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우리는 강정을 떠날 수 없다.”

2013년 12월 24일 23시 08분

벌써 3년째, 가톨릭 성직자들은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출입문 앞에서 매일 미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공사가 진행될수록 평화적인 미사조차 업무방해죄를 걸어 신부와 수녀들을 연행하고 기소해, 어떤 경우는 구속재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정을 지키기 위해 신자들이 기다리는 본당이 아닌, 고난의 거리를 택한 신부들. 이들은 강정에서 매일 미사를 드리고 동료성직자가 수감된 구치소에 면회를 가며, 재판을 받고, 강정주민들과 함께 살며, 낮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주 강정에서 문정현 신부 등 거리의 신부들을 만났습니다.


벌써 두 달째, 강정해군기지 공사장 문 앞을 막아선 수녀가 있습니다. 거대한 트럭을 등진 채 올리는 기도입니다.

[박로셀리나 수녀]
“저희가 앉아있는 이유는 그 모든 아파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하고 싶고요. 이 모든 것을 그래도 알리고 싶어요.”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경찰들이 몰려듭니다. 하루 수십번씩 이런 상황이 반복됩니다.

수녀가 막아섰던 문 너머엔 지금 현재,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한창입니다. 이미 40%에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지금 아름답던 구럼비는 더 이상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송강호 종교학 박사]
“여기에 해군이 그 군속들과 다 합해서 7천 명 정도가 이 마을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약 2천명의 주민, 그 중에 이 바닷가에 한 천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그 마을은 아마 그 군사기지 속에 다 스며들어가 공중분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천막미사가 시작된 건 지난 2011년. 구럼비에서 해군기지 건설반대 기도를 올리던 신부들은 그해 9월 2일, 행정대집행으로 폐쇄된 구럼비 해안에서 쫓겨났습니다.

쫓겨난 신부들은 이곳 공사장 앞에서 다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벌써 3년째, 신부들은 신자가 기다리는 본당이 아닌, 이 거리를 택했습니다.

[박로셀리나 수녀]
“떠날 수 없죠. 저희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떠나요. 그리고 다같이 아파하는 건데 어떻게 저희만 편하자고 살 수가 있겠어요. 그건 아니죠.”

거리의 신부들은 포위되고 끌려가고 또다시 쫓겨났습니다.

[김성규 / 마을주민]
“아마 천주교에서 이렇게 와서 (매일미사)하니까 많이 힘이 나죠, 제 입장에선. 그리고 안쓰러움도 같이...”

강정해군기지 문제로 구속된 구속자 수는 총 29명. 이 가운데 다섯명이 성직자입니다. 6년째 계속돼온 강정해군기지 건설 반대 싸움은 이제 법정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김성환 신부의 재판이 있는 날. 그의 죄목은 업무방해죄입니다.

[김성환 신부]
“재판이 지난 3월에 하나 끝났고 그것이 항소심 오늘 첫 번째 재판을 했고. 다른 재판이 지난 3월에 또 하나 진행 중인 재판이 있어요. 지금 진행 중인 재판이 끝나면 또 다른 재판이 이어집니다.”

“미사때 두 개의 문을 막는 방법 밖에 없었고. 그래서 참 답답했어요. 다른 직접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미사때 막는 것 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하느님께 봉은할 수 있는 것이 미사때 막는 것이 내가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소된 신부님들 숫자가 아마 15명에서 20명 그 사이 아닐까...”

이른 아침. 벌써 6개월째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도현 수사를 만나고 내려오는 길.

10분 남짓한 짧은 면회였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호노리나 수녀]
“그래도 건강해보여서 다행이고요. 잘 견뎌내줘서 감사하고요.”

[김엘리사벳 수녀]
“저희들 대신해서 견뎌주는 것 같아서 고마워요.”

[이호노리나 수녀]
“사실은 같은 수도자로서 우리를 전부 대신해서 들어가 있는 거잖아요. 고맙고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안됐고 안쓰럽고. 왜 이렇게 고생하는지.”

거리의 신부라 불리던 문정현 신부.

그는 2년 전, 이곳 강정을 떠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에, 노신부는 아무것도 끝낼 수 없었습니다.

[문정현 신부]
“닥쳐오는 탄압이나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징역형을 받는다면 사는거죠.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 않은. 그것이 저희들 신념입니다. 믿음입니다. 그 분의 길을 따르는 길이 바로 내 길이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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