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국회 정책연구보고서 무단 베껴 논문 투고... 연구부정·저작권법 위반 지적에 묵묵부답

2022년 06월 03일 10시 00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재직 시절 공공저작물인 국회 정책연구보고서를 출처 표기 없이 무단으로 베껴 논문으로 만들고, KCI급 학술지에 투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작권법 위반과 함께 중복게재에 따른 연구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된다.
처음에 김 부위원장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정책연구보고서의 저작권 소유자인 국회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뉴스타파의 지적을 받은 뒤로부터는 묵묵부답인 채 답변을 피하고 있다.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국회 정책연구보고서를 학술논문으로 베껴... 표절률 72%

2020년 11월, 국회 사무처는 정책연구용역을 공모했다. 이때 공모한 정책연구과제 중 하나가 <새로운 정책 여건 변화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역할 재정립 방안>이었다. 이 정책연구용역에는 세금 2,000만 원이 들어갔다. 
▲ 2020년 11월, 국회 사무처는 <새로운 정책 여건 변화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역할 재정립 방안>을 주제로 정책연구용역의 수행자를 공모했다. (출처: 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공모 결과, 한국국제금융학회가 정책연구용역의 수행자로 선정됐다. 연구 책임자는 당시 김소영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정책연구용역을 맡고 두 달 뒤인 2021년 2월, 김 교수는 국회 사무처에 정책연구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서울대 교수 시절의 연구업적을 검증하던 중 국회 정책연구보고서의 연구 대상과 같은 ‘한국은행’을 주제로 한 논문을 찾아냈다. 2021년 7월, 한국경제학회의 학술지 ‘한국경제포럼(KCI 등재)’에 실린 논문 <한국은행의 고용 목표 도입>이다. 박사과정을 진행 중인 이 모 씨와 김 부위원장이 공동 저자다.

연구 데이터, 결론 내용 등 그대로 베껴 

국회 정책연구보고서와 김소영 부위원장의 학술논문을 표절 검증 프로그램에 넣어 대조했다. 표절률이 72%로 나왔다. 중요 데이터는 물론, 전개 방식, 그림, 각주까지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었다. 논문의 핵심인 결론 부분은 전체 28문장 중 27문장을 5개월 전 국회에 제출한 정책연구보고서에서 베꼈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국회 정책연구보고서로부터 내용을 가져왔다는 출처 표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참고 문헌에도 출처 표기가 없다.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책연구용역보고서(왼쪽),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학술논문(오른쪽)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책연구용역보고서(왼쪽),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학술논문(오른쪽)
정리하면 김 부위원장은 2021년 2월, 세금 2천만 원을 받고 수행한 정책연구용역의 결과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5개월 뒤인 2021년 7월, 국회 정책연구보고서의 결론과 데이터를 그대로 베껴 만든 학술논문을 만들어 KCI급 학술지에 투고해 게재했다. 출처와 인용 표기는 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전 연구성과물을 출처와 인용 표기 없이 베껴 학술논문으로 만든 행위로 연구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된다.   

“아무 문제 없다”는 김소영 부위원장의 ‘거짓 주장’

뉴스타파는 5월 24일, 김소영 부위원장에게 연락해 국회 정책연구보고서를 베껴 만든 논문을 출처 없이 학술지에 발표한 경위 등 해명을 요청했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학자들은 자신이 작성한 연구보고서 가운데 학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논문화해 학술지에 게재함으로써 연구업적을 쌓아간다”며 자신의 학술논문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5월 24일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즉, 김소영 부위원장은 같은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무단으로 중복 게재하는 경우만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고, 연구보고서를 출처 표기 없이 베껴 논문으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① 해당 학술지 연구윤리 규정 위반한 ‘연구 부정행위’

뉴스타파는 김소영 부위원장이 문제의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 ‘한국경제포럼’의 <연구윤리규정>을 확인했다. 
▲ 한국경제학회 학술지 ‘한국경제포럼’의 연구윤리 규정
‘한국경제포럼’은 ‘동일한 연구내용이나 연구결과를 중복하여 (학술지에) 투고 또는 게재하는 행위’를 연구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동일한 연구내용’이나 ‘연구결과’에는 논문은 물론 국회 정책연구보고서도 포함된다. 따라서 김 부위원장이 본인의 연구결과인 국회 정책연구보고서를 무단으로 베껴 논문을 만든 것 역시,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더구나 한국경제포럼 측은 연구부정행위의 예외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즉, 연구보고서의 핵심적 내용을 논문으로 작성해 출처를 밝히고 투고할 경우는 연구부정행위에서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김소영 부위원장은 연구보고서를 그대로 베끼면서 어떠한 출처 표기도 하지 않았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연구결과를 마치 새로운 것처럼 꾸며 독자를 속이는 행위다.   
뉴스타파는 김소영 부위원장에게 연구 윤리 규정을 보내주고 “지금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되물었다. 이후 김 부위원장은 취재진의 연락을 피한 채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② 공공저작물 허락 없이 무단 사용 ‘저작권법 위반’

국회 정책연구보고서에는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김소영 부위원장이 연구를 맡은 연구보고서에도 세금 2,000만 원이 들어갔다.
정책연구보고서는 국회와 정책연구용역 수행자 간에 맺은 계약서상 특약이 없는 한 국회가 저작권을 소유한다.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김 부위원장이 학술논문으로 베낀 국회 정책연구보고서의 저작권 역시 김 부위원장이 아닌 국회가 갖고 있다.
따라서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한 당사자라 할지라도 국회 정책연구보고서를 이용해 논문 등 다른 저작물을 만들려면 <저작권법 37조 (출처의 명시)>에 따라 반드시 ‘출처 표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의 학술논문은 그 어디에도 국회 정책연구보고서에 대한 ‘출처 표시’가 없다. 또한 김 부위원장은 국회 사무처로부터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사용하겠다는 사전 허락도 받지 않았다. 
모두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 뉴스타파가 이 문제를 따져 묻자, 애초 “아무 문제 없다”던 김 부위원장은 이후 취재진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응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김 부위원장의 문제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 ‘한국경제포럼’의 발행처인 한국경제학회 측에 김 부위원장의 논문 투고 행위가 학회가 규정하는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공식적으로 판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대학교는 2010년 ‘정당한 인용 없는 중복게재’를 명백한 연구부정행위로 명문화했다. 이후 모든 학계는 논문을 포함해 ‘모든 연구 성과물을 다시 논문으로 발표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연구 부정행위로 제재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09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고,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지냈다.  
뉴스타파는 국회 정책연구보고서 <새로운 정책 여건 변화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역할 재정립 방안>과 이를 베껴 만든 김소영 부위원장의 학술논문 <한국은행의 고용 목표 도입>의 원문을 공개한다. 아래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제작진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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