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젤이 안전?] ② 촉감 살리려 강도 줄였다..보상대책 발표

2020년 12월 02일 11시 11분

뉴스타파는 지난 11월 25일 '[벨라젤이 안전]① 문제의 발단' 기사를 통해 인공유방 보형물 제조업체인 한스바이오메드가 '변형 불량'과 '내구성 우려'를 계속 숨겨온 사실을 보도했다. 이번에는 이 회사 내부에서 일어난 이후 상황을 다룬다.
한스바이오메드의 욕망은 멈추지 않았다. 잇따른 쉘 변형 불량과 내구성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벨라젤의 촉감을 살리고 싶었다. 쉘의 두께가 얇아지면, 촉감은 부드러워진다. 단, 제품의 강도와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다.
 회사는 또 모험을 감행한다. 쉘의 두께를 줄이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조허가에 따르면 벨라젤은 제품에 따라 6층 또는 5층의 레이어(겹)를 쌓아 쉘을 만든다. 이 가운데 마이크로 제품의 쉘은 5겹의 레이어를 쌓아 제조해야 한다.
취재 결과, 회사는 허가사항과 달리 쉘을 이루는 레이어의 개수를 임의로 줄여 생산한 것으로 확인된다. 마이크로 제품의 쉘을 5겹이 아니라 한 겹 줄여 4겹으로 제조했다. 제품의 물리적 강도를 떨어트릴 수 있고, 고질적인 쉘 팽창 불량의 원인으로 꼽혔지만, 회사 내부에서만 알던 사실이다.

쉘 층수↓ 두께↓...시험 결과, 허가기준보다 낮은 강도 보이기도

한스바이오메드가 처음으로 벨라젤 제품의 쉘 두께를 얇게 만들기로 구상한 시점은 2016년 말로 파악된다. 당시 벨라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공유방 제품과 비교해도 강도 면에서만큼은 우위를 보였다. 회사 자체 시험 결과, 벨라젤 쉘의 인장강도(Tensile strength)는 25N에 이르렀다. 인장강도란 물체를 잡아당겼을 때 끊어질 때까지 견디는 힘의 크기를 말한다. 경쟁 제품인 엘러간, 멘토사(社) 인공유방의 쉘 인장강도는 15N 안팎으로 측정돼 벨라젤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훌륭한 강도와 더불어 “두께 역시 상대적으로 두껍게 나타난다”는 게 한스바이오메드의 고민이었다.
당시 한스바이오메드가 측정한 엘러간, 멘토사 견본품의 쉘 두께가 0.6~0.7mm였는데, 벨라젤의 쉘 두께는 0.8mm 가량으로 측정됐다. 즉, 초기에만 해도 벨라젤 제품설명서에 공식 안내한 쉘 두께(0.73mm)와 큰 차이가 없었다. 회사는 이때 “(두꺼운 쉘이) 촉감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허가상 기준 강도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쉘을 얇게 만들어 비교”해보기로 구상했다.
2017년에 들어서면서 한스바이오메드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다.
2017년 1월, 회사는 4겹짜리 쉘을 가진 벨라젤 견본품을 만들어 성형외과 전문의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당시 회사 회의록을 보면 견본품에 대해 “의사들의 반응이 좋다”는 보고가 적혀 있다. 당시 영업팀은 “출시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후 벨라젤 마이크로 제품이 실제로 허가사항과 달리 4겹 쉘로 둔갑한다. 그렇게 쉘 두께를 0.37~0.39mm(기존 벨라젤 대비 35~48% 감소)까지 줄인 마이크로 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벨라젤 마이크로 텍스처 제품의 쉘은 허가사항(5겹)과 달리 최대 4겹으로 구성돼 있다.
뉴스타파는 벨라젤 마이크로 제품의 견본품도 검증했다.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현미경으로 확대한 제품 단면 사진과 초음파 사진을 검토한 결과, 견본품 쉘의 레이어도 4겹으로 나타났다. 취재팀이 실측한 제품의 쉘 두께는 0.5mm(측정기기 오차범위 ±0.1mm) 가량으로 나타났다.
벨라젤 마이크로 제품은 쉘의 층수를 줄이고, 두께를 얇게 만든 만큼 강도도 떨어졌다.
인공유방 제품은 국제규격인 ISO14607에 따라 기준 쉘의 인장강도가 11.12N 이상 나와야 한다. 2017년 6월 한스바이오메드 자체 시험 결과, 쉘을 얇게 만든 마이크로 제품의 인장강도는 기존 벨라젤 제품(26~31N)보다 강도가 35~48% 떨어져 16N 안팎으로 측정됐다. 일단 제품을 출시할 기준 강도는 넘겼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이때 회사 내부보고 기록을 보면 우려되는 대목도 동시에 확인된다. 바로 “특정 시편(시험 재료)의 경우 낮은 강도(9~10N)를 기록”했다는 보고다. 회사 전직 핵심 관계자는 “제품을 여러 형태로 잘라 시편을 만들고 강도를 시험한다”며 “여러 시편 중 하나라도 강도 기준에 못 미치면 안 된다. 가장 안 좋은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당시 자체 시험에서 강도 기준에 미달하는 결과가 일부 나왔지만, 회사는 “양산 후 계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2018년 1월에는 마이크로 제품의 상단과 측면부가 가장 많이 뜯어진다는 내부 평가 보고도 있었다. 쉘의 두께를 줄였더니 제품 파열의 우려가 커진 것이다.
뉴스타파의 자문을 요청받은 전문의가 벨라젤 마이크로 견본품의 쉘을 벗겨내고 있다.

