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타파] 롯데① 수원역 롯데몰에서 집을 날리다

2019년 02월 25일 08시 00분

<편집자주>
뉴스타파는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대기업 갑질 사례를 ‘갑질타파’라는 시리즈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등 감독 당국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짚어볼 예정입니다. 갑질타파 두 번째 기업은 롯데그룹입니다.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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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타파]
롯데① 수원역 롯데몰에서 집을 날리다
롯데② 미스터리 계약서
롯데③ 삼겹살 갑질, 그 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근처에 지어진 ‘롯데몰 수원점’은 지난 2014년 11월 문을 열었다. 수원역의 유동인구를 노린 쇼핑몰이었다. 그러나 2017년 6월 수원역 환승센터가 개통되기 전까지 수원역에서 이어지는 연결 통로가 없었다. 롯데몰 수원점은 2년 7개월 동안 수원역과 사실상 막혀 있는 상태에서 영업을 했다.

박수미(가명) 씨는 롯데몰 수원점이 오픈할 때 지하 1층에 커피숍을 열었다. 2014년 2월 커피숍 자리를 알아보면서 박 씨는 롯데몰 지하 1층에는 매장이 몇 개 안 되는 데다 수원역과 이어지는 연결 통로도 없어 입점을 망설였다. 당시 수원역 주변은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다.

하지만 롯데몰을 운영하는 롯데자산개발은 박 씨에게 롯데몰 개점 다음달인 2014년 12월 연결 통로가 생길 것이라고 설득했다. 박 씨는 “당시 롯데 직원은 수원역과 롯데몰 직선 연결 통로가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 생기고 지상 1층에는 안 생기기 때문에 직선 연결 통로가 생기면 모든 사람이 다 지하 1층을 통해 입장하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입점 제안서에도 연결 통로가 그려져 있었고, 롯데 측이 보낸 이메일에도 곧 연결 통로가 생긴다고 적혀 있었다.

박 씨는 결국 롯데와 매장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집을 팔아 인테리어 비용 1억 5천만 원, 보증금 7천만 원을 마련했다. 사실상 모든 것을 투자한 셈이다.

▲ 2014년 입점 제안 당시 롯데자산개발 직원이 박 씨에게 보낸 이메일. 수원역과 연결 통로가 ‘올해(2014년) 말 개통목표’라고 적혀있다.

2014년 11월 개점 당시 롯데몰 수원점 지하 1층에 입점한 매장은 총 5개였다. 뷔페 식당과 편의점, 꽃집 그리고 2개의 커피숍이었다. 박 씨가 계약을 할 당시 박 씨의 매장 옆에 들어올 예정이었던 가게는 라면집이었다. 그런데 막상 매장을 개점할 때 보니 옆 가게가 커피숍으로 바뀌어 있었다. 박 씨와 같은 업종인 커피숍을 롯데가 바로 옆에 입점시킨 것이다. ‘을’이었던 박 씨는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개점 한 달이 지났지만 약속했던 지하 연결 통로는 뚫리지 않았다. 지하 연결 통로는 커녕 수원역에서 롯데몰로 이어지는 지상 연결 통로도 제대로 없었다. 롯데몰 직원들조차 출퇴근하기 힘든 지경이었다.

“2년 넘게 연결 통로 약속 안 지켜...한 달 적자 천만 원”

롯데몰 입점 상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롯데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연결 통로 건설은 수원시 관할이라며 책임을 떠 넘겼다. 유동인구는 늘지 않았다. 2015년과 2016년 매출액은 한 달 평균 9백만 원에 불과했다. 계약 전 롯데 측은 월 2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박 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적자는 쌓이고 쌓여 3년 만에 3억 원에 육박했다.

▲롯데몰 수원점 지하 1층에서 수원역으로 나가는 통로. 박 씨가 커피숍을 운영을 시작한 2014년 1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이 입구는 아예 막혀 있었다.

최저보장 임대료...절대 손해보지 않는 ‘갑’

박 씨가 운영하던 매장의 보증금은 7천 7백만 원, 여기에 월 임대료는 매출의 24%였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최저보장 월 임대료’라는 항목이 있었다. 최저보장 임대료는 6백86만7천 원. 매출의 24%가 이 최저보장 임대료에 못 미칠 경우 롯데 측에 최저 6백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얘기였다. 장사가 아무리 안 돼도 롯데가 손해 볼 일은 없는 계약이었다.

