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법관 기피 신청은 불법 기소 자백이다
2024년 11월 22일 11시 02분
임원은 접대부가 나오는 유흥주점에서 흥청망청 법인카드를 사용한다. 사재를 털어 돕겠다던 전 대표는 알고보니 돈을 빌려준 뒤 원금은 물론 높은 이자까지 받아챙긴다.
일반 회사의 얘기가 아니다. 도민 축구 구단인 강원 FC에서 일어난 일이다. 강원FC는 축구를 사랑하는 강원 도민들이 한 푼 두 푼 공모주 청약을 통해 60억 원을 모아 지난 2009년 창단한 도민 축구단이다. 구단주도 최문순 현 강원도지사다.
그래서 강원FC는 어느 축구단보다 투명하고, 알뜰하게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제보를 통해 확인한 결과 강원FC는 도민들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취재진이 제보로 확보한 강원FC의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질적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이 모 사무처장이 수시로 각종 유흥업소를 드나들며 공금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사무처장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9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로 룸살롱과 안마시술소 등에서 2천만 원 가까운 구단 돈을 썼다. 이 가운데 봉사료를 포함해 한 번에 백 만원 넘게 결제한 경우도 7차례나 됐다. 봉사료는 접대부가 있었다는 의미다. 이 사무처장이 법인카드로 쓴 유흥비는 업무추진비나 복리후생비, 선수들의 훈련경비 등으로 처리됐다.
**강원 FC 법인카드로 지출된 유흥업소 영수증 내역 정리본 일부
특히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한 2010년 1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이 처장은 강원도청에서 강원FC로 파견나온 공무원 신분이었다. 도민 축구단에 파견나온 공무원이 얼룩의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거리낌 없이 드나든 것이다.
강원도청은 뉴스파타 취재진에게 현재 이 사안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처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감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부인했다.
[이** 사무처장] (법인카드를 유흥업소에서 굉장히 많이 쓰셨더라고요) 그건 저한테 묻지 말고 감사하는 데랑 얘기해 봐요. (그런 사실이없으신가요?) 아 묻지 말고요. 저는 감사를 받은 적이 없어요. (도민들의 돈을 모아서 만든 구단인데) 아 도민이고 도민 할아버지고 간에. (도민이나 팬들에게 좀 미안하지 않으세요?) 예??
강원도청의 특별 감사 사실은 강원FC 구단 프론트에도 전해졌다. 구단의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사무처장의 공금 유용 의혹과 함께 강원FC가 구단 직원들에게 규정에도 없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방만한 운영을 해왔다는 경영진단 보고서도 나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강원FC는 큰 빚을 지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선수들의 월급 통장까지 압류되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주 채권자는 강원FC의 전 대표이사였던 남종현 씨의 개인 회사들이었다.
남 씨는 강원FC의 대표이사 시절 수십차례 언론을 통해 자신이 수십억 원의 ‘사재’를 털어 어려운 구단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단의 회계 담당자는 남 씨가 대표 재임 시절(2011.7-2012.9) 아무런 대가 없이 구단에 입금한 이른바 ‘사재’는 단 한 푼도 없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남 씨는 자신의 회사를 통해 강원FC에 총 45억 원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강원FC가 남 씨에게 갚은 원금만 35억 원. 강원FC의 회계부서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이자도 따로 약 4억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남 씨의 회사가 받아간 이자의 이율은 연 8.5%나 됐다. 강원FC가 앞으로도 갚아야 할 돈은 아직 10억 원 정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남 씨는 취재진에게 “선수들에게 (직접) 사비로 고기도 사주고 뷔페도 시켜줬다"며 이렇게 자신이 순수하게 직접 개인적으로 쓴 돈이 20억 원 가량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강원 FC가 돈을 안 갚아서 (구단 통장을) 압류했다며 취재진에게 당신 같으면 돈을 꿔주고 안 받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남종현 / 전 강원FC 대표이사] 꿔준 돈도 안줘요. 그 사람들(강원FC)이. (그래서 압류를 하셨더라고요) 예? (압류를 하셔서 지금 이자가 20%가 됐더라고요.) 그럼요. 압류 다 했지.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됐을까요?) 더 할 건데 앞으로? 우리 언니 같으면 돈 꿔주고 안받아요?
유난히 축구를 사랑한다는 강원도민들이 만든 축구단 강원FC.
지난 일요일(6.22) 춘천의 한 축구 경기장에서는 강원FC를 응원하는 함성이 뜨거웠지만 구단은 부패와 탐욕으로 얼룩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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