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끝까지 간다"

2018년 10월 19일 18시 11분

국회의원 300명이 쓰는 돈은 세비 외에도 한해 400억 원이 넘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부터 국회의원들이 이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등 3곳의 시민단체와 함께 여러 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회는 정보공개를 모두 거부했습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결국 소송을 걸었고 일부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1년 반의 싸움 끝에 마침내 지난달 국회 정책개발비의 지출 증빙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국회 정책개발비는 2017년 기준으로 132억 원에 이릅니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 86억 원, 정책자료집 발간 발송비 46억 원) 이 자료를 분석하고 취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4만 쪽이 넘을 만큼 자료가 방대하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국회 정책개발비의 집행 실태를 알리기 위해 뉴스타파는 MBC 탐사기획팀과 공동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뉴스타파와 MBC는 10월 17일부터 국회 정책비에 대한 취재 결과를 3일 연속, 공동으로 보도합니다.

셋째날인 19일에는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전주 완산 갑)과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 보성 장흥 강진), 정의당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 갑)에 대한 취재 결과를 보도합니다. 뉴스타파는 이와 함께 이번 취재의 토대가 된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의 국회의원 정책연구 용역 지출 증빙 자료를 공개합니다.

1. 김광수 : 대학생 입법보조원이 정책연구용역 수행.. 보고서는 표절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지난 2016년  9월 “저출산대책 정책 마련을 위한 데이터분석”이라는 정책 연구 용역을 당시 의원실에서 입법보조원으로 일하던 박 모 씨에게 맡겼습니다. 이 정책 연구에는 국회 정책개발비 20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당시 박 씨는 대학생이었습니다. 입법보조원이란, 의원실에서 일은 하지만 인건비는 국회 사무처에서 나오지 않는 국회 내 비정규직 인원입니다.

김광수 의원실은 입법보조원에게  정책연구를 맡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하도 예전부터 외부 (정책연구) 용역에 대해서 교수들님들한테 500, 1000만 원 이렇게 가는 것에 대해서 예전부터 국회에 있으면서 그런 모습이 별로 안 좋아서 실질적으로 연구용역을 하는 사람이 저는 맡아서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친구(입법보조원)한테 맡기게 된 거죠.

김광수 의원실 보좌관

교수들한테 형식적으로 정책연구용역을 주고 이름 값으로 몇 백만원씩을 주느니 실제로 연구용역을 수행한 사람에게 정책연구용역을 맡기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해명입니다. 이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해당 연구 보고서의 내용이 충실해야 합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보고서의 내용을 보니, 다른 자료를 베끼는 바람에 생긴 이상한 대목들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예를 들어 이 정책연구 보고서 15페이지를 보면 다른 페이지와 달리 ‘있음’ ‘감소’ 등의 줄임말 형식으로 끝나는 문장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취재진은 표절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곧 표절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확인 결과, 김광수 의원실의 입법 보조원이 작성한 자료는, 2년 전 더불어민주당 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 2개와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었습니다.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의 정책연구인데 더불어민주당의 연구자료를 베낀 것도 황당한 대목입니다.

김광수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당연히 표절을 인정하고 정책 연구비를 반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김광수 의원실은 당시 주요 현안이었던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달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2. 황주홍 : 정책연구 연구자 신분 거짓으로 답변… 보고서도 표절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지난 2016년 9월, 밭농사 발전 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연구 용역을 수행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정책보고서 표절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황주홍 의원실에 이 정책연구를 수행한 연구자와 소속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시 의원실은 공식 답변을 통해 “해당 정책연구의 연구자는 시민단체 소속”이라면서도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정책개발비 지출증빙자료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황주홍 의원실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문제의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한 연구자는 시민단체 소속이 아니라 강원대 박사과정 최 모 씨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최 씨의 전공은 밭농사와 관련이 없는 의생명공학 분야였습니다.

거짓해명을 한 이유를 묻자 황주홍 의원실의 보좌관은 “파악을 하는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켜 그렇게 말씀을 드렸다”면서 “당시 담당자는 지금 없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정책연구보고서는 제대로 된 보고서였을까요?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 보고서는 1년 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를 출처와 인용없이 베꼈습니다. 400만 원의 예산이 표절 정책연구에 쓰인 겁니다.

황주홍 의원은 뉴스타파와 공동 취재를 한  MBC와의 인터뷰에서 “왜 인용이나 출처 표기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부끄럽다”고 말했습니다. 또 “부적절하게 사용된 부분을 자체 확인한 뒤 적당한 절차를 밟아 반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3. 심상정 : 당대표실 비서가 정책연구 수행.. 보고서도 표절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당 대표 시절인 2016년 12월 금융성 기금 운영 성과 분석이라는 정책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국회 정책개발비 50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심상정 의원실이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정책연구용역을 맡은 사람은 대학원생 최 모 씨였는데, 알고보니 최 모 씨는 당시 정의당 당 대표실의 비서였습니다.

