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행복했던 공약, 불행한 예산

2014년 01월 10일 20시 16분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 ‘약속’을 유달리 강조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았고 한 번 한 약속은 정치 생명을 걸고 지킨다”는 게 박 대통령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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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2012.12.4. ‘제18대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 1차’ 

“선거 때마다 말바꾸기 공약 빌 공자 이렇게 해서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믿을 수 있는 신뢰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고 또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정치 생명을 걸고 지키는 정치를 지금까지도 해왔지만 꾸준히 그런 노력을 해 나갈 것입니다.” 

약속을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운동 기간 수많은 공약을 쏟아냈다. 반값 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노인 기초연금 등 복지 관련 예산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공약은 법령 등 제도적인 장치와 예산이 수반돼야 이행될 수 있다. 지난 1일 통과한 올해 국가 예산에는 이 공약들을 뒷받침하는 예산이 어떻게 반영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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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約들? 空約들! 

1. 고교 무상교육 공약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7월 대구에서 고등학교 무상 의무교육 등 '즐겁고 행복한 교육만들기 8대 약속'을 제시했다. 대통령으로 당선 된 뒤에도 2014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하겠다는 로드맵을 명확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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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12.7.17. 박근혜 "매년 25%씩 (무상교육을) 늘려간다면 5년간 6조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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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2013.7.30. 김희정/새누리당 제6정책조정위원장 

“국민의 교육비 걱정을 덜기 위해서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실시해서 2017학년도까지 전국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데 합의를 했습니다”

고교 무상 교육에 필요한 예산은 모두 2조 7천억 원인데 이번에 통과된 예산에는 관련 예산을 찾아볼 수 없다. 왜 반영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도 없었다. 예산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한다는 야당의 입장과 지방 정부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여당의 입장이 충돌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고교 무상교육 방안을 2014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2.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 서비스 공약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부터 학교 내 돌봄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역시 예산에는 한 푼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홍원 총리는 시정연설 뒤 있었던 대정부질문에서 “초중등 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 서비스 등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지방교육예산은 1조279억 원이 넘는데, 실제로 증액된 예산은 2303억 원에 불과하다. 지방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왜 대통령이 공약을 하고 책임은 지방 정부가 져야하는지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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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반값 등록금 공약 

 반값 등록금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했던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에 역시 ‘약속’을 지킨다는 점을 강조했고, 재원 마련도 다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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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2012.8.23. 박근혜 (반값등록금 토론회) 

“여러분들의 등록금 부담 분명하게 반드시 반으로 낮추겠다는 거 이것은 제가 여러분들에게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반드시 해 내겠습니다. 재원이 뒷받침돼야 실천이 되잖아요. 재원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까지 다 있고...”

 반값 등록금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원을 정부는 7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정부가 4조 원을 부담하고 대학이 3조 원을 부담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반값 등록금 예산은 3조2천억 원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천오백억 원이 증액됐지만 여전히 7천 억 원 가량이 부족하다. 전진희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여러 가지 불만이 많지만 그럼에도 4조 원의 재원을 만들겠다는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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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거, 보육 공약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적인 서민 주택 공약이었던 행복주택도 20만 가구에서 14만 가구로 3분의 1이 축소됐다. 지난해 1만 가구를 시범적으로 건설하겠다는 약속도 주민 반대 등으로 공염불이 됐다. 임대주택 사업 지원은 절반이나 줄었다. 

 저소득층에 기저귀와 분유를 지원하는 대통령 공약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전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가 국회를 거치면서 필요 예산의 3분의 1 정도인 50억 원만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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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것은 없고 빚만 늘었다”

 복지 관련 공약에는 인색했지만 토목사업 등에는 여전히 후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복지 혜택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나라 빚은 계속 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올해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5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514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8년에는 309조였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정권 1년차 예산은 이명박 정권 6년차 예산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변화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또 “복지나 기타 여러 가지 행정적인 측면에서 예산의 자연 증가분이 있는데, 수입은 늘지 않고, 사회간접자본 (SOC) 구조조정 등이 성과가 없어 재정 건전성이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
“우리 정치에 국민 불신이 아주 큽니다. 선거때마다 말바꾸기 공약 빌 공자 이렇게 해서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믿을 수 있는 신뢰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2420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고 또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정치 생명을 걸고 지키는 정치를 지금까지도 해왔지만 꾸준히 그런 노력을 해 나갈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년 여 전 선거 기간에 약속을 참 많이 했습니다. 복지 관련 공약은 파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자 이제 이 약속들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지난 1일 통과한 올해 국가 예산에는 이 약속들은 얼마나 반영됐을까요.

