)

2018년 11월 22일 나온 파이낸셜뉴스의 기사(‘영종도의 진주 파라다이스시티...가족 나들이도 제격’)도 비슷했다.

“차별화된 콘셉트와 대규모 부대시설을 갖춘 파라다이스시티는 호캉스족을 위한 핫플레이스로도 떠올랐다. 아이를 동반한 고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패밀리 라운지를 비롯해 전문 레저·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LEO라운지, 키즈존, 볼링장·포켓볼처럼 차별화된 놀이시설을 갖춘 사파리파크와 플레이스테이션 체험존 등 가족 친화형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 파이낸셜뉴스 (2018.11.22)

“개관 1주년 홍보기사 내려고...이래야 기사 써 준다”

뉴스타파는 인천관광공사와 파라디이스시티에 연락해 기자들에게 ‘공짜 취재’를 제공한 이유를 물었다. 인천관광공사는 이렇게 답했다.

“우호적으로 인천에 대해서 홍보를 해준다고 한다면, 기자들이 직접 체험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기자 팸투어를 한 거고. 저희 입장에서는 이런 분들을 한 번이라도 인천에 오게 해야지 기사화가 되지. 아니면 기사화 될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 인천관광공사 관계자

인천관광공사 측은 “인천관광공사와 파라다이스시티는 업무 협력 관계다. 호텔 개관 1주년 기념 등의 홍보기사를 위해 파라다이스시티 측에서 먼저 인천관광공사에 ‘기자 팸투어’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 인천광역시 영종도에 있는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사진 : 파라다이스시티 홈페이지)

파라다이스시티 측은 기자들에게 호텔 숙박과 식사를 제공한 이유를 “팸투어 프로그램의 하나로 파라다이스시티 체험이 들어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호적인 기사가 많이 나온 이유를 묻는 질문엔 “팸투어의 취지상 네거티브한 기사는 나올 수가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 위반”...권익위는 “아니다”

취재진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연락해 “인천관광공사와 파라다이스시티가 기자들에게 제공한 ‘공짜 취재’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권익위 측은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식적인 행사에서 행사에 참여한 모든 기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제공된 편의이며, 제공된 금액 또한 통상적인 범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인천관광공사가 작성한 2018년 1·2차 언론인 초청 팸투어 결과보고서.

하지만 저널리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기자 출신인 박영흠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는 “취재 편의를 제공할 때에 반드시 기대하는 대가가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를 내달라’는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제정의 취지에 비추어 봤을 때 권익위의 해석은 올바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애초에 청탁금지법에 기자가 들어간 이유가 기자들이 편의를 제공받았을 때 한 쪽에만 유리한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권익위가 좀 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원래 법의 취지에 맞춰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와 BBC “무료 여행 등 취재지원 불허”

취재진은 인천관광공사 팸투어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취재편의 대가로 홍보기사를 썼는지 등을 물었다. 그리고 한 여행기자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모 중앙일간지 A 기자를 만나 직접 입장을 들었다. 이 기자는 의혹을 부인했다.

“여행기사를 쓰는 목적 자체가 여행의 매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어서 여행지에 대해 안 좋게 쓰기가 어렵습니다. 또 여행기사는 기존의 기사 형태를 벗어날 때가 많아 미사여구가 많은 편입니다. '낙원'이니 '천국'이니 이런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죠. 원래 여행기사라는 게 그런 거지, 팸투어를 제공받았다고 해서 취재원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 A 여행기자 단체 회장

A 기자는 “공짜 취재를 제공받는 것은 맞지만, 팸투어는 제도권에서 이렇게 해도 괜찮다고 한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도 말했다.

그럼 해외 언론들은 어떨까. 뉴스타파는 해외 유력 언론사들이 우리나라의 팸투어와 같은 ‘공짜 취재’에 대해 어떤 취재윤리 규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봤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영국의 BBC 등의 사례가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여행기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윤리규정을 두고 팸투어와 같은 공짜 취재를 금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윤리강령에는 “어떤 여행부 직원도 취재 중이건 아니건 여행 관련 업계로부터 교통편과 식사, 숙박 등을 무료 혹은 할인가로 제공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아래와 같은 내용도 있다.

▲ 뉴욕타임스의 여행부문 윤리강령 중 일부.

영국 방송사인 BBC도 비슷했다. BBC의 여행부문 자회사인 BBC TRAVEL의 가이드라인에는 “BBC TRAVEL은 프레스 투어와 후원 여행, 사은품, 자금 지원과 미디어 할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들어 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촬영이상찬 오준식 정형민
편집조문찬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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