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역외탈세혐의자 조사의지 있나? 오히려 감사원 감사받아
2014년 10월 07일 23시 50분
서울 성북구 성북동. 담장 높이가 5미터는 돼 보이는 대저택으로 외제차 한 대가 들어갑니다. 차고에는 이미 대형차 석 대가 있습니다.
안에 분명 사람은 있었지만 대답은 하지 않습니다.
이 집의 주인은 국내 최대 해운 물류기업인 한진해운의 대주주 최은영 회장입니다. 최은영 회장은 지난 2006년 남편 조수호 회장이 작고한 뒤 2008년 1월 한진해운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12월 이사회에서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최대주주에다 경영권도 완전히 장악한 것입니다. 최은영 회장이 2008년 12월 30일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불과 20일 전 은밀하게 처리한 일이 있습니다.
2008년 12월 9일, 대표적인 조세 회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한 페이퍼 컴퍼니의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뉴스타파가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공동 취재를 통해 확인한 이 유령회사의 이름은 와이드 게이트 그룹.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 홍콩 지점의 소개로 페이퍼컴퍼니 등록대행회사 PTN을 통해 2008년 10월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페이퍼 컴퍼니의 디렉터, 즉 등기이사는 조용민 당시 한진해운 전무. 주목할 부분은 조씨가 당시 한진해운의 대표적인 재무통이었다는 점입니다.
와이드 게이트 그룹의 발행 주식은 모두 5만 주, 이 가운데 90%인 4만 5천 주를 최은영 회장, 나머지 5천주는 조용민 당시 전무가 2008년 12월 9일 각각 취득한 기록돼 있습니다.
그리고 일년 뒤인 2009년 12월, 한진 해운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합니다.[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이러한 대내외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저희 한진해운은 12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공식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일년 전, 그리고 자신이 지주회사인 한진해운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직전에 조세 회피처에 유령회사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대표] (회사가 분할될때나 이럴 때 이런거를 만드는 경우가 많나요?) "네 그렇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이든, 인수합병이든 이런 이벤트를 어떻게 인식할것이냐에 따라 세금이 굉장히 많이 왔다갔다 하거든요."
그러나 한진 해운즉은 최은영 회장이 버진아일랜드의 유령회사를 실제 소유한 것은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진해운 홍보팀] "저희 회사와는 상관 없는 일로 확인해 주셨습니다." (아니 대표이사도 만드시고, 최대주주도 만드셨는데 회사하고 연관이 없을 수가 있습니까?)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시는데 그 건이 2008년 10월에 설립된 게 맞고." (누가 말씀하신 건데요.) "최회장님께서요." (최은영 회장님이 시인하신거죠?) "등재된 거에 대해서는 맞다고 확인을 해주셨고요. 본인 말씀으로는 2011년에 조용민 대표가 사임할 때 본인은 그 회사 주주에서 빠지셨다고 말씀하시네요." (다시 한번 확인할게요. 지금 확인된 사안은 최은영 회장님께서 그 회사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시인하셨구요.) "개인적인 목적이라기 보다는 거기에 주주로 등재됐었다." (왜 그 회사를 만들었는지는?) "말씀하지 않으셨죠."
한진해운의 재무통으로 유령회사의 등기이사이자 2대 주주로 등재됐던 조용민씨는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이사까지 올랐습니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씨는 어떤 용도로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는지 답변하길 거부했습니다.
[한진해운 홍보팀] "직접 통화하거나 이런 것에 대해서는 의사는 없으시구요.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으로 하셨다 그럽니다."
뉴스타파는 이 유령회사가 한진해운과 무관하다면 도대체 만든 목적이 뭔지에 대해 거듭 확인을 요구했지만, 최은영 회장 측은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한진해운 홍보팀]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어제 말씀드린 것 외에는 더는 말씀 드릴게 없어가지고."
한진해운은 벌크선과 LNG선 등 200여척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세계 60여개국에 230여여 개 지점을 두고 있는 국내 최대 해운 기업입니다.
최은영회장의 이 유령회사 설립과정에 UBS 홍콩지점이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회사 설립 후 법인 명의 계좌도 이 은행에서 개설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난 2009년 미국정부는 UBS를 압박해 이 은행을 통해 역외 탈세를 한 혐의가 있는 자국민의 계좌 정보를 무더기로 받아낸 바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뉴스타파 오대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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