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체-병원의 '부당거래'...피해는 환자에게
2018년 11월 28일 08시 01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국내 의료시스템과 제약산업의 제반 문제, 그리고 정부의 감시감독 기능을 진단하는 <뉴스타파 백신 프로젝트: ‘의,약,돈’>을 시작합니다. 의료, 약품은 국민의 생명, 재산과 직결됩니다. 하지만 올해 인보사 사태에서도 봤듯이 이 분야가 근년들어 자본과 산업 논리에 장악되면서 의약, 자본, 권력의 유착은 더욱 심해지고, 공공성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우리나라 의료, 제약계가 최소한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또 정부가 감시감독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백신’ 주사를 놓겠습니다. ‘의,약,돈 프로젝트’는 앞으로 3년간 계속될 예정입니다. 그 첫 시리즈로 국내 한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실태를 12월 18일부터 사흘간 3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진단명: 리베이트 중독] ‘의,약,돈 프로젝트’는 제보를 기다립니다. vaccine@newstapa.org -편집자 주 |
뉴스타파 보도로 불법 현금 리베이트 영업 실태가 드러난 국내 제약사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 최근에도 2020년에 적용할 ‘리베이트 지급 비율’을 새로 짜고 이를 사내에 은밀히 공지한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앞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니스트)이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거래처 병원의 처방실적에 따라 처방 매출의 20~40%에 이르는 불법 현금 리베이트를 의사들에게 전달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니스트는 뉴스타파에 서면 답변을 보내 리베이트 영업 의혹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이니스트는 “경영진이 불법적 영업 방식을 지시, 관리한 사실이 없다”며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준법 교육을 시행하고 위법 행위 예방과 근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회사의 공식 해명과는 배치되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취재 결과, 이니스트는 지난주부터 전국 영업사원들을 교육 명목으로 소집해 새 리베이트 예산 정책을 공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새 리베이트 정책 공지는 비밀리에 이뤄졌다. 이니스트 측은 지난 11~13일 사흘간 지방 주재 영업사원들을 소집하고, 이어 16일에는 서울·수도권 영업사원들을 경기 용인 본사로 불러 리베이트 정책을 알렸다.
이니스트는 매년 1월 1일 시무식을 기점으로 리베이트 지급 비율을 조정한다. 올해는 처방실적의 평균 20% 초반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2020년도 리베이트 지급 비율을 공식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새해 리베이트 정책을 공지받은 영업사원 A 씨(공익신고자)에 따르면 이니스트는 내년에 최소 6%에서 최대 26.5%까지 평균 17%대의 리베이트 예산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처 처방실적이 1000만 원 미만이면 처방 매출의 6%,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26.5%로 리베이트 비율을 새로 짰다. 이니스트는 내년부터 기존 거래처 유지에 필요한 리베이트 예산은 줄이되 신규 거래처 발굴 예산(랜딩비)은 더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영업사원들에게 알렸다.
이렇게 회사가 정한 리베이트 정책에 따른 비자금은 각 영업사원들이 급여계좌와 별도로 보유하고 있는 ‘비밀계좌’에 지급된다. 영업사원들은 회사가 제공한 돈으로 담당 거래처 병원에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이니스트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매출 및 리베이트 정책을 총괄하는 최모 영업기획이사가 내년도 리베이트 예산 지급 비율을 책정했다. 또 이를 사전에 이니스트 그룹 회장 등 최고경영진에 보고하고 승인받았다고 한다.
최 이사는 취재진을 만나 영업사원들을 소집한 이유에 대해 2020년도 사업계획을 논의하고 ‘준법 교육’을 실시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또 “제조·판매회사로서 정당한 판촉비, 영업활동비를 쓰고 있다”며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니스트의 불법 리베이트 영업 실태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로 접수됐다.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수수는 약사법, 의료법,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범죄이며, 제약업계가 자발적으로 제정한 공정경쟁규약에도 위배된다.
보도 이후 증거 인멸이 우려되는 정황도 확인된다. 공익신고자 A씨는 이미 이니스트의 사내 메일망, 매출실적 입력 시스템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A씨는 권익위에 회사의 불법 영업 의혹을 이미 공익신고했고, 현재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청으로 넘어간 상태다. 당국의 신속한 수사와 조사가 시급해 보인다.
취재기자 | 김지윤, 홍우람 |
촬영기자 | 이상찬, 신영철, 오준식, 최형석 |
편집 | 정지성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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