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모병원 노동조합 '12년의 잔혹사'
2018년 01월 30일 16시 21분
천주교 인천교구(주교 정신철)가 운영하는 국제성모병원이 횡령과 배임 등의 의혹을 받아 온 박문서 전 행정부원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박 전 신부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 모 전 국제성모병원 기획조정실장, 박 모 전 국제성모병원 기획예산실장도 박 전 신부와 함께 검찰에 고발됐다. 박 전 신부를 수사 의뢰하면서 국제성모병원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내놨다.
양 병원(인천성모병원, 국제성모병원)은 전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측근들의 과실 및 비리 혐의에 대해 조사를 거쳐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정상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해 나가겠다.
병원측의 이번 결정은 뉴스타파 보도에 따른 조치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2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박 전 신부 관련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박 전 신부가 MSP(엠에스피)라는 개인회사를 만든 뒤 인천성모병원, 국제성모병원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의혹, 국제성모병원 쇼핑몰 입점 등을 대가로 신약개발업체의 수억 원대 주식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 MSP 관련 회사들을 통해 주가조작에 관여하고 상습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었다. 보도 당시 박 전 신부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인 지난해 12월 26일, 인천교구는 박문서 신부에게 아무런 직책을 맡기지 않는 휴양 인사발령을 냈고 올해 2월 22일에는 가톨릭 내 가장 높은 징계인 파면(면직)을 결정한 바 있다.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의 부원장은 물론 학교법인 인천가톨릭학원의 사무총장까지 겸직하며 교단 내 실력자로 행세해 온 박 전 신부는 휴양조치가 내려진 이후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끊고 잠적했다. 박 전 신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병원 측은 “인천교구가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소명의 기회를 부여했으나, 박문서 신부가 이를 회피해 면직했다. 이는 주교님과 교회에 불순명한 결과”라고 밝혔다.
박문서 전 신부가 파면에 이어 고발조치됐지만, 인천성모병원과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박 전 신부의 부원장 재직 시절 벌어진 노사갈등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노조탄압에 관련된 인사들이 여전히 병원 내 요직에 중용되는 등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노사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의 노동탄압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보건의료노조 측은 이런 입장을 내놨다.
병원장 신부가 노조와 간담회도 하는 등 달라진 모습은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의지가 없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박 전 신부를 도와 노조탄압에 나섰던 관리자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해서도 병원 측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보건의료시민연대와 병원 노조를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교직원 전체와 일일이 면담을 진행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뉴스타파에 전해왔다.
국제성모병원의 조치와는 별도로, 박문서 전 신부의 개인회사인 MSP와 자회사 MSP E&E(엠에스피이앤이)의 투자를 받았던 CL인터내셔널의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 290여명은 지난 1월 박 전 신부와 관련자 2명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이 사건 역시 현재 인천지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성모병원 정상화 인천시민대책위(공동대표 양승조)는 오는 4일 오후 천주교 인천교구 앞에서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대책위 측은 “천주교 인천교구는 자신의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인천시민들과 당사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박문서 전 신부의 비위행위도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취재 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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