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바이오메드의 무책임한 해명...내부 공모·은폐 있었다

2020년 11월 04일 18시 06분

인공유방 불법 제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 의료기기 제조사 한스바이오메드가 뉴스타파의 관련 보도 이후 무책임한 해명을 내놨다. 재료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으며, 조직적인 공모·은폐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뉴스타파가 입수한 회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3일 한스바이오메드가 자사 인공유방 보형물 ‘벨라젤’(Bellagel, 허가번호 제허15-1620호)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을 위반해 인체 이식용으로 부적합한 실리콘 재료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다우코닝사의 7-9700 접착제와 Q7-4850 탄성물질이다.
한스바이오메드는 보도 내용에 대해 4일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일부 제품에서 허가 기재 사항에 대한 오류가 발생하였음을 인지하였다”며 “해당 제품 및 제품에 사용된 재료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 자료를 갖고 있으며, 이는 인체에 해로운 것이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또 “임직원들이 이에 대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조직적으로 공모나 은폐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입수한 회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회사 임직원들은 지난 십년간 인체이식용 의료기기 제조에 부적합한 접착제 다우코닝 7-9700을 몰래 사용해온 사실을 알고 있었다. 회사 업무일지를 보면 한스바이오메드는 벨라젤 인공유방 연구개발 단계인 지난 2009년부터 7-9700 접착제를 적용했다. 이듬해인 2011년부터는 실제 제작 공정에도 도입했다. 회사는 이로부터 4년 뒤에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한스바이오메드 내부 자료에는 기존에 사용해온 부적합 접착제를 인체 이식용으로도 적합한 등급의 접착제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했던 사실이 나온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허가사항에 기재하지 않은 7-9700 접착제, 즉 인체이식용에 적합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 것이 ‘폭탄’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2016년 문제의 접착제를 인체이식용으로 적합한 등급인 ‘Med1-161’로 접착제를 변경하는 계획이 추진됐다. 비교 견본품을 만들어 연구하는 작업까지 거쳤다. 제조허가를 받은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좌초됐다. 회사 내부에서 회람된 회의록을 보면 “외관상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생산상 문제점, 영업팀의 피드백이 없는 경우에는 현재의 공정대로 생산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정”한다고 의견을 나눴다. 이식용 의료기기 개발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식용으로 허가된 Med1-161 재료의 단가가 7-9700보다 높다”며 “제조허가사항을 변경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새로 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스바이오메드는 문제가 된 7-9700 접착제를 최근까지도 벨라젤 제조 공정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벨라젤 제품군 가운데 내수용 ‘라운드’와 ‘아나토미컬(Anatomical)' 제품이 공식적으로 이 공정을 거친다. 이 회사의 2018년 7월 기준 공정작업서를 보면 인체이식용으로 부적합한 7-9700을 "인공유방 쉘(껍데기) 내부 표면에 골고루 비벼주라”고 적혀 있다. 이후 150도의 온도에서 제품에 따라 4~8시간의 열경화 작업을 거친다. 원료 제조사 다우코닝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따르면 7-9700은 고온에서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을 생성한다.
‘일부 제품’의 문제라는 회사의 해명도 사실과 다르다. 7-9700과 마찬가지로 인체이식용으로 부적합한 Q7-4850 실리콘 원료는 벨라젤 모든 제품군에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이 Q7-4850은 벨라젤 전 제품 바닥의 실리콘 마개, 즉 패치를 제조하는 데 쓰이고 있다. 2009년부터 제조 공정에 적용됐다. Q7-4850은 탄성을 지닌 반창고 본체 제조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즉 인체 외부용 의료기기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원료다. 원료 설명서 내용을 종합하면 이 원료로 인체에 삽입되는 의료기기를 제조하더라도 튜브, 카테터 등 몸 안에서 30일 이내로만 삽입됐다가 제거되는 제품에만 사용될 수 있다.
2018년에는 벨라젤 인공유방의 쉘 원재료를 허가사항과 달리 임의로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2018년 5월, 회사 임직원들은 원재료 선정 검토 자료를 돌려보고, 회의를 진행했다. 벨라젤 제품군 중 마이크로 제품의 규격 불량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 자료 상단에는 ‘대외비 문건(Confidential Document)’라고 적혀 있다. 생산 후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의 크기가 늘어나, 유통 단계가 되면 허가 규격을 어기게 되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당시 연구 담당자는 쉘의 원재료를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는 원재료를 변경하면 제조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므로 “재임상(시험)이 불가피하게 된다”고 주저했다. 허가를 변경하지 않으면 발생하는 문제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책 논의는 부도덕하게 흘러간 것으로 확인된다.
쉘의 원재료를 변경했을 시 임의 변경을 통한 무허가 제품을 유통하게 됨. 허나, 연구자 입장에서 쉘의 원재료는 정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허가 외의 원재료임을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쉘의 원재료를 변경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 시, 허가 변경 없이 내부의 암묵적 동의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 제시

2018.5. 한스바이오메드 대외비 회의 문건
뉴스타파는 한스바이오메드 황호찬 대표이사와 전화로 연락이 닿았다. 그는 뉴스타파가 첫 보도 전 이메일로 보낸 질의서에는 답하지 않았다. 황 대표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CEO가 모든 걸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구개발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영토가 있다. CEO라고 해서 그 사람들한테 ‘어떻게 됐느냐’, ‘결재를 올려라’하는 일이 우리 회사에는 일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재료 변경이 필요하다면 제조허가 역시 변경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다”고 답했다. 또 “2015년 허가사항은 10년 전 기술"이라며 "지금도 10년 전 기술 그대로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벨라젤 인공유방 이식 환자와 주주들에게 충분히 해명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피해자도 없었다. 안전하니까 안심하셔도 된다”고 답했다. 그는 또 “우리가 만약에 (인공유방을) 안 만들면 인공유방 식민지가 되는 것 아니냐. 국산이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한스바이오메드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자신하는 것처럼 과연 이 회사 인공유방 제품군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지적된 적이 없었는지, 다음 보도에서 짚을 계획이다.
한스바이오메드의 벨라젤 인공유방을 사용하셨나요?
환자, 의사 선생님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제작진
취재홍우람
촬영신영철 오준식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