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만 부인하는 ‘THAAD는 중국 견제용’
2014년 07월 29일 22시 41분
지난 2009년 4월 5일 오전.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이른바 광명성 2호가 발사됐습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자회의를 긴급 소집했습니다.
@ KBS 뉴스
“회의 도중 합참의장으로부터 발사 사실을 보고 받은 이 대통령은 확고한 대응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습니다.”
언론들을 청와대가 발사 30분 전에 단호하고 의연한 대응원칙을 천명했다며 긴박했던 순간들을 숨 가쁘게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련의 조치들은 발사 훨씬 전부터 한미 양국이 미리 논의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9년 4월 2일. 즉 발사 3일 전에 주한 미대사관 전문입니다.
황중국 당시 외교통상부 북핵기획단장이 주한 미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북한이 발사를 강행하면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국정부에 공식 성명을 발표한 뒤 클린턴 미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할 계획이라고 브리핑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황 단장은 또 유명환 장관의 성명엔 발사 사실 공식 확인과 미국 정부 등과 긴밀한 협의, 북한의 발사 강행은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 등의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유 장관은 북한의 발사 직후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4월 5일 오전 11시 30분 15초. 함경북도 무수단리 소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부는 미국 등 관련국과 긴밀한 정보 공조를 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써 북한의 어떠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다.”
이 전문은 당시 우리 정부가 북한의 발사체를 장거리 로켓이라고 표현한 배경도 적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미사일 대신 장거리 로켓이란 용어를 쓴 것은 미사일이 한국에선 무기란 의미가 있고 만약 북한이 발사한 것이 위성이라면 미사일은 잘못된 용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전문은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광명성 이후의 정체를 규정할 때 미사일보다는 로켓, 즉 위성발사체에 더 무게를 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북한의 광명성2호 발사 전 한국 정부가 미 국무부의 대응지침에 전적으로 동의했다는 대목입니다. 뉴스타파 취재팀은 이 미 국무부 대응지침을 찾아봤습니다.
북한의 광명성2호 발사 9일 전인 2009년 3월 27일. 미 국무부과 한국과 일본 주재 자국 대사관에 보낸 전문입니다.
미 국무부는 이 지침에서 미국의 유연성을 저해하거나 북한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위기 국면 조성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2년 전 북한이 광명성2호 발사 계획을 발표하자 보수 매체들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험론을 제기하며 긴장 국면을 조성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MB 정부가 장거리 로켓이란 표현을 쓰자 머쓱해진 적이 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북한이 이른바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하자 이번엔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이 될 수 있으며 다시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 뉴스 영상
“북한은 정말로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릴까요? 특히 이번에 쏘겠다는 광명성 3호는 사거리가 10000킬로미터도 넘습니다. 미국 본토까지 노릴 수 있다는 얘기죠.
"지난 2009년 북한은 국제사회가 만류했지만 결국 장거리 미사일인 광명성 2호를 쏘았습니다."
2년 전 정부도 장거리 로켓이라 규정했던 광명성 2호가 이제 장거리 미사일이 됐습니다. 국방부도 거들고 나섰습니다.
“국방부는 광명성3호는 만 킬로미터 이상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본토도 사정권이라는 얘깁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2009년도에 발사했을 때와 유사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저희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면서도 굳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정당화되기 힘듭니다. 하지만 2년 전 로켓이었던 것이 이제 미사일이 되고 미국 본토 위협설까지 퍼지는 배경엔 북한의 위협을 과장해 총선을 앞두고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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