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인증기관 "베데스다대학은 김성혜가 좌지우지...이사회 유명무실"

2018년 12월 27일 18시 23분

美대학인증기관 ‘와스크(WASC)’ 베데스다대학 평가 보고서 입수
“김성혜와 아들이 좌지우지...이사회 바뀌어야 인증 가능”
이사회 그대로 두고 ‘인증 포기’...베데스다大 전 직원 “창피하고 수치스러워”

조용기 목사가 미국에 설립한 베데스다대학에 대해 미국의 유명 대학인증기관이 가족경영 등을 문제삼은 평가보고서를 2008년 발표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 보고서에는 “베데스다대학이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학 이사회도 조 목사의 측근인 순복음교회 목사들로 구성돼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보고서를 낸  ‘와스크(WASC)’는 미국 6개 지역 대학인증기관 중 서부지역 대학  인증을 담당하는 최고인증기관이다.

하지만 베데스다대학은 보고서가 지적한 사항을 개선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학인증을 포기한 채 조 목사 일가 중심의 경영을 유지했다. 보고서가 나오고 10년 간 이사회 구성도 바뀌지 않았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달 20일 <선교비 270억의 비밀>편 등 3부작 연속보도를 통해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순복음교회)가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4년간 270억 원에 달하는 선교비와 후원금을 조용기 목사가 설립한 미국 베데스다대학교에 지급했으나, 이 돈이 선교목적인 아닌 조용기 목사 부인 김성혜 씨 지시에 따라 부동산 투기에 대부분 쓰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같은 기간 베데스다대학이 장학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았고, 교육목적으로 매입했다는 부동산은 한 번도 교육목적으로 쓰지 않고 대부분 매각했다는 사실 등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 미국 서부지역 대학인가위원회 ‘와스크’가 베데스다대학을 방문 평가한 뒤 발표한 보고서. 이 보고서에는 조용기 목사 부인 김성혜 씨가 베데스다대학을 좌지우지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베데스다대학, 설립자 가족이 좌지우지...총장은 이름만 존재

뉴스타파는 최근 미국 서부지역대학 인증위원회 ‘와스크(WASC·Western Association of School & Colleges)’의 방문 평가팀이 2008년 베데스다대학을 심사한 후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했다. 미국 대학은 한국과 달리 정부에서 대학을 인허가해 주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설립한 후 인증위원회 심사를 통해 인증을 획득하는 것으로 대학의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와스크는 대학인증기관 중에서도 심사기준이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곳으로,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스탠퍼드대학, 풀러신학대학 등 미국 서부의 유명 대학들이 이 곳의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베데스다대학은 2008년 와스크에 인증 심사를 요청했다. 와스크 방문평가팀은 같은 해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베데스대다학을 방문, 심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2년간 심사진행중지’ 결정을 내렸다. “와스크의 지적사항을 시정하고 2년이 지난 후 재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베데스다대학은 와스크의 지적사항을 시정하고 재심사를 받는 대신 인증포기를 결정했다. 이후 베데스다대학은 와스크보다 아래 단계인 캘리포니아주정부교육국(BPPE), 미국기독교학교협의회(TRACS), 미국신학대학협의회(ABHE) 인증만 받았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170억원(한국 분교 지원비 포함 270억)의 선교비와 후원금을 받은 미국 베데스다 대학 본관 모습. 이 대학은 그 동안 선교비로 대학의 신축캠퍼스와 기숙사 등을 매입했다고 해명했지만, 캠퍼스는 결국 이전하지 않고 기존 캠퍼스에 컨테이너 형태의 강의실 3채만 신축했으며, 기숙사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모두 매각했다.

와스크가 베데스다대학에 대해 ‘2년간 심사진행중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가장 크게 지적된 사항은 ‘가족경영’인데,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와 그의 아들이 학교를 좌지우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와스크 방문평가팀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데스다 대학 최고책임자인 총장은 사실상 바지총장이였으며 실권은 명예총장인 김성혜 씨에게 있었다. 다음은 와스크 평가보고서 내용 중 일부.

