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번호 차단하지마”…‘성폭행 시도’ 사장의 2차 가해

2022년 01월 07일 15시 36분

뉴스타파가 보도한 몽골 국적 이주여성노동자 성폭행 미수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모텔 사장이 피해자인 A 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해 협박성 발언을 하는 등 2차 가해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전화번호를 돌려가며 하루 동안 40번 넘게 전화를 걸고 A 씨를 모욕하는 내용의 SNS 메시지도 수차례 보냈다. A 씨 변호인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이 지난해 말 경고 조치를 했지만 사장의 연락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진 사장의 2차 가해로 A 씨는 결국 심리 상담을 받기로 했다.  

“만나자”고 강요하는 사장, 하루에만 42번 협박성 전화

모텔 사장에게 협박성 연락이 쏟아지기 시작한 건 3개월여 전. 그는 “내가 언제 널 때렸냐”며 수화기 너머에서 언성을 높이다가 돌연 “인간적으로 나랑 얘기하고 좋게 끝내자”고 A 씨를 타일렀다. 그러더니 다시 전화를 걸어 “너는 무조건 강제 추방된다. 방송에 인터뷰까지 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협박했다. 사장은 2021년 10월 2일에만 오전 12시 1분부터 오후 7시 23분까지, 7시간 20여 분 동안 A 씨에게 18차례 전화를 걸었다. 뉴스타파가 이 사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9월 24일 통화한 이후 일주일 만이었다. 
2021년 10월 2일, 모텔 사장과 A 씨 전화 통화 내용 일부.
뉴스타파는 A 씨 휴대전화의 통화내역을 확인해봤다. 2021년 10월 2일부터 2022년 1월 6일까지 사장의 휴대전화 번호에서 발신된 통화내역이 57건 있었다. 모텔 연락처로 추정되는 인터넷전화(070) 번호 5개로부터 발신된 통화내역도 28건이었다. 발신자는 알 수 없지만 2번 이상 전화를 걸어온 휴대전화 번호들은 114건에 달하는 발신내역을 남겼다. 이 번호들로부터 온 전화가 하루에 많게는 42번까지 걸려왔다. 전화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고, 전화가 끊기자마자 바로 다른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2021년 12월 2일 A 씨의 통화내역. 이날 발신자를 알 수 없는 휴대전화 번호 2개에서 42번의 전화가 걸려왔다.
모텔 사장은 A 씨와 통화가 이뤄질 때마다 “만나자”고 요구했다. 지난 12월 2일 통화에서 사장은 “너 진짜 뉴스타파에 나와서 스타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조작해서 나 이렇게 망신당하게 만들고 좋았냐”면서도 “만났으면 한다. 만나면 다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신 차단하자, 인터넷전화 번호로 전화해 “왜 차단하냐, XXXX(자신의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 다시 열어놔”라고 강요했다. “이 XX야, X 같은 X아, 정신 좀 차려라, 답답하다”고 욕하며 화내기도 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으니 사장은 SNS 계정을 여럿 만들어 A 씨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6개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메신저 음성 통화가 걸려오고 모욕적인 메시지들이 날아왔다. A 씨를 돕고 있는 아즈자야 몽골 이주민 커뮤니티 대표까지 묶어 “한국에서 남자들 만나서 XX 파티하는 더러운 X들”이라고 보냈다. 이 사장은 A 씨에게 아즈자야 대표를 믿지 말라면서 “몽골 대사관이 아즈자야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2022년 1월 6일 기준 A 씨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 6개 계정. 모두 모텔 사장의 계정이다. 사장은 A 씨와 아즈자야 대표에게 성적인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한국어와 몽골어로 여러 개 보내기도 했다.
A 씨 변호인은 이같은 2차 가해 사실을 변호인 의견서에 적어 2021년 12월 13일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다음날 사장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해 유선으로 경고 조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장은 전화와 페이스북으로 A 씨에게 계속 연락하고 있다. 아직 A 씨 측은 신변보호 조치 신청을 하지 않았다.
모텔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도리어 자신이 A 씨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장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뉴스타파가 연락했지만, 기자임을 밝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문자 메시지에도 답장을 보내지 않고 있다. 대신 사장과 가까운 지인이 뉴스타파에 연락해와 “사장 측 변호사가 맞대응하지 말라고 해 기자의 통화를 거절한 것 뿐”이라며 “A 씨가 사장의 머리채를 잡고 안 놔줘 서로 폭행이 오간 사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 변호인은 경찰에 낸 의견서에서 “피해자(A 씨)가 피의자(모텔 사장)를 먼저 공격·폭행했다고 한다면 피의자가 현재까지 이렇게 집요하게 연락을 해오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A 씨 고통 계속…1월 중 경찰 수사 마무리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가량 흘렀지만, A 씨는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대일로 만나자고 압박하는 사장이 무섭다고 했다. 모텔 사장과 주변 몽골인들이 퍼뜨린 거짓 소문으로 이전보다 더 힘들다고도 토로했다. A 씨는 인천의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에 지금이라도 도움을 구할 계획이다. 심리 상담은 물론 생계비, 거주 지원여부도 알아보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범죄 피해여부가 최종 확인되면, 수사가 끝나는 대로 범죄피해자를 위한 보호·지원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2021년 10월 26일, 경찰이 성폭력 피해를 사전에 인지했는데도 A 씨를 상담기관과 보호시설로 보내지 않고 출입국·외국인청에 구금시켜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 성명을 냈었다. 
2021년 9월 14일 뉴스타파와 인터뷰하는 몽골 국적의 이주여성 노동자 A 씨.
경찰은 사장의 2차 가해가 반복되면 추가 조치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2차 가해 관련 혐의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뉴스타파에 밝혔다. 현재 사장은 강간 상해와 감금, 재물손괴, 출입국관리법 위반(불법체류 외국인 고용)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역시 폭행과 출입국관리법 위반(불법체류) 혐의로 수사 대상이다. 둘 다 피의자이면서 피해자 신분이다. 경찰은 1월 중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제작진
취재박상희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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