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설립자 등 ‘수퍼 리치’ 16명도 조세피난처 行

2014년 01월 22일 06시 03분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공개한 조세피난처 중국인 명단에는 이른바 ‘수퍼 리치’로 불리는 중국 갑부 16명이 포함됐다. 이들의 개인 재산을 합하면 우리 돈으로 61조 원. 한명 당 평균 4조원에 이른다. 

이들은 자신의 회사를 홍콩 증시 등에 상장시킨 후 주가가 크게 오르던 시기를 전후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역외 유령회사를 설립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뉴스타파가 취재했던 조세피난처의 한국 기업가들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 것이다. 

▲ 장신 페이퍼컴퍼니 COMMUNE INVESTMENT LTD 내부 서류

뉴스타파

▲ 장신 페이퍼컴퍼니 COMMUNE INVESTMENT LTD 내부 서류

증시 상장 전후에,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 많아

베이징의 부동산 투자회사 소호차이나의 설립자인 장신 회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7년 10월, 소호차이나가 홍콩 증시에 상장되면서 주가가 치솟았고, 장신 회장은 막대한 부를 쌓기 시작했다. 장신은 기업 공개와 같은 달인 2007년 10월 24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커뮨 인베스트먼트(Commune Investment Ltd)’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소호차이나를 상장하고 불과 보름 뒤 조세피난처를 찾은 것이다. 장신 회장은 자신을 이 페이퍼컴퍼니의 이사와 주주로 등재했다. 현재 장신 회장의 개인 자산은 37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2년 국내에 출시된 이후 PC방 게임 점유율 40% 대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이 게임의 소유권은 중국 기업 텐센트가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IT 업체다. 지난 2005년 중국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고, 이후 급성장해 시가총액이 천 200억 달러에 이른다. 

▲ 마화텅 인터넷 기업 텐센트 공동 설립자 ICIJ 인터렉티브 자료

뉴스타파

▲ 마화텅 인터넷 기업 텐센트 공동 설립자 ICIJ 인터렉티브 자료

텐센트 설립자인 마화텅 대표의 개인 자산도 13조 5천억 원 가량이다. 국내 최고부자인 이건희 삼성회장보다 많다. 그런데 ICIJ의 국제공조 취재 결과, 마화텅 대표는 공동설립자인 장즈둥 집행이사와 함께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TCH Pi Ltd’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 모두 이 페이퍼컴퍼니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설립시점은 미국 나스닥 상장 2년 뒤인 2007년 5월, 주가가 올라 재산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던 시기였다.

▲ 양후이옌 중국 최고 여성 갑부 ICIJ 인터렉티브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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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후이옌 중국 최고 여성 갑부 ICIJ 인터렉티브 자료

조세피난처로 간 중국인 부자 명단에는 부동산 업체 경영자가 많았다. 중국 광둥성에 기반을 둔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최대주주인 양 후이옌, 그녀는 한때 개인 자산이 1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8조를 넘어설 정도였다. 양후이옌은 지난 2006년 10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조이 하우스 엔터프라이즈(Joy House Enterprises Ltd)’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이사와 주주로 등재했다. 또 상하이 젠다이 부동산업체의 다이지캉 회장도 2007년 9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도싱 스타(Dorsing Star Ltd)’, 1년 뒤인 2008년 10월에는 케이먼군도에 ‘템포 에셋(Tempo Asset Management (Asia) Co. Ltd)’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자신을 각각 이사와 수익자로 등재했다. 

▲ 중국인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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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 추이

베이징올림픽 특수 누리던 2007년과 2008년, 페이퍼 컴퍼니 설립 붐

중국인 부자들은 베이징 올림픽 특수 등으로 중국 경기가 고점을 향하던 2007년과 2008년 사이, 페이퍼 컴퍼니를 대거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피난처 설립 대행업체인 PTN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인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유령회사는 2003년 1,500개에 불과했지만, 2007년에는 4,800개로 3배 이상 늘었다. 베이징 올림픽 전후 건설 붐 등이 일면서 늘어난 중국 부동산 부자들의 재산이 조세피난처로 흘러갔음을 추정케 하는 부분이다.

▲ 황광위, 두쥐안 부부 페이퍼컴퍼니 설립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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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광위, 두쥐안 부부 페이퍼컴퍼니 설립 관련 자료

한때 중국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지만, 뇌물과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구속되거나 몰락한 인사들도 조세피난처 명단에서 확인됐다.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궈메이 그룹의 황광위와 두쥐안 부부. 이들은 한때 개인자산이 8조 원을 넘어서는 등 한때 중국 최대 갑부 반열에 올랐지만 2008년 주가조작과 자금세탁, 탈세 등의 혐의로 체포됐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조세피난처에 20개가 넘는 유령회사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역외 법인들이 자금세탁과 탈세 등의 불법 행위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 2012년 국가별 대중국 해외직접투자 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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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국가별 대중국 해외직접투자 액수

 대중국 투자국가, 버진아일랜드가 3,182억 달러로 홍콩이어 2위

ICIJ는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에서 유출된 자산이 최대 4천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IMF 자료에 따르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가 2012년에 3천 188억 달러, 우리 돈으로 320조 원 가량을 중국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섬이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대중국 투자국가인 셈이다. 이는 막대한 중국내 자금이 조세피난처의 유령회사 금융계좌로 흘러간 후 자금세탁 등을 거쳐 다시 중국에 들어온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만큼의 액수가 탈세로 이어졌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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