베데스다대학은 조용기 목사를 가르쳤던 미국인 선교사 ‘존스테츠’를 4년 전부터 총장으로 세우고 있는데, 노령인 존스테츠는 총장으로 이름만 올렸을 뿐, 실제 행정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베데스다대학 이사회가 존스테츠 총장을 직접 만난 것도 4년 전 총장에 지명됐을 때가 유일하다. 총장이 학교운영에 개입하고 있지 않는데도 각종 조직도와 자료집에 마치 존스테츠가 총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설명해 놨다.
미국 대학인증기관 와스크의 2008년 평가보고서

와스크는 보고서에서 베데스다대학의 부총장을 맡고 있던 조용기 목사 부부의 3남 조승제 씨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총장이 이름뿐인 상태에서 2008년 5월 이사회 의장이자 대학의 명예총장인 김성혜 씨가 자신의 막내아들을 대학의 부총장이자 CEO로 임명했는데, 교직원들은 이 부총장을 사실상 총장으로 불렀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또 “부총장은 고등교육기관 운영 경험이 전무한 데다 와스크 평가팀이 방문했을 때가 되어서야 처음 학교를 방문하는 등 사실상 학교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장(조승제)은 자신이 개발한 인트라넷 시스템으로 한국에서도 학교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캠퍼스에 자주 있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는데, 제대로 행정업무를 하기 위해선 부총장이 대학에 상주해야 하며, 이는 와스크 인증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미국 대학인증기관 와스크의 2008년 평가보고서

와스크의 평가보고서 내용은 “김성혜 씨가 베데스다대학을 3남 조승제 씨에게 상속하려 했다”는 뉴스타파의 이전 보도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김성혜 총장의 미국 비서이자, 베데스다대학 시설과장으로 근무했던 윤선영 씨는 11월 22일 방송된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김성혜 씨가 베데스다대학을 아들 승제에게 물려준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 현재 베데스다대학은 조용기 목사 부인 김성혜 씨가 10년 가까이 이사장을 맡고 있고, 총장은 공석이다. 그의 30년 지기 친구 에스더 조 씨(가운데 오른쪽)가 부총장과 총무처장을 겸직하고 있다.

허수아비 ‘이사회’...부동산 매입, 총장 선임 모두 김성혜 마음대로

‘와스크 보고서’에는 베데스다대학이 김성혜 씨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이사회 임원들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들어 있다. “이사회는 1년에 한 차례 2~3시간 동안 모임을 가지며 항상 한국에서 소집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사회 의장은 설립자(조용기 목사)의 아내이며, 설립자는 이사회 멤버로 기재돼 있다. 이들 설립자 가족은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매우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순복음교회 목회자들로 구성된 나머지 이사진들은 설립자 가족의 결정을 승인만 할 뿐이었다.
미국 대학인증기관 와스크의 2008년 평가보고서

와스크는 베데스다대학이 조용기 목사 일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도 지적했다. “막내아들을 부총장으로 임명하거나 캠퍼스 부지 등 부동산을 매입하는 결정을 모두 설립자 가족이 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는 단순히 비준역할만 했다”고 적혀 있다.  

▲ 뉴스타파는 지난달 22일 방송에서 "베데스다대학 전현직 이사들이 대부분 한국에 있는 순복음교회 목사와 장로로 구성돼 있었으며, 이들 중 16명을 만났으나 이 가운데 단 2명만이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됐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와스크는 베데스다대학이 조용기 목사 부인 김성혜 씨를 대학의 명예총장으로 추대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설립자의 부인이 이사회 의장이자 명예총장까지 맡고 있는데, 명예총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베데스다대학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총장이 학교에 상주하면서 제 역할을 한다면 학교의 규모에 비춰볼 때 별도의 명예총장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와스크의 평가결과였다.

와스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와스크 인증을 받으려면, 베데스다대학이 설립자 가족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데스다대학은 통상적인 대학의 이사회와 달리 이사회의 기능이 분명하지 않은 데다, 이사회 멤버 대부분이 한국에 있는 기형적인 구조다. 미국에 본거지를 둔 이사회 임원이 필요하며 설립자 가족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이사회로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 대학인증기관 와스크의 2008년 평가보고서

이사회 바꾸는 대신 ‘인증 포기’...베데스다대학 전 직원 “창피하고 수치스러워”

▲베데스다대학 에스더 조 부총장과 김성혜 이사장

하지만 베데스다대학은 지난 10년 간 와스크가 지적한 부분을 끝내 시정하지 않았다. 와스크 인증 취득은 포기했다. 이 대학의 이사회는 여전히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순복음교회 목사와 장로 등으로 구성돼 있고, 김성혜 씨는 와스크 심사를 받았던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명예총장과 이사장을 맡아 학교의 주요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베데스다대학의 한 전직 교직원은 이런 상황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용기 목사의 막내아들인 조승제 부총장과 교직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5명의 심사위원들을 대표해서 심사위원장이 이렇게 총평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국에서 이사장, 부총장이 컨트롤하는 이 학교가 30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운영되어오고 존재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아주 적은 월급으로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속에서 고생하는 교직원들이 안타깝기만 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그 대학에 근무했던 교직원으로서, 한국 최대 교회 목사가 세운 대학교가 그런 평가를 들었다는 것이 너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습니다.

베데스다대학 전 교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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