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국방부만 부인하는 ‘THAAD는 중국 견제용’

2014년 07월 29일 22시 41분

중일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과 집단자위권 등 일본의 우경화 문제로 동북아 지역의 외교적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참여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 즉 MD체제에 한국이 참여하느냐 여부가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 사령관이 MD체제의 핵심 중에 하나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 Terminal of high altitude area defense)를 한국에 배치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14072903_01

한국 정부는 그 동안 1.중국과의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 우려 2. 1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비용 부담 3. 미국 MD의 실효성 문제 등을 내세워 미국의 MD체제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체제(KAMD)를 갖추다는 공식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정책 결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방장관을 겸임하던 지난 6월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북한 미사일을 저고도에서만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함께 더 높은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사드(THAAD)체계가 있다면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한미군이 사드(THAAD)를 도입해 배치하는 것은 상관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어 지난 7월 20일 신임 한민구 국방장관도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서 사드(THAAD)를 전개할 경우 한반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여러 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드 같은 무기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장관들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국방부도 기자 브리핑을 통해 변화된 입장을 설명하고 나섰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1. 북한이 사거리가 1300km에 달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을 발사각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사거리를 줄여 발사하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이 때 미사일의 하강 속도도 빨라져 패트리어트 미사일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2. 중국이 특히 경계하는 사드(THAAD)체계의 레이더(AN/TPY-2)를 배치하더라도 북한 위주로 탐지 방향을 설정하면 중국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며 사드 배치를 합리화하는 듯한 발언들을 내놓은 것이다.

2014072903_02

하지만 뉴스타파가 다수의 군사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국방부의 이 같은 설명은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1. 중장거리(노동) 미사일로 남한 타격?

노동미사일은 사거리가 1300km로 통상 일본의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두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때의 발사각은 45도 전후. 노동미사일로 북한의 후방에서 쏘더라도 서울과 부산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발사각도를 70도 전후로 급격히 올려서 발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발사각이 높아지면 공중으로 올라갈 때 많은 저항을 받아 오히려 속도가 떨어지고 요격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특히 자세제어가 힘들어 정밀한 타격이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수백 기의 스커드 미사일과 이동식 단거리 미사일(KN-02)을 보유하고 있고 수도권을 집중 타격하기 위한 장사정포를 갖춘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남한 타격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이론과 가설일 뿐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국방부의 최근 설명들이 마치 “사드(THAAD)를 도입하기 위한 사후 합리화 과정이라고 비춰질 정도로 상식을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2. 사드(THAAD) 레이더로 북한만 감시?

사드(THAAD)체계가 미사일 발사 탐지 레이더로 쓰는 것은 AN/TPY-2라는 X밴드 계열의 레이더이다. 이는 미국이 하와이 주변에 배치한 시추선 크기의 고성능 X밴드 레이더인 SBX와 같은 계열이다. 미국의 MD체제는 저고도용 패트리어트 요격 체계와 고고도용 사드(THAAD) 체계,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이지스함에서 발사)로 이뤄져 날아오는 미사일을 여러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이 때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하는 레이더는 여러 곳에 배치해 탐지한 정보를 사령부 지휘센터로 보내고 이 곳에서 요격 미사일 발사를 명령하는 방식이다.

특히 사드(THAAD)체계의 AN/TPY-2 레이더는 수송기에 실어 이동배치를 할 수 있고 사거리가 1000~1800km, 탐지 각도가 120도(180도 이하)로 알려져 있어 이 레이더를 한국 서해안에 배치할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의 베이징과 다롄, 산둥, 서해안에 배치된 잠수함 등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가장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고영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 공동대표는 “이미 동북아 지역군 형태로 변모하고 있는 주한미군이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할 경우 이는 북한 미사일 뿐만아니라 중국에서 일본이나 태평양의 주요 미군기지로 발사되는 미사일을 한국이 대신 탐지해 요격하거나 탐지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돼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하다며 유사시 한국이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2014072903_03

전 세계는 이미 아시아에서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MD체제는 떠오르는 북한의 미사일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사드(THAAD)체계의 한국 도입 문제도 최근 들어 미 국방부 등이 지속적으로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장소를 물색 중’이라는 보도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우려의 입장을 내놓기도 했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의 사드(THAAD) 도입은 한중 관계를 희생시킬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2014072903_04

이런 가운데 한국 국방부가 사드(THAAD)미사일은 북한 미사일만을 요격하기 위해 운영된다는 안이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국방이나 무기에 대한 지식이 약한 일반 국민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문제다.

최근 동북아의 상황은 북핵 문제에 더해, 아시아 패권을 잃지 않기 위한 중일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더 나아가 세계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중간의 물밑 경쟁까지 더해 더없이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제1 교역 대상국이자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인 중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 고도의 정치 외교적 능력을 요구 받고 있다.

그러나 사드(THAAD) 도입 문제를 다루는 국방부의 행보는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아 또다시 미국의 압력에 밀려 국익이 걸린 문제를 불투명하게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