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후보 검증>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 없다... 4개월 장관 방문규

2024년 03월 29일 18시 13분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장관에게 전권을 부여하되, 결과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분권형 책임 장관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일부 '윤 정부 장관'들은 선거 일정에 맞춰 사직하고 22대 총선 대열에 합류했다. 장관직이 ‘스펙 쌓기’라는 말이 나온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정부 장관 출신 총선 후보들을 검증했다.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서 나온 발언, 각종 인터뷰에서 그들이 내놓은 말과 정책을 모았고, 각종 논란에 대해 어떻게 해명했는지 확인했다. <편집자주>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장관은 경기도 수원시병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자로 제22대 총선에 출마했다. 재산 신고액은 77억 원, 최근 5년간 세금으로 10억 원을 납부했다. 전과 기록은 없으며, 공군 제 30방공관제단에서 인사행정 담당 중위로 36개월간 군 복무했다.
방문규는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다. 1984년 제28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과장, 2007년 이명박 정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2013년 박근혜 정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기획재정부 제2차관, 2019년 문재인 정부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2022년 6월 국무조정실장, 2023년 9월 산자부 장관에 임명됐다. 장관 재임 기간은 4개월이다.
방문규 경기도 수원시병 기호2번 국민의힘 후보 기본정보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89일 재임

방문규 후보는 2023년 8월 22일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산자부 장관에 지명됐다. 인선 발표 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통경제관료로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와 뛰어난 조정 능력을 바탕으로 핵심 전략산업 육성, 규제 혁신, 수출 증진 등 산업통상자원분야 국정과제를 잘 추진할 적임자”라고 했다. 방문규는 “전략적인 산업 정책이 중요한 시기에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 산자부가 세계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2023년 9월 13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산자부 장관에 임명됐다.   
12월 6일 세종시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출마 권유가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방문규 장관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산자부 장관을) 오래 하면 좋겠지만 공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임명권자가 말씀하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장관 취임 3개월 여가 지난 12월 17일, 방문규 장관 후임으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명됐다. 방문규 장관 한 사람을 교체하는 원포인트 개각이었다.  언론들은 경기도 수원 출신의 방문규를 총선에 투입해 이른바 수도권 벨트에 힘을 실으려는 여당의 총선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방문규의 퇴임 후 총선 출마설에 대해 “요새 정치 분야가 우리나라 두뇌 역할을 많이 하기 때문에 국가 전체로 봐서는 크게 '데미지'(손해)라고 할 것은 없다고 본다"라고 밝혔다고 보도됐다.
후임 인사 발표 전까지 방문규의 산자부 장관 재직기간은 89일이다. 주말과 추석 연휴, 개천절, 한글날 등의 휴일을 제외하면 근무일은 58일이다.
2023년 12월 31일과 2024년 1월 1일 방문규는 지인들에게 출판 기념회를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다. 배우자와 함께 한복을 차려 입고 인사를 하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정치인들의 선거 활동과 다름없는 행보였다. 현직 장관 신분으로 그랬다.
방문규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재직시 보낸 출판 기념회 알림 문자메시지
2023년 1월 3일 안덕근 산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방문규의 짧은 재직을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방문규 전 장관은 89일 재직했습니다. 석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국정과제 추진의 최고 적임자라고 방문규 장관을 내세워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했습니다. 그 대통령은 2023년 5월, 한번 일을 시켰으면 2년은 지켜봐야 한다고 국민들한테 말씀하신 분입니다… (중략) … 최근 나가는 방문규 장관은 우리 인사청문회가 오늘 3일 잡혀 있고 아직 결론이 안 났는데도 불구하고 내일 이임식을 연다고 합니다. 7일 날은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산업부 직원들한테 공고를 다 돌렸어요.

김한정 위원 2024년 1월 3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사청문회
2024년 1월 4일 이임식에서 방문규는 “공직자로서 장관직을 떠나기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아쉬움도 컸고, 밤새 고민의 시간도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바뀌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라고 했다.
1월 5일 국민의힘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방문규 후보가 단상에 올라 인사했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2024년 새해를 맞아 22대 총선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들, 시도 의원, 시군구 단체장들이 참석했다. 방문규는 이수정 비상대책위원과 함께 소개됐다. 
진행자가 “또한 이 자리에 방문규 전 산자부 장관님, 이수정 교수님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여러분 큰 박수로 한번 환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하자 방문규는 단상에 올라 “방문귭니다”라며 양손 주먹을 불끈 쥐어흔들며 두 번 고개 숙여 인사했다.
2024년 1월 5일 국민의힘 경기도당 2024년 신년인사회 (출처: 국민의힘 오른소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퇴임 다음날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수원시병 당협 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용남 전 의원은 방문규 후보가 당원 가입도 하지 않았는데 단상에 올라 인사했다고 했다. 김용남은 단상에 올라 인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1월 7일 방문규는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사실상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참석한 인사들은 방문규 후보가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여러 정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인재라며 고향 수원에서의 새로운 출발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 영입 위원장을 포함한 다수의 국민의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2024년 1월 7일 방문규 출판기념회 (출처: 방문규TV)
진행자가 “직전에 산자부 장관을 좀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상황 아닙니까. 거기서 바뀌는 과정이 조금 짧게 한 것이 아니냐 하는 그런 지적이 있는데 대해선 좀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라고 질문하자 방문규는 “지금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길을 택했다”고 했다.
저도 처음에 그런 당에서 제안이 왔을 때 이게 말이 됩니까. 이거는 아니 이렇게 국민한테 이거는 도리가 아니지 않느냐 그렇게 말씀하고 이거는 어렵다고 이렇게 당하고 협의하면서 수차례 그런 거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은 당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 이런 걸 볼 때 또 저를 설득하는 논리가 지금 이런 상황에서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느냐 지금 이런 정치 구조를 가지고 사실 그거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런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외면하기가 어려운 거죠. 그래서 사실 분명히 이제 제가 청문회를 거쳐서 국민들께 이렇게 산업 발전을 위해 산업부 장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그렇게 청문회를 거쳐서 소임을 이렇게 짧게 마치는 것에 대한 송구함과 죄송스러운 마음에 분명히 있습니다만은 지금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 이런 정치구조 이런 구조 하에서는 보다 큰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길을 택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그래서 아까 여러분도 말씀하셨습니다만은 가장 고난의 길이 긴 하지만 이 고난의 십자가를 져야 되겠다 그렇게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방문규 발언, 2024년 1월 7일 출판 기념회
이틀 뒤인 1월 9일 방문규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기도 수원시병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제작진
취재최윤원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