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안나온다는데 또 쌀에서 녹조 독소 검출

2023년 03월 13일 11시 10분

2022년 여름 낙동강 인근의 논. 녹조가 가득하다.
쌀에서 생식 독성과 간 독성을 일으키는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MCs)이 또 검출됐다.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와 대한하천학회는 13일(월) 낙동강과 영산강 일원의 ‘녹조가 발생한 곳’에서 재배된 쌀 샘플 23개를 효소면역측정법(ELISA kit)로 분석한 결과 7개(낙동강6 영산강1) 샘플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1.92µg/kg~0.51µg/kg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한국인의 일일 섭취량을 감안할 때, 이번에 검출된 정자의 운동성과 정자 수를 떨어트리는 생식독성의 경우, 프랑스 식품위생환경노동청(ANSES)이 정한 기준의 최대 5배, 최저 1.3배로 모든 샘플이 기준치를 초과한다고 밝혔다. 간에 손상을 주는 간 독성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 기준의 77.8%~20.5% 수준이며,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는 12%~4.95%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는 또 동일한 샘플들을 액체 크로마토그래피(LC-MS/MS) 기기로 분석한 결과 3개 샘플에서 1.69µg/kg~1.19µg/kg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쌀 분석은 이승준 국립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쌀, 무, 배추 130건을 조사한 결과 모두 마이크로시스틴이 불검출이었다'고 발표한 뒤 나온 것이다. 당시 식약처의 발표는 환경단체로부터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식약처가 어떤 지역에서 샘플을 수거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밝히지 않았고, 따라서 녹조가 발생한 지역의 샘플이 포함되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뢰도가 낮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많은 샘플을 조사했더라도 녹조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선택했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판단이었다. 또 환경단체는 식약처가 농산물에 대한 공동조사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식약처가 단독으로 실시한 조사가 국민 안전보다 책임 회피 목적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었다. 
낙동강, 영산강의 쌀에서 또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됨으로써 식약처의 지난 1월 ‘불검출' 발표는 그 의도와 조사 결과 모두 의문의 눈길을 받게 됐다. 또 지난해 낙동강에서 재배된 쌀, 배추,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데 이어 올해도 쌀에서 독소가 검출됨으로써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는 ‘낙동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농산물이 친환경농산물로 학교에 공급되고 있다. 농산물은 전국으로 유통된다는 점에서 위험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7월 환경단체와 학계가 공동조사한 결과 낙동강 본류의 최대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8,600ug/L(본포 수변생태공원)으로 미국 연방 환경보호청(USEPA) 물놀이 기준(MCs 8 ug/L)의 1,075배에 이르렀다. 이처럼 고농도의 독소가 있는 물은 그대로 농업 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경남 양산시의 한 배수장에서 측정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16,952 ug/L로 USEPA 물놀이 기준의 2,119배에 이르기도 했고 해당 지역 논에서 5,079 ug/L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되기도 했다. 이번에 특히 낙동강 물로 재배된 쌀에서 높은 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것은 녹조가 번성하는 물을 농업 용수로 사용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녹조 독소 문제 해결에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녹조 독소가 검출된 쌀은 보나 하굿둑의 흐름이 정체된 곳의 물로 재배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나 하굿둑으로 물을 막으면 흐름이 정체돼서 녹조가 번성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해결책은 보나 하굿둑을 개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보 개방 확대 등 가장 쉬운 해결책을 외면하고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