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부정선거 확인하려고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점검 했을까?
2024년 12월 20일 17시 25분
박근혜 정부 들어 인사청문 과정에서 중도 하차한 고위공직 후보자 숫자가 벌써 10명을 채웠다.
출범한 지 불과 17개월 만에 이미 역대 정부를 통틀어 최고 숫자를 넘어선 것이다. 사상 최악의 ‘인사 참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최종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은 그 책임에 대해 묵묵부답이고, 심지어 인사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밝힌 김기춘 비서실장의 신상에도 아무 변화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2기 내각을 구성하겠다며 지명한 고위공직 후보자 8명 가운데 김명수 교육, 정성근 문화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낙마했다. 세월호 참사로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론을 내세운 뒤로만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이어 4번째 낙마이고,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무려 10번째다.
불과 17개월 만에 10명의 고위공직 후보자가 낙마한 것을 과거 정부 때와 비교해 보면 ‘인사 참사’라는 말이 전혀 지나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임기 중반인 2000년 처음으로 총리 인사청문회가 도입되면서 장상과 장대환 등 두 명의 총리 후보가 낙마했다. 노무현 정부 기간에는 임기 중반인 2005년 인사청문 대상이 장관까지 확대되면서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이 중도 하차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출범 초기 ‘고소영 내각 파동’을 포함해 임기 5년 동안 매년 한두 명씩, 모두 9명이나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반 17개월 만에 이미 이 기록을 넘어서, ‘청와대가 고위공직자 검증에 대해 아예 손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처럼 참사 수준에 이른 인사난맥 사태에 대해 현 정부 내에서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심지어 인사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사 책임을 져야 될 위치에 있는 김기춘 실장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지금까지의 인사 정책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유창선 / 정치평론가]
그렇다면 김기춘 실장에 대한 인사권을 쥔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의 인사 참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인사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은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개인적 비판이나 가족들 문제가 거론되는 데는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고,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습니다.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개선할 점이 없는지 짚어보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결국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탓, 발목을 잡는 야당 탓, 그리고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라는 탓으로 요약된다. 자신의 책임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과거 박 대통령의 언행은 이와는 전혀 달랐다. 지난 2007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은 제주 경선을 위한 합동연설회에서 “저는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에게 가혹할 만큼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것입니다. 저를 믿고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당원들에게 외쳤다.
앞서 2006년 1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가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의장을 산업자원부 장관에,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는 개각을 단행하자 “국민이 어떻게 생각을 하건 말건, 국가가 어떻게 되거나 말거나 내 뜻대로 하겠다는 개각”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며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또한 2005년 4월, 역시 한나라당 대표로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그토록 시스템을 강조해 온 이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인사시스템조차 작동되지 못했다”면서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그 직후 인사청문 대상을 총리에서 장관까지 확대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인사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돌변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론이 일자 고위공직자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말이 신설이지 사실상 참여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으로 뒤늦게 회귀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참여정부 때 처음 만들어진 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인사비서관실로 축소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아예 폐지됐었다.
그러나 인사수석실을 만드는 것만으로 잇따른 인사 참사의 악순환을 끊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건재한 한, 인사수석실이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지 인사수석실을 만들었다고 해서 지금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 비서실장을 뛰어넘는 독립적인 대통령과의 관계가 형성이 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에게 ‘No’ 할 수 있어야 됩니다. ‘대통령님, 이것은 안됩니다. 지금 여론으로 보나 여러 가지로 보아서 이 사람은 이 자리에 맞지 않습니다’ 하고 ‘No’ 할 수 있는 사람을 갖다 놔야 해요 .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 근처에 없으면 그 정권은 대단히 위험스럽다고 봅니다.” [조창현 / 한양대 석좌교수,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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