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보도] <[백지 입양기록①]10년을 했는데 엉터리?...복지부, 입양 기록 전산화 사업 감사 착수> 관련
2024년 12월 11일 14시 32분
미분양 아파트를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산업재해가 일어나면 ‘을’의 책임으로 돌린다. 계약서를 쓸 때부터 ‘을’에게 불리한 조항 투성이다. 건설현장의 오랜 관행으로 알려진 이러한 불공정행위들이 한화L&C가 한 하청업체와 싸우는 과정에서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과연 한화L&C만의 문제일까?
대구의 작은 건설자재 업체인 효창산업. 7년 전부터 국내 굴지의 재벌 기업 중 하나인 한화 그룹의 계열사, 한화 L&C와 하청 계약을 맺어왔다. 주로 나무로 된 창문이나 문 공사를 한화 L&C가 하청으로 맡기면 효창산업이 이를 받아 공사하는 일이었다.
지난 2008년, 효창산업의 경리담당 직원이었던 김지호씨(가명)는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았다. 한화L&C의 하도급 공사를 효창산업이 수주하는 조건으로 공사 대금을 아파트로 대신하는, 이른바 대물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이다.
김 씨에 따르면 한화L&C는 경남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목창호 공사를 효창산업이 수주하는 조건으로 아파트 1채를 대물로 받을 것을 회사에 요구했다고 한다. 효창산업이 받은 아파트 대물을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김 씨가 엉겁결에 떠안은 것이다.
당시 아파트의 시공사는 대동건설. 한화 L&C는 대동건설로부터 목창호 공사를 하청받아 효창산업에 재하청을 줬는데, 시공사였던 대동건설이 부도가 나버렸다. 검찰이 대동그룹의 본사를 압수수색하던 과정에서 김씨 명의의 이 이파트가 도급조건부계약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씨는 부도에 따른 대한주택보증의 보증마저 받지 못하게 되었다.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고스란히 날렸고 이로 인해 신용불량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이렇게 김 씨가 소속된 효창산업이 7년간 한화 L&C로부터 아파트 대물을 떠안은 경우는 모두 6건. 2건은 직원과 직원 가족의 명의, 4건은 효창산업의 법인 명의였다.
한화L&C 측은 대물 강요는 전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L&C와 거래했던 다른 하도급 업체 역시 한화L&C로부터 아파트 대물 강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몇년 전까지 한화L&C의 하도급을 받으며 업체를 운영해온 김상윤씨(가명)는 “대물 강요가 없었다는 건 말도 안된다. 대물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한화L&C가 주로 하는 얘기가 ‘나중에 한화건설과 거래하면 거기는 가격이 좋으니까 거기서 빼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효창산업은 한화L&C에서 하청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사고를 공상으로 처리하면 나중에 한화 L&C가 그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에 대한 지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 L&C 측은 애초에 효창산업과 쓴 계약서 상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는 ‘을’, 즉 효창산업의 책임으로 되어있다며 자신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뉴스타파가 확인한 한화L&C와 효창산업의 계약서 상에도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을’에게 돌리는 조항이 버젓이 있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이러한 계약 자체가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강신하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은 “계약서 상에 아무리 그렇게 되어있더라도 원청업체가 져야 할 산재 책임을 하청업체에 지우면 이는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도급법을 위반할 경우가 발생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는지 한화 L&C는 효창산업 등 하청업체들과 아파트 등 건설현장의 공사 계약을 하면서도 자재 납품용 매매계약서를 썼다. 이렇게 하면 원청업체인 한화L&C는 하도급법에 따르는 각종 책임에서 교묘히 벗어날 수 있다.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한화L&C가 이렇게 공사계약서 대신 매매계약서를 쓰면서, 공사 면허도 없는 업체들에게 하청을 주고 공사를 책임지도록 한 경우는 수십 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대물로 공사대금을 떠넘기고, 산업재해가 나면 모두 을의 책임으로 되어 있는 계약서,그 계약서마저 정상적인 공사 계약서가 아닌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공사와 관련된 대부분의 책임을 하도급업체인 ‘을’에게 떠넘긴 한 재벌의 계열사.
그러나 ‘갑’이 대물을 강요하거나 산재의 책임을 떠넘겨도 하청업체를 실질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어려웠다. 건설현장의 오래된 갑을 관계가 하청업체들의 목을 여전히 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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