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명숙 재판정에서까지 위증 유도했나?

2020년 06월 10일 18시 12분

이른바 ‘한명숙 사건’에서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복수의 폭로가 나온 가운데, 당사자 중 한 명인 증인 김 모 씨가 최근 KBS 인터뷰에서 ‘진술 번복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한만호 씨를 달래기 위해 은밀히 검찰에 불려다녔다’고 말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한명숙 사건 공판조서를 확인해본 결과, 검찰은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 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도록 적극 유도했다. 김 씨의 언론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법정에서까지 위증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씨는 같은 인터뷰에서 ‘한만호가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런데 공판조서에 따르면 김 씨는 법정에서 한만호가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여러 차례 증언했다. 역시 김 씨의 최근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당시 위증을 했다는 말이 된다. 검찰의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검찰 측 증인 김 씨 인터뷰의 숨겨진 ‘맥락’들

KBS는 6월 4일 9시 뉴스를 통해 증인 김 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위증교사는 없었다”는 게 KBS 보도의 첫 제목이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이미 5월 25일 보도에서 김 씨와 전화 인터뷰를 해서 “위증 교사는 없었다”는 김 씨의 주장을 전한 바 있다.

김 씨의 KBS 인터뷰에는 자신이 2011년 2월 21일 한명숙 사건 재판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증언한 내용과 180도 다른 사실들이 있었다. 뉴스타파는 당시 공판조서를 바탕으로 김 씨 인터뷰의 맥락을 짚어본다.

검찰 측 증인 김 씨는 언제부터 특수부에 드나들었나

2011년 2월 21일 한명숙 사건 7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 김 씨가 출석했다. 김 씨는 사기혐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서 한만호 씨와 같이 생활하다 2010년 9월 23일 출소한 인물이다. 김 씨는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한 한만호 씨의 법정 발언이 거짓이며, 한 씨가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말을 평소 자주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 공소 내용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한명숙 측 변호인들은 김 씨가 믿을 만한 증인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한만호 씨가 김 씨에게 뇌물과 같은 내밀한 얘기를 할 만한 사이였는지, 두 번째는 김 씨가 검찰의 한명숙 수사팀이 평소 관리하던 죄수였는지 여부였다.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폭로한 죄수H는 김 씨를 ‘이미 검찰과 한몸’이라고 표현했다. 김 씨가 검찰의 사주 혹은 교사를 받아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것이 죄수H의 주장이다.

김 씨는 2010년 9월 2일 서울구치소에서 수원구치소로 이감된다. 그리고 23일 출소했다. 이 사이 김 씨와 한만호 씨는 한 차례씩 안부 편지를 주고 받았다. 출소한 김 씨는 10월 6일 서울구치소로 한만호 씨를 면회했다. 한 씨의 어머니 부탁을 받아서 간 것이라고 김 씨는 법정에서 진술했다. 한명숙 공판이 시작되기도 전이었고, 한만호 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은 12월 20일부터 따지면 두 달여 전, 김 씨 본인이 법정 증언을 한 2011년 2월 21일부터 따지면 넉 달여 전이다.

면회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면회를 할 때 한만호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엊그저께 특수부 갔다가 도와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안 한다고 했죠” 당시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한명숙 사건, 즉 한만호 씨와 관련해서 김 씨가 검찰 특수부에 갔고, 검찰이 김 씨에게 무언가를 부탁했으며, 김 씨는 거절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명숙 변호인은 검찰 측 증인 김 씨가 법정 증언을 하기 무려 넉 달 전부터 한명숙 수사팀에 불려간 사실에 의아해하며 김 씨에게 관련된 질문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 한명숙 사건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는 특수부에 언제부터 불려갔는지에 대해 변호인과 검사가 물어볼 때 각각 다른 답변을 했다. 현재 김 씨의 주장에 따르면 검사가 김 씨에게 위증을 유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씨는 면회 당시 한만호 씨가 쪽지에 써 준대로 읽으라고 해서 읽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면회 전에, 즉 10월 6일 전에는 특수부에 간 일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한명숙 사건 공판조서 발췌>
○ (한명숙 변호인) 구치소 자료에 의하면 증인이 한만호에게 면회 갔을 때 “엊그저께 특수부 갔다가 도와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안 한다고 했죠”라고 진술한 부분이 있는데, 특수부에는 무슨 일로 갔는가요.
● (증인 김 씨) 한만호가 쪽지에 적힌 대로 읽으라고 시켰습니다. ’이거 일단 읽으라’라고 시켰습니다. 한만호는 항상 입회하에 면회를 합니다. 그런데 한만호가 들어오더니 쪽지에다가 많이 썼습니다. 그것을 유리창에 대고 증인에게 읽으라고 해서 증인이 읽어보았습니다.
○ 왜 이것을 읽으라고 하는가요.
● 나중에 뒤집어졌을 때 증인의 이 녹취를 증거 삼으려고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 한만호가 법정에 나와서 처음 진술한 것이 12월인데 그 전에 (10월 6일) 이미 증인의 진술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인가요.
● 예. 그러니까 너무 많은 것을 증인이 알고 있어서 걱정을 하셨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쪽지 내용에도 증인이 이상해서 읽지 않은 내용도 있습니다.

