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소비자

보험사 의료자문·약관 문제 해결 나선 금감원, 소비자의 눈물 닦을까?

2018년 05월 24일 14시 26분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의 보험금 부지급 관행에 대한 개선 작업에 나선다. 보험소비자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보험사의 의료자문 행위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 보험 상품의 모호한 약관 표현을 명확하게 개정하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뉴스타파는 이 같은 보험사의 부지급 행태를 고발하는 '보험의 배신' 연속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금감원, “삼성, 한화 등 주요 4개 생명보험사, '깜깜이식 의료자문' 검사”

그간 보험사의 자체 의료자문은 보험금 부지급 결정의 주요 근거였다. 하지만 의료자문 과정에 보험소비자가 일체 관여할 수 없고, 자문 의료인의 신원조차 확인할 수가 없어 의료자문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계속되어 왔다.

또 보험사의 의료자문 횟수가 연간 수만 건에 이르면서 보험사와 특정 의료인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실제 일부 의료인이 익명에 기대 보험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소견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관련보도 : 보험의 배신③ 자문의(醫) 가라사대, '네 병은 그 병이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금감원 생명보험감독국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4개 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흥식 전 원장 때 활동한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자문위원회(이하 금융소비자 TF)의 권고사항을 반영해 해당 생명보험사들을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TF는 금융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65개 세부 개선 권고안을 금감원에 제시한 바 있다. 보험사 의료자문 문제 개선도 권고사항 중 하나다. 이번 검사에는 의료자문 문제를 물론 금융소비자 TF의 요구 사항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사가 함께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주요 4개 생명보험사에 대한 검사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에 따라 향후 검사의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금감원은 보험사 의료자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보·손보협회 등과 공동 업무 매뉴얼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의료자문 기관을 선정할 때 보험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고, 보험사-소비자 분쟁 발생 시에는 금융분쟁 조정위원회가 직접 지정한 의료기관을 통해 의학적 갈등을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모호한 암입원보험금 약관, 명확하게 바꾼다

아무리 많은 민원이 제기돼도 꿈쩍조차 하지 않던 암보험 약관도 개정이 추진된다. 보험사가 모호한 약관 내용을 근거로 암입원보험금 지급 여부를 임의적으로 결정해온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들에 지급되는 암입원보험금의 기준은 보험사마다 제각각이었다. 심지어 같은 회사, 같은 보험 상품 가입자라도 사람에 따라 지급 여부와 액수가 달랐다. 보험사들이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 내용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급액을 줄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수년째 이에 대한 민원이 제기돼 왔지만 보험사들은 약관 개정보다는 소송을 통해 분쟁에 대응해왔다. 이를 통해 암의 합병증이나 후유증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례가 만들어졌다.

※ 관련기사 : 보험의 배신 ② "나는 삼성생명 보험설계사였습니다"

그간 금감원도 기존 판례를 근거로 보험사들의 손을 들어 줬다. 그러다 2016년 '항암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후유증·면역력 강화 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은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한 경우로 본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보완 작업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인 약관 개정 방향이 '암의 직접 치료'라는 정의를 구체화하자는 데 있다며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했는지를 의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새 판례의 취지를 약관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암 치료 목적의 요양병원 입원비를 명확히 한 특약 상품을 별도로 만드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영보다는 우려..."요양병원 특약을 또 사라고?"

이 같은 금감원의 대응에 대해 우려도 나온다. 섣부른 대응이 보험소비자들에게 더 불리한 결과만 낳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보험소비자단체들은 보험사 의료자문에 대한 금감원 대책이 보험소비자들의 기대에 비껴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발급된 진단서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보험금은 지급돼야 한다는 것이 보험소비자단체들의 주장이다. 금감원의 개선 방향은 의료자문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데 방점이 있다. 하지만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의료자문을 구하는 대상만 바뀔 뿐 의학적 쟁점으로 인해 차일피일 보험금 지급이 미룰 수 있다는 점에선 마찬가지인 셈이다.

과징금이나 경고 수준에 그치는 금감원 검사 정도로는 의료자문 관행을 뿌리뽑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보험소비자에게 적용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보험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법령에 보험금 지급을 지연한 보험사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 처벌이 이뤄졌다는 사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암보험 약관 개정 역시 기존 보험 가입자들의 민원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보험사의 입장을 반영한 기존 판례를 유지하면서 판단의 여지를 조금 열어둔 데 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입원과 관련된 별도의 특약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금감원이 보험소비자에게 또 하나의 상품을 사라고 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모호한 암보험 약관의 내용을 삭제하고 보험 이용자의 상식에 따라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서도 암입원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해법이다"며 "금감원이 추진 중인 방식은 새 특약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보험금 지급 재원을 삼으라는 얘기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취재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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