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 9년 싸움, 월드컵 앞두고 무차별 진압

2014년 06월 12일 20시 22분

지난 11일 경찰 20개 중대 2천여 명과 밀양시청 공무원, 한전 직원은 ‘밀양 초고압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대해 철거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행정대집행 대상 지역은 평밭마을 입구와 송전탑 건설구역 4곳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은 옷을 벗으며 저항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경찰은 속전속결로 농성장을 철거하며 안에서 저항하는 사람들을 끌어냈다. 곧이어 밀양시청 공무원과 한전 직원이 농성장 철거를 진행했다.

현장에 있던 민변소속 변호사는 “행정대집행을 할 때 집행은 공무원이 하도록 돼 있다”며 “경찰이 안전조치를 한다며 움막을 철거하는 행위는 불법적인 공무집행”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혼잡스런 상황에서 주민이 목에 감아 놓은 쇠사슬을 절단기로 끊는 등 강압적인 진압도 서슴지 않아 현장에 있는 주민과 연대 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 3, 4호기 원전이 준공돼야 필요한 것인데, 위조부품 때문에 완공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며 “행정대집행을 조급하게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하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원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해서 원전 확대 정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목적으로 대집행을 강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이뤄진 이번 행정대집행은 공교롭게도 지방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가 비난 여론을 피해가기 위해 이 시기를 선택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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