박 씨는 형편없는 매출에 임대료도 충당하지 못하는 달도 있었다. 2015년 6월의 경우 매출은 5백19만 원이었는데 임대료가 매출보다 더 많은 5백83만 원이 나왔다. 여기에 3백만 원이 넘는 관리비에 인건비 6백만 원까지 더해 박 씨는 그 달에 1천2백만원에 가까운 손실을 봐야 했다.

롯데몰은 지하 연결 통로가 개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2014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최저보장 임대료를 거의 매달 받아 갔다. 입점 상인들의 반발이 지속 되자 롯데는 2015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최저보장 임대료를 받지 않고 매출의 24%를 임대료로 부과했지만 수원역 환승통로가 개통된 뒤에는 다시 최저보장 임대료를 받아갔다.  

월 2백만 원, ‘을’은 알 수 없는 ‘일반관리비’

임대료만큼이나 부담스러운 것은 관리비였다. 임대료와는 별도로 매달 3백만 원 가량의 관리비가 청구됐다. 롯데가 최저보장 임대료를 받지 않았던 2015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는 임대료보다 관리비가 더 많은 지경이었다. 특히 이해하기 힘든 항목은 ‘일반관리비’라는 항목이었다. 박 씨가 롯데와 체결한 계약서에는 관리비 항목이 전용관리비와 공용관리비로 나뉘어 있다.

계약서상으로는 ‘일반관리비’라는 항목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매달 200만 원 가량이 일반관리비라는 항목으로 청구됐다. 일반 관리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세입자들에게는 고지되지 않았다.

▲2017년 8월 박 씨에게 청구된 관리비 내역. 전체 관리비 3백64만 원 중에 2백1만 원은 일반관리비다. 통지서에 일반관리비의 세부 내역은 나와 있지 않다.

롯데자산개발은 일반관리비의 세부 내역을 묻는 뉴스타파 질의에 “일반관리비는 공용관리비 내에 포함되는 항목”이라며 공용관리비 구성은 다음과 같다고 밝혔다.

롯데 측은 일반관리비 정산 기준에 대해 “입점 제안 당시 평당 9만 원 추정으로 실비 정산된다고 안내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박 씨는 “롯데몰뿐만 아니라 백화점, 마트, 영화관 등이 같이 사용하는 공용구간에 대한 정산 방식을 요구했지만 롯데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비용만 일방적으로 공제했다”며 “롯데몰 수원점 직원들의 인건비와 비용을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전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의 매출액과 비용을 계산해보니 2015~2016년 월 평균 7백만 원의 적자를 봤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사할 만하니까 ‘매출 부진했으니 나가라’

수원역-롯데몰 연결 통로는 개점 후 2년 7개월이 지난 2017년 7월에 생겼다. 그런데 애초에 롯데 측이 약속했던 수원역과 롯데몰을 직접 잇는 지하 연결 통로는 아니었다. 수원역 주변에서 롯데몰 지하 1층으로 가려면 수원역사에서 환승센터로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2개 층을 내려와야 한다.

당초 약속과는 다른 연결 통로였지만 2017년 7월 수원역 환승센터가 개통되면서 매출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롯데는 그 해 10월 박 씨에게 임대차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박 씨는 내용증명으로 계약종료를 통보받기 한 달 전, 롯데자산개발 담당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매장 개편 시기가 왔는데 박 씨의 매장은 매출 부진으로 정리 대상이라는 내용이었다.

매출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약속했던 지하 연결 통로가 제 때 생기지 않은 것이었지만, 정작 통로가 개설되자 롯데 측은 박 씨에게 퇴출을 통보한 것이다. 매달 평균 7백만 원 가까운 손실을 본 박 씨는 총 4억 5천만 원의 적자를 보고 가게를 접어야 했다. 집을 팔아 커피숍에 투자했던 박 씨는 커피숍과 집을 모두 잃게 됐다.

롯데자산개발은 뉴스타파에 “계약 관계 종료는 매출부진의 이유가 아닌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취재 조현미
촬영 신영철
편집 전윤선 박서영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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