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일수 줄인 '합신센터' ...조사와 수사부터 분리해야

2014년 10월 30일 21시 32분

국정원이 현행 180일까지 가능했던 ‘합동신문센터’의 조사기간을 90일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조사와 수사를 분리하지 않는 현행 제도의 개선 없이는 말 뿐인 개혁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정원이 발표한 간첩사건이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국정원이 뒤늦게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큰 기대를 하기 힘들 뿐 아니라 오히려 면죄부 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10월 30일 열린 ‘국정원 합신센터,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
▲ 10월 30일 열린 ‘국정원 합신센터,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

“행정조사와 수사 주체 구별해야”

10월 30일 신경민 의원실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합신센터,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법률전문가들은 탈북자에 대한 행정 조사와 형사소송법 상의 수사 절차를 분리하는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국정원의 개선안이 효력을 얻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 측이 여전히 합신센터의 신문과정이 행정 조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탈북자 인권 보호의 핵심인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 등 형사소송법 상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형사법 전문가인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 근거가 없는 수용 상태에서 이뤄지는 국정원의 조사는 ‘사실상의 강제수사’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탈북민에 대한 국정원의 조사는 불가피하게 국가보안법 수사가 중첩되기 때문에 조사와 수사의 주체가 구별돼야 한다고 봤다. 행정 조사는 통일부 등이 주관하고 이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가 드러났을 때만 국정원 등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를 맡은 성춘일 변호사는 현행 합신센터의 운영의 근거 법령인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 상의 명확한 근거에 의해서만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지만(명확성의 원칙) 현행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은 하위법령인 시행령에 임시 보호 조치의 근거를 두고 있다. 또 합신센터의 조사기간과 조사방법 등 포괄적인 사항들이 모두 국정원장에게 위임돼 있어 법률에 구체적인 범위가 제시된 때만 위임할 수 있다는 포괄적위임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중앙합동신문센터)
▲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중앙합동신문센터)

실효없는 합신센터 개선안…‘면죄부 주기’ 우려도

180일에서 90일로 대폭 줄어든 조사 기간도 현행 관련 법이 유지되는 한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호중 교수는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시행령 상 국정원장은 임시 보호가 끝나고도 30일 안에 보호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또 부득이한 경우 이 30일의 제한조차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탈북민의 법률 상담을 위해 새로 임명한 여성 인권보호관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일 합신센터 인권보호관으로 위촉된 이선희 변호사가 아직 3건 정도의 심리 상담만 했을 뿐 본격적인 법률 상담은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신윤경 변호사는 합신센터 내에 제대로 된 인권보호 조력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인권보호관 한 명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측은 지난 7월 말 합신센터의 이름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꾸고 △ 개방형 조사실 운영, △ 여성 인권보호관 임명, △ 직원들의 인권의식 교육 등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또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현행 180일까지 가능했던 합신센터의 조사 기간을 90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추가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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