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법관 기피 신청은 불법 기소 자백이다
2024년 11월 22일 11시 02분
사상 초유의 증거 위조 사태, 과연 누가 , 어떤 경로로 중국 공문서를 위조했을까?
가장 먼저 의혹의 눈길은 국정원과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을 향하고 있다.
뉴스타파
주한 중국 대사관이 위조라고 확인한 문서는 모두 3건이다. 이 가운데 출입경 기록 발급 확인서는 지난해 11월 검찰이 외교부를 통해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서 직접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2건의 문서는 국정원을 통해 제출받았다고 했다. 국정원 측은 이 문서를 모두 선양 한국영사관을 통해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도 국정원도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 문서들을 확보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위조 사실도 아직 인정하고 있지 않다.
현재까지는 중국 당국이 위조라고 밝힌 3개 문서 모두 선양 한국영사관을 거쳤다는 것이 검찰이나 국정원의 공통된 입장이다. 결국 이번 증거 위조 의혹을 풀 열쇠는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있는 셈이다.
뉴스타파
뉴스타파는 이미 지난해 수차례 중국 현지 취재 과정를 통해 검찰이 항소심에 제출한 이른바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의 북한 출입경 기록이 위조 문서라는사실을 확인했다. 취재팀은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해 12월 중국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을 찾았다. 당시 영사관 관계자는 외교부를 통해 유씨 관련 출입경기록을 중국 당국이 발급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받고, 발급사실이 있다는 화룡시 공안국의 확인서를 팩스로 받아 이를 검찰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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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정작 화룡시 공안국은 자신들이 답변할 권한이 없어 팩스를 보내지 않았다고 취재진에게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선양 영사관이 받았다고 주장하는 문서는 어디서 보낸 것일까? 그리고 누가 위조한 문서일까?
선양 영사관 관계자는 화룡시공안국으로부터 팩스를 받아 본국에 보내긴 했지만 누가 보냈는지는 번호가 남아 있지 않아 잘 모른다고 답했다. 검찰이 공식 외교 경로를 통해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문서의 신빙성도 이렇게 떨어지는데 국정원을 통해 입수했다는 2건의 다른 문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3건의 문서 입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기관이 바로 국정원과 선양 한국 총영사관이다. 결국 선양 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들이 증거 위조에 관여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야당은 지난 17일 국정원을 항의 방문해 이같은 의문을 캐물었지만 국정원 측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수영 / 뉴스타파
위조 증거 제출, 공소 유지한 검찰 책임도 커
검찰도 증거 위조 파문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 유지와 국정원 보호에 급급할 뿐이다. 위조를 확인한 중국 대사관의 사실조회서가 잘못됐기를 바라는 속내까지 보였다.
당초 검찰은 중국 길림성 공안국에 유우성씨 출입경기록 발급을 요청했다가 전례가 없다며 거절당한 바 있다. 그 이후 국정원이 출처가 불명확한 유씨 출입경기록을 가져오자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이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위조로 최종 판명난다면 국정원과 검찰은 사상 유례없는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밝힌 대로 위조 공문서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사 책임을 규명’하는 단계로 가면 국제적 망신은 물론 외교 문제로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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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 논란이나 윤석열 전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 외압 의혹 제기 당시 법무부는 대대적인 감찰에 착수한 바 있다.
이번에도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 모두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 들인다고 밝혔지만 이전과 달리 대검 차원의 감찰은 착수하지 않았다. 대신 내부 진상 조사 방침을 정했는데 처음엔 조사 주체를 의혹의 당사자인 공안1부로 했다가 ‘셀프 조사’란 여론의 비난이 일자 별도의 진상 조사팀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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