한만호는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법정에서 반박했고, 김 씨가 특수부에 가서 죄수H와 다른 증인 최 모 씨도 불러서 파티를 열어줬다고 면회 때 말했다고 증언했다. 면회실은 녹음은 되지만 녹화는 되지 않기 때문에 김 씨와 한만호의 증언 중 누구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이후 변호인은 김 씨에게 그렇다면 언제 특수부에서 부르기 시작했냐고 물었다. 김 씨는 면회 이후에 10월 혹은 11월 쯤 특수부에서 불러서 갔다고 대답했다. 신응석, 엄희준 검사에게 조사를 받았으며 한만호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기 전이라고 여러 차례 또렷하게 증언했다. 검찰청에 간 횟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5-10차례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대답했다.

<한명숙 사건 공판조서 발췌>
○ (한명숙 변호인) 증인은 10월에 한만호의 면회를 갔다온지 얼마 안 되어서 검찰에서 연락이 와서 처음 갔을 때도 ‘한만호가 검찰에서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는데 법원에 가서 뒤집는다고 하더라’라는 이야기를 했는가요.
● (증인 김 씨) 예. 처음에 갔을 때 증인이 편지 내용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인지는 몰라도, 그런 내용을 증인이 이야기했습니다.
○ 한만호가 진술을 번복한 것은 훨씬 그 후인데, 그러면 한만호가 법정에 와서 진술을 번복하기 전에 다 이야기를 해서 검찰은 번복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요.
● 증인은 한만호가 어떻게 재판 받았는지도 모르는데, ‘한만호가 어떻게 한다’라는 스토리는 다 알고 있었습니다. 
○ 한만호가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법정에 와서 증언을 바꾼 것보다는 훨씬 전인데, 어쨌든 그때 이미 말을 하고 갔다는 것인가요.
● 예. 증인은 그 전에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김 씨의 증언은 검찰의 신문이 시작되면서 완전히 뒤집힌다. 검찰은 한만호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뒤에야, 즉 2010년 12월 20일 이후에야 김 씨를 부른 것이라는 취지로 심문했고, 김 씨는 자신이 변호인의 심문에는 잘못 말한 것이라는 취지로 대답했다. 검사의 질문에 김 씨의 대답은 대부분 단답형 “예”였다.

<한명숙 사건 공판조서 발췌>
○ (검사) 엄희준 검사의 집무실에 있을 때 본 검사가 증인을 보고 제일 처음 물어본 것이 ‘한만호 씨가 왜 진술을 번복했나요’라는 것이었지요.
● (증인 김 씨) 예.
○ 그러니까 (한만호가) 진술을 번복한 이후에 본 검사와 증인이 처음 만난 것은 맞지요.
● 예.
○ 특수1부 수사관을 만난 것이 한만호가 증언을 번복하고 난 뒤의 일이지요.
● 예.
○ 그 이전에 특수1부 검사나 수사관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는 것이지요.
● 예 없습니다.
○ 증인이 아까 2010년 10월 갔다는 것은 특수1부는 아닌 것이지요.
● 예 특수1부는 아닙니다.
○ 우리가 물어보았던 내용이 ‘한만호가 진술을 바꿨는데 거기에 대해서 무엇을 아는 것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지 ‘앞으로 한만호가 진술을 바꿀 것이라는 것을 아세요?’라고 물어본 것은 아니지요?
● 예.
○ 그렇게 물어볼 수도 없는 것이지요.
● 예.

즉 정리하면 이렇다. 증인 김 씨는 2010년 10월 6일 한만호 씨와의 면회에서 “이미 특수부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한명숙의 변호인이 이 부분을 추궁하자, “10월 6일 이전에는 간 적이 없고 면회 이후, 즉 10월과 11월경에 특수부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검사가 심문을 시작하자 “10월이나 11월이 아니라 한만호의 진술 번복 이후인 12월 20일 이후에 특수부에 다녔다”며 직전 변호인 심문 때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바꾼다. 김 씨의 ‘잘못된’ 진술을 검사가 법정에서 직접 ‘교정’해주는 듯한 모양새다.

검찰청 뒷문으로 출입했다?

여기까지가 2011년 2월 21일 한명숙 사건 제7차 공판에서 있었던 김 씨의 증언이다. 그런데 김 씨는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 말을 다시 뒤집는다. 한만호 씨가 진술을 번복하기 전부터 검찰청에 자주, 몰래 불려다녔다는 주장이다.

