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지역 기자였던 나는 2020년 10월의 어느 날, 김봉석 기사의 배송 차량에 올라탔다. 밤늦게까지 쉬지 못하는 그의 하루를 지켜보고 리포트를 제작했다. 그 뒤 김봉석 택배 기사는 김봉석 ‘지회장’이 됐다. 나와 취재팀은 CJ대한통운의 노조 가입 방해 의혹과 택배 대리점과 기사 사이 불공정 계약 등을 다룬 뉴스를 수차례 보도했다. 2021년 5월, 이직을 하게 돼 강릉을 떠난다는 소식을 전하자 김 지회장은 급하게 ‘치맥’을 제안했다. 어둑어둑한 밤, 마찬가지로 CJ대한통운 택배 기사인 그의 아내와 동료 이수헌 기사도 함께 모여 송별회를 해줬다. 맥주를 입에 대지 않던 김 지회장 아내는 술 취한 나를 자신의 배송 차량에 태워 자취방 앞에 내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