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녹음파일④ “네 민원 잊지 않고 해결할게” 정우택 보좌관의 약속

2024년 03월 19일 16시 30분

뉴스타파가 입수한 ‘정우택 녹음파일’에서 정우택 국회부의장 측이 충북지역 사업가 A씨에게 민원 해결을 약속하고, 실제로 민원 해결을 위해 의원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확인됐다. 
정우택 부의장이 사업가 A씨에게 청탁과 함께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2022년 10월을 전후해 정 부의장 측과 사업가 A씨가 집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86개에 달하는 ‘정우택 녹음파일’을 날짜별, 사건별로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13일부터 충북인뉴스와 함께 ‘정우택 녹음파일’을 연속 보도하고 있다. 첫 보도 직후인 14일 오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정우택 부의장에 대한 공천(청주 상당구)을 취소했다. “국민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는 이유였다. 18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공관위 결정을 의결했다. 정 부의장은 오늘(19일)까지 이틀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정우택 의원의 공천이나 출마 여부와는 관계없이, 정우택 부의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거물 정치인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자 뇌물 수수 의혹 사건으로 판단, 보도를 이어간다.
정우택 국회부의장.

통화 녹음파일 86개 중 민원·청탁 전화 33개

뉴스타파가 입수한 ‘정우택 녹음파일’은 모두 86개다. 이 중 79개가 2022년 5월부터 2023년 1월 사이 만들어졌다. 사업가 A씨가 정우택 의원 본인, 정우택 보좌관 임모 씨, 정우택 비서관 C씨와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이다. 
확인 결과, 79개 중 33개에서 A씨가 정우택 의원 측과 민원·청탁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이 확인됐다. 나머지(46회)는 식사 약속을 잡는 등의 일상 대화였다. 
33번의 민원·청탁 관련 통화에는 정우택 부의장 보좌관 임모 씨가 A씨에게 민원 해결을 약속하고, 실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한 정황이 담겨 있다.
2022년 5월부터 2023년 1월 사이 사업가 A씨와 정우택 의원 측 통화 횟수. 79번 중 33번이 민원·청탁 관련 내용이었다. 

돈봉투와 정치후원금이 건네진 10월 무렵 통화 집중

정우택 부의장이 A씨 카페에서 돈봉투를 받는 장면이 CCTV에 찍힌 날은 2022년 10월 1일이다. 정 부의장과 보좌관 임모 씨와 사업가 A씨가 모여 소고기, 자연산 송이로 밥을 먹었다. 사업가 A씨는 저녁 식사 직후 정 부의장에게 1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정우택 녹음파일’을 분석해 보니, 돈봉투 사건이 있던 때를 전후해 사업가 A씨와 정우택 부의장 측의 통화가 집중된 사실이 확인됐다. 2022년 9월과 10월이다. 
정우택 보좌관 임모 씨는 돈봉투 사건 바로 다음 날인 10월 2일 A씨와 전화 통화했다. 이 통화에서 임 보좌관은 “의원님 말씀 주신 거를 나는 이행할 수밖에 없다”라고 먼저 말을 꺼낸다. 이어 “어제 우리는 OOOO(입찰 관련 기업) 하나만 놓고 이야기를 했지만…”이라는 말도 한다. 전날 정 부의장과의 저녁 자리에서 사업가 A씨와 관련된 민원이 논의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정우택 부의장이 지난달 21일 돈봉투 수수 의혹을 해명하는 긴급기자회견에서 내놓은 해명과 배치된다. 정 부의장은 ‘10월 1일 소고기 파티’와 관련해 “청탁을 하는 자리가 전혀 아니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10월 2일 통화에서 임 보좌관은 '자신이 직접 민원 해결에 나설 수 있음'도 암시한다. 
 그러고 의원님 말씀 주신 거를 나는 이제 이행할 수밖에 없는데 OOOO(A씨 사업) 건 말이잖아. 그거는 어제는 우리는 OOOO(입찰 관련 기업) 하나만 놓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거 말고도 진천 지역에 연결할 만한 데가 있으면, 더군다나 진천 OO를 우리 의원님이 잘 알고 하니까…  내가 진천 OO를 찾아가도 되고.

- 정우택 보좌관 임모 씨 (2022. 10. 2.)
86개 '정우택 녹음파일'을 날짜별로 정리했다. 정우택 부의장에게 돈봉투가 건네진 2022년 10월 1일을 전후해 통화가 집중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우택 녹음파일’에는 상수원보호구역 내에서 카페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사업가 A씨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정우택 보좌관 임모 씨와 비서관 C씨가 움직인 정황도 들어 있다. 아래는 10월 2일 임 보좌관이 사업가 A씨에게 한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제 OO이(정우택 비서관 C씨) 시켜 가지고, 계속 지금 어려운 거를 어떻게 풀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이제 찾아보고 이렇게 저렇게 할 테니까

- 정우택 보좌관 임모 씨 (2022. 10. 2.)
사업가 A씨가 정우택 부의장에게 정치후원금 300만 원을 보낸 다음 날, 정우택 비서관 C씨는 A씨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담당공무원들에게 전화를 했다는 말도 한다. 
(A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상수도과장 이제 본부장한테도 얘기를 했거든요.이런 사항인데 이거 만약에라도 혹시 잘못되면은 결제 다시 올리라고 얘기해 달라 했고…

- 정우택 비서관 C씨 (2022.10.11.)
이틀 뒤 정우택 보좌관 임모 씨는 사업가 A씨와 통화하며 “식품위생과 직원 이름이 뭐냐”고 묻고, 자신이 직접 담당 공무원과 대화해보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네가 하라는 거 내가 다 할게"

‘정우택 녹음파일’에는 사업가 A씨의 상수원 보호구역 내 카페 관련 민원 외 또 다른 청탁 얘기가 나온다. A씨가 운영하는 재활용회사가 한 대기업의 일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이다. 사업가 A씨와 정우택 보좌관 임모 씨는 2022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 문제로 총 12회 통화했다. 원하던 입찰이 불발되자 A씨는 임 보좌관에게 다른 지역 업체와의 연결을 부탁하기도 했다. 2022년 12월 8일 통화에서 A씨가 “진천에 OO산업이라고 있는데…”라고 부탁하자 임 보좌관은 “네가 하라는 거 내가 다 할 거고”라고 답했다.  
2022년 11월부터는 통화가 뜸해졌지만 관계는 이어졌다. 정우택 보좌관 임모 씨는 사업가 A씨에게 “네 민원 잊지 않고 해결할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A씨와 정우택 의원 측의 민원·청탁 관련 통화는 2023년 1월 중순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정우택 녹음파일’에서 임 보좌관은 정우택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정 의원의 힘으로 민원 해결이 가능하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2022년 11월 정 의원이 국회부의장이 된 이후 전화 통화에서는 “의원님이 부의장이 돼 힘이 실리니까”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정우택 부의장과 보좌관 임모 씨에게 각각 질의서를 보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정우택 부의장은 상세한 해명 없이 “허위 사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답했다. 보좌관 임모 씨도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답만 되풀이했다.
제작진
취재이명주 봉지욱 최윤원 홍여진 한상진
영상취재정형민 신영철 김희주 오준식
편집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