KBS는 김 씨의 말을 인용해 “출소한 뒤에도 일주일에 세 번꼴로 자주 검찰에 불려갔다”, “진술 번복을 염두에 대고 조사를 거부하는 한만호 씨의 불안정한 정서를 달래는 데 자신이 활용됐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마중 나온 검찰 직원을 따라 매번 건물 뒷문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김 씨의 현재 인터뷰가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김 씨는 법정 증언과 달리 한만호 씨의 진술 번복 이전에 검찰청에 불려다녔다는 얘기가 된다. 즉 한명숙 변호인과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한 증언이 사실이며, 검사와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한 증언은 위증이라는 뜻이다. 이는 당시 검사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법정 증인에게 위증을 강요하거나 유도했다는 의혹으로 연결된다. 검찰이 김 씨를 출입 기록 없이 몰래 검찰청에 들였다는 김 씨 증언이 사실이라면, 검사의 법정 심문은 자신들의 행위를 은폐하고 법정에서 증인 김 씨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위증을 유도한 것으로 의심될 수 있다.

김 씨는 뉴스타파의 지난 보도에서도 “그것(한명숙 사건) 때문에 그냥 치가 떨리는 사람이에요. 나와서도 (검찰에) 다녔으니까”라고 말했다. 김 씨가 검찰에 자주 출입했다는 KBS 인터뷰와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만호 전 사장의 진술 번복 전에 김 씨를 소환하여 한 전 총리 사건에 관해 조사한 사실이 없다”고 뉴스타파에 밝혀왔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김 씨의 법정 증언 중 검사들과의 질의 응답 부분을 제시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 봤 듯이 김 씨의 법정 증언은 오락가락 하다 검사들에 의해 ‘교정’된 증언이며 그나마 현재는 그 증언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또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검찰청 뒷문으로 드나들었다는 김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과는 무관하다. 다른 수사부서에서 소환했는지 등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증인 김 씨에게 연락해 관련 사실을 다시 물어봤지만 김 씨는 대답을 거부했다.

한만호가 한명숙에게 직접 준 것은 아니다?

김 씨는 또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만호 씨가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직접 줬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만호 씨가 한 전 총리 측 비서나 측근에게 돈을 줬으며, 배달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고 본인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이런 내용을 당시 검찰에게 전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 6월 4일 KBS 뉴스 9보도.

하지만 이 또한 김 씨의 법정 증언과는 배치된다. 김 씨는 법정에서 한만호 씨가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을 줬다고 본인에게 말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한명숙 사건 공판조서 발췌>
○ (검사) 한만호로부터 피고인 한명숙에게 돈을 준 사실에 대해서 들었던 것을 한만호가 있는 자리에서 쭉 이야기해 보세요.
● (증인 김 씨) 예. 증인이 어떻게 주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한만호가 증인에게 무어라고 말씀하셨느냐 하면, 첫 번째는 차입니다. 증인이 그것은 정확하게 기억이 납니다. 한만호 사장님이 증인에게 무어라고 이야기하셨느냐 하면, ‘돈을 주는 사람이 배달 서비스하는 것처럼 내가 문을 열어서 가방을 이렇게 실어주었다’라고 했습니다. ‘여행용 가방을 이렇게 해서 자기가 싣고 가서 직접 실어주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떻게 줬어요.’라고 했더니 한만호 사장님이 두 번째인가 세 번째에 하여튼 돈을 가지고 집으로 가셨었습니다. 그래서 증인이 한만호 사장님에게 집 구조도 물어보았습니다. 한만호 사장님이 한명숙 총리 집에 간 내용까지 증인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만약 현재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부분도 법정에서 위증을 했다는 말이 된다. 위증을 했다면 그 이유가 중요하다. 검찰이 강요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검찰이 대답해야할 때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폭로한 죄수H는 뉴스타파에 보낸 편지에서 당시 검찰의 행태를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비판했다. 3명의 증인을 만들어 위증을 교사했고, 사건을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이제 당사자들의 입장은 대략적으로 파악이 됐다.

죄수H는 검찰의 위증 교사에 대해 당시 수사 라인에 있었던 검사와 수사관들을 고발할 예정이다. 증인 최 씨는 이미 검찰의 위증교사를 조사해 달라고 법무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증인 김 씨는 위증교사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본인의 법정 증언과 달리 한만호 씨의 증언에 개입했다고 털어놨다. 본인이 위증을 했다고 자인한 셈이다. 문제는 여기에 검찰이 개입했는지 여부다. 이에 더해 최근 연합뉴스는 당시 한명숙 수사팀이 한만호 씨의 또 다른 수감 동료를 특수부로 불러 별건 수사를 암시하며 검찰에게 유리한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과 폭로에 대해 이제 검찰이 대답할 시간이다. 현재 검찰은 관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정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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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김경래
촬영정형민 오준식
편집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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