글씨: 2012.7.17. 대구

[뉴스 내레이션]
“정책 발표를 위한 두번째 현장 방문지로 대구를 찾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 고등학교 무상 의무교육 등 '즐겁고 행복한 교육만들기 8대 약속'을 제시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
"매년 25%씩 (무상교육을) 늘려간다면 5년간 6조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고등학교 무상 교육 공약은 대통령으로 당선 된 이후에 보다 구체화됐습니다.

[김희정/새누리당 제6정책조정위원장]
“국민의 교육비 걱정을 덜기 위해서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실시해서 2017학년도까지 전국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데 합의를 했습니다.”

고교 무상 교육에 필요한 예산은 모두 2조 7천억 원.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예산에는 관련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왜 반영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해명도 한 마디 없었습니다.

고교 무상교육 방안을 직접 발표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을 찾아가봤습니다.

[의원실 관계자]
“상대편의 의사도 중요하잖아요. 초상권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취재를 거부할 권한도 있어요.”

이렇게 올해 책정된 교육과 복지 관련 예산은 장밋빛 공약을 실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거나 아예 책정되지도 않은 것이 허다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 시정연설]
“내년부터 학교 내 돌봄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사교육비와 대학학자금 부담을 덜어드리며...”

[최재성 민주당 국회의원]
“대통령께서 초등학교 돌봄 서비스를 내년부터 하겠다고 했습니다. 6900억 7000억 정도가 필요합니다. 한 푼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국회에 제출한 정부 예산안에 없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
“초중등 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 서비스 등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지방교육예산은 1조279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증액된 예산은 2303억 원. 4분의 1이 안됩니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
“대통령 공약 사항 이런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러게 국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시도교육청에다 재정부분은 넘기는 부분은 상당히 많아요. 그런 건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했던 가장 중요한 약속이었던 반값 등록금 사업.

[박근혜 대통령 / 반값등록금 토론회]
“제가 이거 하나만은 여러분들에게 확실하게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무엇이냐 하면 여러분들의 등록금 부담 분명하게 반드시 반으로 낮추겠다는 거 이것은 제가 여러분들에게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반드시 해 내겠습니다. 재원이 뒷받침돼야 실천이 되잖아요. 재원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까지 다 있고...”

정부의 추산으로도 필요한 재원은 4조원,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예산은 3조2천억 원이 안 됩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증액됐지만 여전히 5천 억 원이 부족합니다.

[전진희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
“반값 등록금이 될 수 있을 거다라는 기대감이 진짜 많았어요. 대통령 된 다음에 사실 내가 느끼는 등록금 대출을 받아야 되는 양, 거기에 찍히는 거는 비슷하거든요. 거기에 대한 실망감이나 이런 게 많고 그러다보니까 선거는 역시 못 믿겠다. 선거는 역시 뻥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적인 서민 주택 공약이었던 행복주택도 20만 가구에서 14만 가구로 3분의 1이 축소됐고, 임대주택 사업 지원은 절반이나 줄었습니다.

저소득층에 기저귀와 분유를 지원하는 대통령 공약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전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가 국회를 거치면서 필요 예산의 3분의 1 정도인 50억 원만이 반영됐습니다.

이렇게 관련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은 말 그대로 빌 공자 공약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라의 빚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올해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5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 이런 걸까요.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박근혜 정권 1년차 예산은 이명박 정권 6년차 예산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복지나 기타 여러 가지 행정적인 측면에서 자연 증가분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수입도 그만큼 증가해줘야 하는데 수입 증가가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결국은 적지않은 돈들이 적자상태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부채가 증가하게 되고 뭐하나 혜택이 늘어난 것은 없는데 빚만 증가하는 그런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첫 번 째 예산.

바뀐 것은 없고 빚만 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정부는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합니다.

뉴스타파 김경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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