문제의 연구 보고서 역시 핵심 부분을 고스란히 베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고서의 4장에 해당하는 “개선 방향과 시사점”은 2달 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한 보고서를 발췌하고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옮겨왔습니다. 물론 인용과 출처는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사무처의 ‘정책개발비 안내’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보고서에서 다른 자료를 인용할 경우 반드시 출처를 명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심상정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세금을 좀 더 알토란처럼 쓸 수 있도록 정책 보고서를 검증하는 취지에 동의한다”며 “심상정 의원실도 부실한 점이 있을 수 있으나 국회의원들의 활동은 일반 연구자들의 활동과는 다르기 때문에 표절에 대한 기준도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심상정 의원실도, “정책연구는 논문과 다르기 때문에 표절이라는 지적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출처 표기 없이 다른 자료를 가져온 것에 대한 비판은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타파, 20대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지출 증빙자료 원본 공개

뉴스타파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20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년 간 지출한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 증빙 자료 원본을 공개합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시민단체들과 함께 국회를 상대로 한 소송 끝에 얻어낸 결실입니다. 이번에 공개하는 자료는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했는지 검증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록으로  모두 1,563 페이지에 기록된 국민 세금 12억 원의 사용 내역입니다. 국회사무처는 그동안 ‘의정활동 위축', ‘불필요한 정쟁 야기', ‘국가의 중대한 이익 해칠 우려' 등을 이유로 자료 공개를 거부해 왔습니다.

2017년 국회 예산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의 입법 및 정책 개발비 관련 예산은 한해 132억 원입니다. 입법 및 정책 개발비로는 86억 원이, 정책 자료 발간 발송비로는 46억 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이름으로 발간하는 각종 정책 자료의 연구와 발간비, 의정활동 명목으로 집행하는 토론회, 간담회, 세미나, 도서구입 비용 등이 모두 입법 및 정책 개발비에서 지출됩니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해당 기간 동안 전문연구기관은 89건, 개인 연구자는 70건의 연구 용역을 수행했고, 모두 5억 7천여만 원이 연구비로 지급됐습니다. 연구기관들은 국책 연구기관보다는 민간 연구기관이 많았으며 개인 연구자는 대학교수가 다수였습니다. 국회의원실과 연관이 있는 전직 인턴, 비서, 입법보조원과 소속 당의 당직자들도 개인 연구 용역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문 연구기관과 개인 연구자 외에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정책 용역을 맡긴 곳은 여론조사기관이었습니다. 여론조사가 수행한 정책연구용역은, 다수의 의원이 공동 의뢰한 3건을 포함해 모두 55건이었습니다. 총 금액은 2억 1천3백여만 원으로 29개 여론조사기관에 지급됐습니다. 여론조사기관 중에는 이택수 대표가 운영하는 리얼미터가 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로는 타임리서치가 5건, BNF리서치가 3건 순이었습니다. 그 외 여론조사기관들은 1~2건의 용역을 맡았습니다. 여론조사 주제는 매우 다양했습니다. 일반적인 정책 현안이나 국민의식 조사들도 있었으나 ‘촛불집회’, ‘탄핵', ‘역사 교과서’ 등 구체적인 현안들에 대한 여론조사도 실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기관 중에는 ‘세상 모든 소통 연구소'가 6건으로 가장 많은 연구 용역을 맡았습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강서구갑이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이 의뢰한 용역이었습니다. 연구 용역의 주제는 부산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 만족도 조사와 집단면접조사였습니다. 전재수 의원실은 “지역구인 부산 지역의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부산 지역에 있는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했을 뿐 ‘세상 모든 소통 연구소’와는 아무런 사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20대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지출 증빙 자료 공개 사이트 바로가기

▲ 정책 용역 수행 기관 분류별 건수

시민단체 “진상 조사 및 예산 환수” 주장… 다음 주 검찰 고발 예정

뉴스타파와 함께 이번 자료 공개를 이끌어낸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는 19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나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의 경우 용역비를 계좌로 입금한 다음 다시 받는 이른바 ‘깡’이라는 행위를 한 것” 이라며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의원실의 보좌진이나 전현직 인턴, 입법 보조원, 아르바이트 대학생이나 지인에게 정책 연구용역을 발주한 경우 연구용역 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들은 전액 예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사기를 벌여 세금을 빼먹은 행위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범죄혐의가 드러난 사례에 대해서는 다음 주 안에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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