“벨라젤 쉘 팽창, 쉘 두께 영향”...4겹 쉘 마이크로, 쉘 변형 빈발

동시에 이 시기 마이크로 제품은 고질적인 쉘 팽창 불량 문제가 빈발했다. (관련 기사 다시보기) 회사는 2018년 초 이미 쉘의 레이어 수와 두께가 물리적 성능 결함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2018년 1월, 회사 연구개발 관계자는 “치수 안정성 이슈”에 대해 이렇게 보고한다. “치수 변동은 근본적으로 원재료의 성분과 쉘의 두께에 영향을 받는 쉘 팽창 현상임.
회사 내부에서는 마이크로 제품의 쉘 팽창 불량을 해결하려면 ‘쉘 두께를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벨라젤 마이크로의 마케팅 포인트는 촉감으로, 가능한 한 촉감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기로 함. 치수 변동을 막기 위해서는 쉘 두께를 늘리거나 팽창된 부피만큼 충진량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음.

--2018년 1월 한스바이오메드 업무보고
쉘 팽창 불량, 즉 “쉘이 늘어남에 따라 강도 약화 우려”가 있다는 내부 보고도 있었다. 회사는 이 시기에 허가사항과 일치하는 5겹 쉘 제품을 만들어 4겹 쉘 제품과 두께, 강도를 비교시험해보기도 했다. 그 결과, 두께는 0.45mm까지 두꺼워졌고, 강도 역시 16~18N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제품의 촉감을 포기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5겹 쉘 제품 생산방식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후에 작성된 회사의 제조 공정작업서(2018년 7월 기준)를 보면 마이크로 제품은 계속 4겹 쉘로 생산됐다.
4겹 쉘 마이크로 제품의 고질적인 쉘 팽창 문제는 2018년 7월 한스바이오메드 자체 수거검사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회사는 벨라젤 판매 자회사 BNS의 재고품과 병원에 사전납품한 제품을 수거해 치수를 측정한 바 있다. 수거품 26개 모두 쉘 팽창이 발생했으며 25개가 허가 기준규격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마이크로 225~425cc 제품 10개의 높이가 생산 직후 높이의 85~9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문제의 10개 제품은 모두 4겹 쉘 제품으로, 생산된 지 불과 5~6개월이 지났을 뿐이었다.

한스 보상대책, 환자에게 입증책임...“벨라젤 다시 무상제공”

2018년까지 무허가 원료 사용, 쉘 팽창 불량, 쉘 두께 임의 변경 등 벨라젤을 둘러싼 문제는 회사 내부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 반면 같은 해 벨라젤 인공유방 전 제품군은 국내에 1만 9700여 개 유통됐다. 이때 한스바이오메드는 처음으로 업계 최강자 엘러간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섰다. 같은 시기, 환자들은 '미완성'의 벨라젤 마이크로 제품을 소개받고, 실제 이식까지 결심했다. 그 사이 한스바이오메드는 제품 불량과 성능을 개선한다며 허가증 밖의 미봉책을 실험하고, 또 실험했다. 회사 안의 사정을 환자들은 알 길이 없었다. 벨라젤은 2019년 2만 7200개, 2020년 3만 3000개(10월 기준)가 팔렸다. 그렇게 압도적인 업계 1위를 자랑하던 한스바이오메드는 결국 불법 제조 사실이 드러나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최대주주인 황호찬 대표이사도 사임했다.
출처: 벨라젤 브랜드 홈페이지(http://www.bellagelimplants.com/bellagel_view_notice?idx=41&stype=all&btype=boardsKRPromotion&stext=&pg=1)
한스바이오메드는 12월 1일 벨라젤 이식 환자들에 대한 보상대책안을 발표했다. 검사비와 보형물 파열 환자에 대한 수술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상 기간은 최초 이식일로부터 10년간이다. 그러나 무허가 원료 사용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환자들에게 입증 책임을 넘겼다. 회사는 “허가사항과 다른 5가지 실리콘 원재료로 인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질환 발생 시”에만 의료비와 최대 1억 원의 위자료를 협의해 지급한다고 했다. 환자들은 질환 인과관계를 입증한 소견과 검사 결과를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불법 제조된 벨라젤 제품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들에게 다시 벨라젤을 제공하겠다는 안이한 대책도 나왔다. 회사는 보형물 파열 환자 등에게 “허가사항에 따라 적합하게 제조된 벨라젤 스무스파인 보형물을 무상제공”한다고 했다. 또 뉴스타파가 그동안 보도한 물리적 성능 결함과 이와 관련된 허가사항 위반에 대해서는 보상대책이 빠졌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한스바이오메드의 보상대책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식약처 벨라젤 조치정보방 바로가기: https://udiportal.mfds.go.kr/hbreastim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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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홍우람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